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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의 객원연구원으로서 필자는 현재 독일어권의 사회적 기업, 사회적 비즈니스, 대안경제의 실천적 흐름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2009년) 2월 20~22일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개최된 '연대의 경제 콩그레스'와, 3월 11일에 독일 쾰른(Köln)에서 개최된 '사회적 비즈니스 지역컨퍼런스'에 직접 참석하여, 이 분야의 새로운 실천동향과 조우하는 기회를 얻었다. 두 행사에 참가하여 얻은 지식, 정보, 소회를 향후 두 달여 동안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 지면에 동시에 게재하면서, 대안경제를 향한 유럽 사회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한국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필자의 말
 
연대의 경제 지역화폐와 시간교환 강연  플레텐바허가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연대의 경제 지역화폐와 시간교환 강연 플레텐바허가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박명준


연대의 경제 비엔나 대회에서 진행된 강연들 중에 이번에 소개할 주제는 지역화폐(Regiogeld), 시간교환(Zeittausch) 운동 그리고 그 둘을 결합하여 새로이 실험되고 있는 시도들 중 하나인 '타임조치알(Timesozial)'이라고 하는 실천프로그램 등에 관한 것이다. 영어와 독일어가 결합된 다소 낯선 이 신조어는 오스트리아의 생태학도이자 애초에 지역화폐운동에 경주했던 토비아스 플레텐바허라는 인물이 창시한 사회적 시간나누기 운동을 가리킨다. 
 
비엔나 대회 행사 두 번째 날, 플레텐바허는 위 주제들과 관련한 자신의 실천을 각기 제목을 달리한 세 차례의 강연을 통해 소개하였다. 필자는 올 겨울 이 주제에 관한 연구와 실천 동향을 탐구하면서 우연치 않게 타임조치알의 웹사이트를 발견하고 (http://www.timesozial.org) 이에 대해 마침 궁금해 하던 차라, 당일 저녁 타임조치알에 관한 세 번째 강의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는 타임조치알의 배경이 되는 지역화폐와 시간교환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담과 논점이 소개됐고, 플레텐바허의 이론과 실천을 놓고 참가자들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었다. 오스트리아 독일어의 다소 익숙치 않은 발음이 소화하기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의 재기발랄한 강연은 청중에게 이 운동에 대한 강한 에너지와 흥미 그리고 지식과 정보를 전해주는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당초 한 회에 모아서 다루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이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 소개하겠다. 이번 회에서는 먼저 지역화폐운동에 대해 개관하고, 다음 회에 시간교환 운동과 타임조치알을 다루겠다. 이 내용들은 모두 플레텐바허의 강연을 기반으로 하되, 동시에 당일 행사장에서 구입한 그의 저서 <새로운 화폐, 새로운 세계 Neues Geld, Neue Welt >(2009, Planet Verlag)의 내용을  참조한 것이기도 하다.
 
지역화폐 운영방식
 
새로운 화폐, 새로운 세계의 표지  토비아스 플레텐바허의 저서
새로운 화폐, 새로운 세계의 표지 토비아스 플레텐바허의 저서 ⓒ 박명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여러 지역들에서는 이미 지난 여러 해 동안 지역화폐운동 실험들이 태동했다. 연대의 경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지역화폐운동이다. 
 
이는 특정 지역의 회사들이나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구매권(Gutscheine: 지역화폐)을 유통, 이 운동에 참가하는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화폐의 순환을 빠르게 하여,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부대효과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지역화폐의 운영방식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해당 지역에 구매권의 교부처를 설치해 두고, 지역화폐 운동에 참여하려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곳에서 유로화와 구매권을 1대1의 비율로 교환할 수 있게 한다. 화폐발행자는 이렇게 바꾼 유로화를 은행에 두고, 실제 경제유통과정에서는 구매권이 돌도록 한다. 소비자들은 구매권을 통해 지역화폐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제품을 판매한 기업들은 이 구매권을 수집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제주체들과 거래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지역 내에서 이 구매권의 순환이 빠르게 이루어져 그 지역 내에 지역화폐 네트워크가 형성되게 하려는 것이다. 구매권을 순환시키지 않고 지나치게 오래 소장할 경우 일정한 벌금을 물도록 하는 등의 조치을 마련해, 지역화폐의 빠른 유통을 장려한다. 기업이 구매권을 유로화로 바꿀 경우 대체로 약 5% 정도의 상환부과금을 물어야 한다.
 
