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2리에 위치한 재인폭포는 검은색 현무암이 만들어낸 협곡으로 생겨난 폭포다. 금세라도 부서져 떨어져 내릴 듯한 암벽과 어우러진 폭포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이 폭포에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에 줄을 잘 타는 재인(才人)이 있었는데(재인은 고려 때 천민의 하나로 곡예(曲藝) 가무(歌舞) 음곡(音曲) 등을 일삼던 광대를 뜻한다) 그에게는 절세의 미모를 지닌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어느 날 재인의 아내를 탐내던 이 고을 원님이 관아의 관사들과 함께 큰 잔치를 열고 폭포에 줄을 매달아 재인에게 줄을 타는 재주를 보이라 명했다.
재인은 한 발 한 발 줄을 건넜다. 그런데 중간쯤 갔을 때 갑자기 줄이 끊어져 떨어져 죽고 말았다. 모두 재인의 아내를 탐내던 고을 원님이 꾸민 일이었다. 재인의 아내는 복수심에 불탔고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러던 중에 수청을 들라는 명을 받았고, 재인의 아내는 수청을 드는 척하며 원님의 코를 깨물어 자르고는 스스로 혀를 깨물어 목숨을 끊었다.
후에 마을 사람들은 아내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고, 이 마을을 코문 이가 있었다 하여 '코문리'로 부르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고문리'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곳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주말에 개방을 하는데 그마저도 2012년 한탄강 댐이(신답리와 고문리 사이 위치) 완공되면 물에 잠기게 되어 폭포의 전설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전설로만 전해질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폭포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개발의 논리에 이끌려 힘없이 고향을 떠나는 고문리 사람들과 쓰러져 가는 자연이 광대의 모습과 많이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