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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가장 봄답게 만들어주는 꽃 '벚꽃'. 향기가 없는 게 흠이지만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봄을 가장 봄답게 만들어주는 꽃 '벚꽃'. 향기가 없는 게 흠이지만 눈과 마음으로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 이돈삼

봄을 가장 봄답게 만들어주는 꽃은 누가 뭐래도 벚꽃이다. 벚꽃은 매화와 달리 한창 봄이 무르익을 무렵 핀다. 향기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매화와 산수유가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이맘때 활짝 피어 이내 '하얀 세상'을 연출하는 화사한 꽃이다.

벚꽃은 봄날 여행의 단골 테마이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함께 찾는 여행코스로 제격이다. '벚꽃'을 생각하면 전라남도 영암을 빼놓을 수 없다. 영암군 영암읍에서 학산면 독천리에 이르는 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길이다.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보리밭이 한데 어우러진 벚꽃길은 정말 아름답다. 이 길의 벚꽃은 지금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만개해 온통 '벚꽃세상'이 될 것이다.

올 왕인문화축제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 동안 왕인박사유적지, 구림마을, 도기문화센터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 축제는 일본의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한 백제 왕인박사의 위업을 재조명하는 행사다. 만개한 벚꽃도 보고 축제도 즐기면서 역사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암 벚꽃길.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에서 군서면 구림리를 거져 학산면 독천마을까지 100리를 잇고 있다.
영암 벚꽃길.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에서 군서면 구림리를 거져 학산면 독천마을까지 100리를 잇고 있다. ⓒ 이돈삼

 일본으로 향하는 왕인박사 행렬은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벚꽃과 어우러진 행렬이 화려하다. 사진은 2007년 축제 때 모습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왕인박사 행렬은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벚꽃과 어우러진 행렬이 화려하다. 사진은 2007년 축제 때 모습이다. ⓒ 영암군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축제로 치러지는 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는 4일 오후 펼쳐질 왕인박사 퍼레이드. 1600여 년 전 32세의 젊은 학자였던 왕인이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논어와 천자문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행렬을 재현한 것이다. 그 행렬이 벚꽃과 어우러져 화려하다.

왕인공원 주무대에서 시작되는 행렬은 왕인사당을 거쳐 왕인이 떼배를 탔던 항구 상대포까지 2.4㎞ 구간에서 펼쳐진다. 영암도기문화센터 옆에 있는 상대포에서 왕인박사가 배에 올라 일본으로 떠나는 장면까지 연출된다. 백제시대 국제무역항이었던 상대포는 지금 조그마한 저수지로 변했지만, 관광객들은 그 곳에서 뗏목 타고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던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예년과 달리 올해 첫선을 보이는 프로그램도 많다. 수능 합격기원 '왕인학등 달기'는 진즉부터 문의가 빗발쳤다. 대입수능 준비생과 가족들이 등을 밝히고 소원문을 적어 왕인학등에 매달아 수능시험의 고득점을 기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개막 행사로 열릴 '천인천자문 연 날리기'도 화제다. 왕인박사의 소통과 상생의 정신을 세계에 과시하는 의미로 방패연 1개와 가오리연 125개를 하늘 높이 날려 보내 장관을 연출한다.

관광객 체험 프로그램도 푸짐하다. 일본 전통문화체험, 천자문 다트플레이, 도전 천자문 250계단, 백제의상 스튜디오, 왕인학당 천자문교실, 종이놀이감 만들기, 한지풍선등 만들기 등이 있다. 왕인공원 꽃마차여행, 봄꽃비누 만들기, 천연염색, 짚풀공예, 민속놀이도 해볼 수 있다. 정동정호제, 여석산쌍패농악, 도포제줄다리기, 장부질노래, 갈곡들소리 등 영암의 전통민속 공연도 여흥을 북돋운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영암 구림마을. 돌담길에서도 그 역사의 더께가 느껴진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영암 구림마을. 돌담길에서도 그 역사의 더께가 느껴진다. ⓒ 이돈삼

유서 깊은 구림마을이나 친환경 농촌마을인 원행정마을, 천년고찰 도갑사에서 하룻밤을 묵는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마을에서 하룻밤,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특히 청동기시대 옹관묘가 발견되고 조선시대 토담이 보존된 구림마을은 헤아릴 수 있는 역사만도 2200년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에 문물을 전한 백제 왕인, 풍수지리의 시조인 신라 도선국사, 왕건의 책사였던 고려 최지몽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한석봉과 어머니가 글쓰기와 떡 썰기 시합을 한 곳도 이 마을이다. 개성에서 태어난 한석봉은 스승을 따라 영암으로 내려와 이 마을에 있는 죽림정사에 머물며 글씨를 배웠다. 한석봉의 어머니가 떡장사를 한 곳은 이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독천시장이었다고 한다.

노송에 둘러싸인 '회사정'은 조선시대 구림마을 역사의 주역이자 산증인이다. 회사정은 향약의 기본정신을 실천할 목적으로 조직된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였다. 도자기 빚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영암도기문화센터도 구림마을에 있다. 이 곳은 20년 전에 발굴된 도요지로, 통일신라시대 도기를 제작하던 가마터였다. 1200년 세월이 흘렀지만 가마의 원형이 생생하게 전해져 구림마을의 유구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암에는 가볼 만한 곳이 많다. 국립공원 월출산이 있고, 그 산이 품고 있는 천황사지, 대웅전이 복원된 도갑사, 구름다리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활성산은 산악자전거 코스로 유명하다. 보리밭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서광목장도 들러볼만 하다.

먹을거리도 독특하다. 영암의 별미는 누가 뭐래도 연포탕과 갈낙탕 등 낙지요리. 학산면 독천리에 가면 낙지요리 전문음식점이 즐비하다. 낙지다듬이, 산낙지, 낙지구이, 연포탕 등이 차례로 나오는 낙지풀코스도 있다. 짱뚱어탕도 영암의 맛을 대표한다. 믿을만한 한우고기를 직접 사서 구워먹는 직판장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노송에 둘러싸인 ‘회사정’은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로, 조선시대 구림마을 역사의 주역이자 산증인이다.
노송에 둘러싸인 ‘회사정’은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로, 조선시대 구림마을 역사의 주역이자 산증인이다. ⓒ 이돈삼

 역사와 전통이 깃든 마을에서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구림마을에는 대동계사 등 나그네들이 묵을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마을에서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구림마을에는 대동계사 등 나그네들이 묵을 곳이 여러 군데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 영암 벚꽃길은 찾아가기 위해서는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에서 2번 국도(강진 방면)를 타고 영산강하구언을 건너야 한다. 이 길을 따라 자동차로 20여분 가면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가 나온다. 이 독천에서 81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영암읍 방면으로 가는 길 중간에 왕인박사유적지와 구림마을이 있다. 이 길이 유명한 벚꽃길이다.

새로 난 도로를 타고 시원스레 달리는 것도 좋지만 옛 길을 따라가면 벚꽃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호남고속국도를 이용할 경우엔 광산나들목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를 지나면 영암읍에 이른다.



#영암벚꽃#구림마을#왕인문화축제#회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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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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