'처음 보시나요? 저는 이렇게 생겼어요. 사람들은 저희를 '실뱀장어'라 불러요. 간단히 '실장어'라고도 하죠. 많은 사람이 우리 팬이에요. 제가 자라면 스테미너 식품으로 열광하는 뱀장어가 되지요. 드셔 보셨죠?'잡힌 실장어가 헤엄치는 모습에서 속삭이는 듯한 환청소리를 듣습니다.
"실장어는 날이 꾸물꾸물할 때 많이 잡혀"어제(24일) 밤 오랜만에 식사 후, 여수시 소호 요트장 주변을 걸었습니다. 바닷가에 예전에 없던 불빛과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뭐하는 걸까?' 갔더니 실장어를 잡는 중이었지요. 얼마나 잡았나 봤더니 딸랑 두 마리. 김형철(60)씨, 자리를 뜰 채비를 합니다.
"실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지. 오늘은 별로 없네. 이것도 많이 잡히는 때가 있어. 샛바람(동풍)이 불거나, 비가 오려고 날이 꾸물꾸물할 때 많이 잡혀."회유성 어종인 실장어는 바다에서 부화해 어미의 고향을 찾습니다. 이때 그물과 뜰채로 실장어를 잡아 양식으로 이용됩니다. 아직까지 장어의 산란 방법이 알려지지 않아 고전적인 방법으로 양식을 하는 것이지요. 실장어는 5~7cm 정도로 작고 투명합니다.
"실장어는 훤한 낮에는 보이지 않아 잡을 수가 없어, 밤에 불빛을 비춰 잡는 거야. 이 실장어는 예전에는 마리당 천 원 이상 나갔지. 그러더니 지난해엔 850원, 올해는 400원으로 떨어졌어."실장어 잡이 경력 30여 년 된다는 김형철씨는 값이 내린 이유에 대해 "많이 잡혀서도 그렇지만 중국산이 들어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실장어 잡이는 기술이 필요 없고 자리가 중요
"어제부터 실장어를 잡았는데 춥긴 하지만 재밌어서 또 나왔어요."초등학교 5학년 강수지양도 실장어 잡는 재미가 들렸습니다. 이렇듯 실장어 잡이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불빛, 뜰채, 예리한 눈만 있으면 되니까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최아무개(여, 53)씨는 "올해 처음으로 시도해 보름 정도 잡았는데 150만 원 벌었다"며 "실장어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 최씨는 자리를 잡기 위해 서둘러 나온답니다. 지금 앉은 자리가 명당이란 거죠.
"처음에 실장어를 잡던 중 비가 오는 거야. 남편이 집에 가재. 집에 갔지. 그랬는데 이날 다른 사람들은 천여 마리 이상씩 잡았다는 거야. 돈으로 치면 40~50만 원이야."이야기 나누면서 "실장어 한 마리를 놓쳤다"고 투덜댑니다. 대차, 불빛을 비추니 작은 실장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게 뚜렷이 보입니다. 신기하군요. 실장어 잡이는 3월에서 5월까지 이어진다 합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는 여지없이 불빛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