구매권 발행자는 이러한 벌금과 부과금들 지방의 공익단체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구매권 발매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여, 그를 통해 별도의 소득이 크게 발생하지는 않도록 한다. 지역화폐의 빠른 유통은 결과적으로 지역 내 기업의 운영에 도움을 주어 일자리 창출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화폐의 구매와 유통으로 결국 공동체 협회는 소비자들이 교환하는 화폐액수의 약 3%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이를 해당 지역사회를 위해 쓸 수 있다.

 
역사와 현황 
 
지역화폐가 독일어권 국가들에서 태동한 것은 1930년대의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한 여러 가지 이론적, 실천적 시도들이 활성화되면서였으나 이는 그 이후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근래에 나타난 지역화폐의 활성화는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2002년에 마그리트 케네디라는 인물이 호주에서 지역화폐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면서 지역화폐협회(Regiogeld Verband)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됐다.
 
2007년 독일에서는 약 52개의 지역화폐체가 태동해 통용되었는데, 그해를 기준으로 지역화폐협회의 공식회원으로 등록된 것만 28개였다. 이후 32개 화폐들이 가입하여 이듬해 60개로 늘어났다. 2002년에 1개 회원으로 시작한 이후, 6년 만에 60배가 된 것이다.
 
현재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동부 지역 소도시들을 중심으로 지역화폐 실험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뮌헨 인근의 소도시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킴가우어(Chiemgauer)와 슈테른탈러(Sterntaler) 등이다. 이밖에 하겐의 폴메탈러(VolmeTALER), 작센-안할트 지역의 우어슈트롬 탈러(Urstrom Taler) 등에서도 지역화폐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남부 지역의 발트피어텔러 레기오날(Waldvierteler regional), 티롤(Tirol)을 기반으로 형성된 트롤러 슈툰데(Tiroler Stunde), 유겐트 프로옉트 이모치온(Jugendprojekt iMotion) 등이 대표적인 흐름이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킴가우어와 슈테른탈러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지역화폐와 시간교환 구매권들의 예  강의장에서 플레텐바허가 회람시킨 것들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지역화폐와 시간교환 구매권들의 예 강의장에서 플레텐바허가 회람시킨 것들이다 ⓒ 박명준


 
킴가우어(Chiemgauer)
 
킴가우어는 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 인근의 소도시들인 프리엔(Prien), 로젠하임(Rosenheim), 트라운슈타인(Traunstein) 등에서 유통되는 지역화폐로, 2003년 1월 프리엔의 발도르프 학교 학생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현재 유통되는 지역화폐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이자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2005년까지 가입회원들의 수는 매년 2배로 증가하였고, 그 이후에도 매년 66%가량의 높은 성장을 꾸준히 이어왔다. 상대적으로 발행부수는 천천히 증가해 왔다. 재환전 수수료가 매우 낮은 편이어서, 상당히 빈번히 유로화로 재환전되는 편이다. 기업들이 킴가우어를 쓰기 위해 지불하는 행정적인 비용은 1달에 3유로 정도 밖에 되지 않고, 그 비중은 킴가우어의 매출액 대비 4%(2003년)에서 1.5%(2005년)로 계속 낮아졌다.
 
기업들이 고객을 더 얻고 새롭게 만들고 하는 경제적 효과에 있어서 킴가우어의 성과는 상당히 크다. 처음 참가한 업체들 중에 3년 후에 킴가우어를 탈퇴한 기업이 1%가 채 되지 않는 것은 기업들의 높은 만족을 증명한다. 가장 효과를 크게 본 부문은 친환경제품판매처(Bioladen)이나 오피스 센터 등이었다. 그들이 누린 킴가우어의 효과는 전체 매출액의 20% 정도나 차지했다.
 
