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계룡산
대자암으로 가는 길
누가 금족령이라도 내린 걸까
가는 길 내내
산새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눈 쌓인 산길을
허위허위 걸어
대자암 경내로 들어서자
전에 보지 못한
전각 한 채가 버티고 있다
침묵으로 벽체를 삼고
정적으로 기둥을 세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전각이다
문득
법당 마당가 토굴
무문관을 바라보니
문고리엔
낡은 자물쇠만 홀로 대롱거리누나
새삼스러워라
그 폐문정진(閉門精進)이
이미
눈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자물쇠가
山門을 완강하게 폐쇄하고 있음이여
*무문관(無門關) : 원래 중국 송나라 선승인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지은 책 이름인데 지금은 수행자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용맹정진하는 폐문정진(閉門精進)을 이르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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