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자와 라면을 비롯한 고열량, 저영양 식품 TV 광고가 금지된다. 안홍준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17명이 공동 발의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오후 5~9시 사이에는 과자와 라면 같은 '정크푸드'에 대한 TV 광고가 금지된다는 것이다.
이미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은 청소년들의 TV 시청 시간대에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등의 광고를 제한하고 있고, 미국과 호주에선 학교 내 식당과 매점에서 고열량, 저영양 식품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방송사, 식품업계, 제과업계 그리고 광고업계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동안 '정크푸드'에 대한 TV 광고 제한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따라서 국회에서 여야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이번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린이식품 안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TV 광고 제한 및 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① 어린이들이 TV를 많이 시청하는 오후 5~9시 사이에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 광고를 금지한다.② TV 광고 금지 시간 외에도 만화, 오락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중간광고에서도 고열량, 저영양 식품 광고를 금지한다.③ 광고금지 시간 외에도 어린이의 잘못된 식생활습관을 조장하는 TV 광고 등을 하는 자에 대해 해당 광고의 내용변경 또는 광고 금지를 할 수 있도록 한다.④ 어린이 기호식품 광고 금지 조항을 위반한 자에게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TV 광고가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막강하다. 아이들은 TV 광고를 모두 진실이라도 믿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TV 광고가 아이들의 조르기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저녁시간 TV 광고 금지의 중요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 12~17세 청소년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부모들은 평균 아홉 번을 조르면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정한 물건을 사기 위하여 50번 이상 부모를 조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부모를 조르는 물건은 모두 TV 광고에서 본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전 린, <TV 광고와 아이들>)
따라서 비만이나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고열량, 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의 과다한 TV광고는 분별력이 미숙한 어린이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여 과잉소비를 유도함으로써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안홍준 의원은 "최근 어린이 비만율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고, 어린이 비만은 곧바로 성인 비만으로 이행되어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TV 광고 매출보다 어린이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란? |
▲ 간식용 가공식품 : 과자류, 캔디류, 빙과류, 빵류, 초콜릿류, 가공우유, 발효유류, 아이스크림류, 어육소시지, 과일, 채소주스, 과일 채소 음료, 탄산음료, 유산균음료, 혼합음료
▲ 간식용 조리식품 : 제과·제빵류 및 아이스크림류 1) 1회 제공량당 열량 250kcal을 초과하거나 포화지방 4g을 초과하거나 당류 17g을 초과하고, 단백질 2g 미만인 식품 2)1의 기준에 해당하지 아니한 식품 중 1회 제공량당 열량 500kcal을 초과하거나 포화지방 8g을 초과하거나 당류 34g을 초과하는 식품
▲ 식사대용 가공식품 : 용기면 중 유탕면류, 국수, 김밥, 햄버그, 샌드위치
▲ 식사대용 조리식품 : 햄버그, 피자 1) 1회 제공량당 열량 500kcal을 초과하거나 (또는) 포화지방 4g을 초과하고, 단백질 9g 미만이거나 나트륨 600mg을 초과하는 식품, 다만, 면류(용기면만 해당한다) 중 유탕면류/국수는 나트륨 1000mg을 적용한다. 2) 1)의 기준에 해당하지 아니한 식품 중 1회 제공량당 열량 1000kcal 을 초과하거나 (또는)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식품
- 식약청 고열량, 저영양 식품 기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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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고열량, 저영양 식품 기준(안)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시중에서 판매 중인 컵라면의 90%, 탄산음료의 65%, 초콜릿의 37%가 광고 제한대상에 포함되고, 과자류와 음료, 아이스크림 전체로는 평균 22%, 식사대용품은 평균 72%가 고열량, 저영양 식품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관련업계에서는 국제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고열량, 저영양 식품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광고제한과 관련해서도 어린이가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 중 시청비율이 50% 이상인 경우에 한해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멜라민 파동 이후 과자를 비롯한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고열량, 저영양 식품에 대한 선진국 수준의 기준이 만들어지고, 저녁시간 TV 광고가 금지가 법으로 정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