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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현 형 하천 조성공사가 완료된 뒤 굴포천에 유지용수를 공급하는 샘터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자현 형 하천 조성공사가 완료된 뒤 굴포천에 유지용수를 공급하는 샘터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 부평신문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 부평구간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굴포천은 인천시 부평구의 만월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계양구와 부천시를 거쳐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태리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총 길이 17.8㎞의 하천이다.

굴포천의 상류구간은 1970년대 이후 부평지역의 도시개발사업의 확장에 따라 발원지에서 부평구청 인근까지의 지류 구간이 대부분 복개돼 있고 부평구청부터는 미복개상태로 남아있다. 굴포천 복개구간에는 여전히 오수와 하수가 그대로 유입되고 있으며 그 물이 지난해 자연형 하천이 조성되기 전까지 복개구간은 물론 미복개 구간을 그대로 흘렀다.

때문에 인천시는 하천 살리기 일환으로 지난 2006년부터 4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평구청부터 부천시경계까지 굴포천 중상류 6.6㎞구간을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는 썩은 물이 고여 있던 굴포천 밑바닥을 준설한 뒤, 부평구청 앞에 오수차집 시설을 설치해 복개구간 오수를 차집하게 한 다음, 풍납 취수장으로부터 한강 물을 끌어와 부평구청 앞 굴포천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완료돼 현재 굴포천에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천시가 굴포천의 중하류인 부천구간에 부천운하를 건설키로 하면서 굴포천 중상류 구간인 부평의 운명이 갈림길에 놓였다.          

부천시는 경인운하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계양구 다남동 서울외곽순환도로 노오지JC에서부터 인천시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이 경계인 상동유수지까지 총 8㎞의 부천운하를 계획하고 있다.

<부천타임즈> 지난 3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부천운하의 기본안은 경인운하의 시발점인 굴포천 방수로 시점부터 오정물류단지까지를 1구간(약 5.3㎞, 폭 60~80m, 수심6.3m)으로, 오정물류단지에서 영상문화단지 북측과 인접한 상동유수지까지를 제2구간(약 2.7㎞, 폭 40~60m, 수심 5m 이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1구간은 물류 중심의 시설을 유치해 대장동 첨단산업단지와 연계한 서부수도권 내륙의 물류터미널로 발전시켜 나가고, 영상문화단지까지 연결되는 2구간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테마관광의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것.

부천운하 경인운하에 연결되는 부천운하 위치도. 총 8㎞에 이르는부천운하는 상동 영상문화단지에서 오정물류단지를 거쳐 경인운하까지 2개 구간으로 나누어 추진된다. 빨간부분이 부평과 인접한 구간이며, 파란색 끝나는 부분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경인운하 시발점이다.
부천운하경인운하에 연결되는 부천운하 위치도. 총 8㎞에 이르는부천운하는 상동 영상문화단지에서 오정물류단지를 거쳐 경인운하까지 2개 구간으로 나누어 추진된다. 빨간부분이 부평과 인접한 구간이며, 파란색 끝나는 부분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경인운하 시발점이다. ⓒ 부천타임즈

홍수위험 안고 있는 굴포천, 더 파면 운하된다?

부천시는 '부천운하' 사업의 추진과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 지난해 9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부천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월 6일 부천을 방문, 홍건표 부천시장과 함께 부천운하 건설구간인 굴포천과 유람선 선착장이 들어설 상동영상문화단지 유수지를 둘러본 뒤 "부천은 천혜의 운하인 굴포천을 가지고 있다. 상동영상문화단지 유수지에 유람선 선착장을 만들면 많은 관광객들이 영상문화단지를 찾을 것" 이라며 부천운하 설계도면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또 "부천운하가 부천의 역사를 새롭게 쓸 것이다. 수상택시와 수상버스가 다니면 많은 관광객들이 상동영상문화단지를 찾아 식사도 하고 무형문화도 체험하면 좋을 것"이라며 "굴포천은 지방하천으로 경기도가 관리하는 만큼 부천운하건설을 경기도가 적극 지원하겠다. 현장을 둘러보니 수질도 아주 좋고 깊이만 좀 더 파면 운하가 되겠다."고 말했다.

홍건표 시장 또한 "상동영상문화단지에 아인스월드만 가지고는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없다. 경기문화마을을 건립하고 선착장 주변에 호텔을 건립하면 부천무형문화유산엑스포 공원과 함께 좋은 관광테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시의회 윤병국 의원에 따르면 이후 부천시는 부천운하' 건설 추진을 위해 5천만원의 용역비를 들여 3월 중 기본구상 검토 용역을 발주해 2개월간 주변 현황조사, 입지 여건 등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또한 지난 13일에는 부천운하 유치와 사업 완료시까지 부천운하 건설사업 전반에 대해 정책자문 역할과 활동전략을 수립, 나아가 관련 기관 방문과 대시민 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할 '부천운하 건설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발족, 46명의 위원을 위촉하기도 했다.

윤병국 의원은 "경인운하도 문제지만 부천운하도 문제다. 경인운하예정지인 굴포천 방수로는 굴포천의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물길"이라며 "부천시가 홍수 발생하는 굴포천에 오히려 물을 더 채우겠다는 것은 홍수를 더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2월12일. 굴포천을 찾아온 겨울 손님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2006년 자연형하천 조성 공사를 시작으로 굴포천이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청둥오리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2009년 2월12일. 굴포천을 찾아온 겨울 손님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2006년 자연형하천 조성 공사를 시작으로 굴포천이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청둥오리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 부평구청

인천시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 추진

부천시가 부천운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굴포천 중상류구간을 담당하는 인천시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부평과 인접한 굴포천 부천구간에 8㎞의 운하가 건설되면 45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 자연 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 중상류구간에도 영향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인천시에서는 부천시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부천운하는 금시초문이다. 우리와도 어떤 협의도 이뤄진 게 없다."며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상황을 파악한 뒤 인천시 차원의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굴포천은 굴포천 방수로보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흐른다. 굴포천의 홍수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현 방수로는 지대가 더 낮게 설계 됐다. 굴포천은 평상시에 한강으로 흐른다. 하지만 홍수가 발생해 한강으로도 물이 못 빠져나갈 경우 굴포천 방수로를 통해 서해로 빠져나가게 돼 있는 것.

때문에 굴포천 방수로에는 물이 채워져도 큰 무리는 없으나 굴포천의 경우 물을 더 채워 넣었을 경우 범람 위험은 더 심각해지고 만다.

이와 관련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자연재해인 홍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인재가 되고 마는데, 물을 더 채워 넣겠다는 것 자체는 인재를 불러 오겠다는 것 아니냐?"며 "부천시 계획대로 굴포천에 물이 채워질 경우 그 여파는 고스란히 부평으로 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부천운하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부평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어렵사리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굴포천이 난데없는 운하를 만나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굴포천네트워크 심상호 상임대표는 "부평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주변 청소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할 정도로 굴포천에 대한 애정이 많은데 인접한 부천구간에 수상 택시가 다니고 수상버스, 물류단지 등이 들어서면 굴포천이 훼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천운하#경인운하#굴포천#인천시#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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