최근 2년여 동안 지역카드(레기오카드: Regiocard)를 운영하여, 킴가우어의 교환을 더 용이하게 했다. 바서부르그(Wasserburg)라는 곳에서는 이미 이킴가우어(eChiemgauer)를 도입하여, 온라인을 통해 킴가우어 유통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이용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2004년에 킴가우어를 통해 협회들은 4800유로를, 지방정부들은 5600유로의 소득을 올렸다. 2007년에 지역 협회들은 2만5천유로 이상의 소득을 거두었는데, 이는 직전 해보다 50%가량 높아진 규모였다. 2004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로 킴가우어를 도입한 지방정부들은 매년 8만4000유로가량의 순이익을 거둘 것이며 약 1,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지역화폐 킴가우어의 웹사이트  www.chiemgauer.info
지역화폐 킴가우어의 웹사이트 www.chiemgauer.info ⓒ 박명준


슈테른탈러 (Sterntaler)
 
슈테른탈러는 오스트리아와의 접경지대에 있는 소도시 아인링(Ainring)에서 2002년 11월에 결성된 STAR 협회라고 하는, 이웃간 상호부조를 위한 소위 '타우쉬링(Tauschring)' – 이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자세히 다룬다 - 의 탄생에 그 기원을 둔다. 이 결사체의 주창자는 프란츠 갈러라고 하는 은행원이었다.
 
STAR의 가입자들은 상호부조를 위해 쏟은 노동시간을 탈렌테(Talente)라고 하는 단위를 통해 계산을 하였다. 1시간 노동을 10탈렌테로 간주하였고, 이를 10유로에 상당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이후 2004년 4월에 슈테른탈러(Sterntaler)라고 하는 지역화폐를 출범시켜 탈렌테와 병행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유로와 1대1의 가치로 구매되도록 하였는데, 이를 유로화로 재환전할 경우 10% 정도의 높은 부과금을 내도록 하였다. 즉 100 슈테른탈러는 90유로로 되바꿀 수 있다. 동시에 65유로와 30탈렌테로 바꿀 수 있도록 하여, 5%의 부과금만 지불하게 하면서 이웃간 상호부조의 활성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2006년 현재 아인링과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약 700명의 소비자들과 175개의 업체들이 슈테른탈러의 유통에 참여하고 있고, 약 4만여 부의 지폐가 유통되고 잇다. 참가 업체들은 주요 슈퍼마켙들을 포함하여 약국, 꽃가게, 정육점 등 다양하다. 또 여러 기업체들은 이미 슈테른탈러를 임금의 일부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슈테른텔러는 지역카드(Regiocard)와 연동해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유로화로 재환전할 때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슈테른탈러의 순환은 매우 강한 편이다. 환전 수수료는 협회의 재정운영을 위해 쓰이는데, 협회 스스로 내부적으로 시간구좌(Zeitkonto) 시스템을 갖추어 탈렌테를 활용한다. 회원들은 1시간에 5탈렌테 정도씩 계산하여 유로봉사를 하고, 이를 통해 슈테른탈러는 완벽하게 재정적인 독립을 이루고 있다.
 
이 시스템은 참가하는 업체들 간에 매우 강한 결속력과 네트워크를 형성시키고 있다. 지역의 기업들 가운데 약 30% 정도가 참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75개가 채 안 되는 회사들이 슈테른탈러의 개시 첫 해에만 약 8만에서 10만부의 화폐를 받았고, 약 300명의 고객을 새롭게 얻었다.
 
지역화폐 슈테른탈러의 웹사이트 http://www.regiostar.com/3.0.html
지역화폐 슈테른탈러의 웹사이트http://www.regiostar.com/3.0.html ⓒ 박명준



#대안경제#연대의 경제#지역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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