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 아빠다. 아이에 관한 책들을 많이는 보지 못하지만 주워듣는 게 많아진다. 특히 우려되는 게 아이들의 안전사고다. 아이 때는 멋모르고 놀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집이나 학교는 흉기덩어리 투성이다. 책상 모서리나 문지방, 책이나 숟가락, 하나같이 흉기가 아닌 것이 없다.
사내아이라서 그런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끔찍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아직도 그 감각이 생생히 살아있는 유치원 때 사건인데, 2단짜리 여닫이문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친구가 문을 확 닫는 바람에 손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어린 마음에 손에서 팔까지 피가 낭자했던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직도 문득문득 생각난다.
초등학교 때도 이에 못지 않은 사건들이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가위에 손이 잘릴 뻔한 사건이다. 친구가 내 가위를 가지고 엿장수 놀이를 했는데, 가위가 필요한 나는 친구에게 가위를 달라고 손을 건넸다. 엿장수처럼 두 손으로 가위질을 싹둑싹둑하던 친구는 내 손을 보지 못하고 손에다 가위질을 해버렸다. 손이 2cm쯤 잘렸고 피가 흥건했다. 어린이라 악력이 세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지만 손이 잘린 것 같은 공포심에 질렸던 하루였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돌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내 친구가 무심코 던진 돌이 눈 바로 아래 관자놀이를 정통으로 때리는 바람에 피가 난 적이 있다. 어른들이 했다면 하나같이 범죄에 가깝겠지만 아이들은 무심코 이런 일들을 저지른다.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차조심해라, 길조심해라 말하는 어른들께 권해주고픈 사례집
어린이 안전을 위한 공익 그림책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책은 그림도 별로 없고 딱딱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안전 안내책 같은 게 있다면 엄마들이 가장 큰 위안을 받을 것이다.
'책읽는곰' 출판사와 '한국생활안전연합'이 공동으로 펴낸 <어린이안전365>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인 <학교에 갈 때 꼭꼭 약속해>(박은경 글, 김남균 그림)는 어린이의 동선을 세심하게 살피고, 각종 사고 사례를 묶어 예쁜 그림으로 표현한 어린이 책이다. 집에서 학교에 가는 길까지의 길목과 학교 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사건 사고가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골목길에서 운전을 하다가 고양이처럼 어린이가 휙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나 길을 가다가 멈추면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서 걸어오던 사람이나 자전거가 방향을 잡지 못해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은 실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 외에 횡단보도에서 손을 들고 건넌다든지 차가 멈추는 것을 보면서 길을 건넌다든지, 횡단보도 오른쪽에서 길을 건너면 사고위험이 훨씬 줄어든다는 세부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그림은 스케치북에서 갓 그려낸 연필화에 파스텔을 입혀서 친근하다. 컴퓨터그래팩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쓱싹쓱싹 그린 그림이 아이들에게 접근성을 높여준다.
길 건널 때 조심해라, 친구들이랑 싸우지 마라, 학교에서 장난 심하게 치지 마라와 같이 추상적이고 따분한 충고만을 일삼던 부모님들은 이 책을 통해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아이와 차분하게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본다면 안전사고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