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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8일 오후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 남소연

8일 국회에서는 경제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열렸지만, 전날(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문이 화두에 올랐다. '부인 권양숙씨가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고백'은 그만큼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처음부터 검찰의 칼끝은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에 맞춰져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 측근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신학용 의원은 현 사태를 조선시대 연산군 때의 '갑자사회'에 비유해 "기축사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통령 친인척, 드디어 집사람까지 연루된 부패정치의 원조세력들"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가 하면, 대국민 사죄와 재산 국고 반납을 촉구하기도 했다.

"가지가 커져 줄기를 감췄다" VS "집사람까지 연루된 부패정치의 원조"

가장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언급한 것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기본적으로 박연차 사건의 발단은 한상렬 청장 시절, 국세청에 대한 탈세로비 사건"이라며 "추부길씨 등 여권 실세 등이 개입된 게이트가 줄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줄기는 빠지고 가지로 번져 노무현 정권 비리수사로 흘러가고 있다"며 "가지가 너무 커져 줄기가 보이지 않게 감춰지고 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이 가지 수사에만 재미를 붙이고 매달리는 것 같은데, 줄기로 돌아가서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탈세로비 사건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승수 총리를 향해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박연차 사건이 터지기 불과 며칠 전에 해외로 나갔는데 빨리 불러들여 조사를 해야 한다"며 "또 천신일씨가 청와대와 여권 중진을 만나며 한 전 청장에게 로비했다는 게 이번 사건의 출발점이니, 천씨를 불러서 검찰이 조사하는 게 맞다"고 주문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박연차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총리가 관여한 일도 없고,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추부길씨가 덮어쓰려고 작심한 거 같다"며 "청와대와 비서진 등이 개입된 방향으로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의원에 이어 연단에 오른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과 관련 "국민의 가슴이 춘래불사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는 무능해도 부패정치 타파에는 시대적 일조를 하지 않았나, 이런 기대가 국민의 염원 속에 있었다"며 "그런데 이런 기대가 허무하게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니 국민의 가슴에 휑하니 찬바람이 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성토는 조금씩 수위를 높여 갔다.

"'반칙, 특권 없는 세상, 청렴, 선, 정의 온갖 화려한 용어로서 분칠했던 과거의 집권세력, 정치세력' 오늘 신문 보셨죠? 대통령 친인척, 드디어 집사람까지 연루된 부패정치의 원조세력들.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하고 반성하십시오!"

"검찰 칼끝, 처음부터 노무현 정조준" VS "기자 시절 칭찬 기사 썼는데..."

오후에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민주당 의원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신학용 의원은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어제저녁 발표된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문을 접한 뒤로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사실 관계를 시인한 이상, 검찰 조사와 응분의 법적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면서도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박연차 사건 수사가 처음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를 현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처음부터 검찰의 칼끝은 전 대통령과 전 정권 핵심 측근들에 맞춰져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 측근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른바 MB악법과 추경예산을 밀어붙이고, 재보궐 선거까지 승리하겠다는 현 정권의 전략은, 그 목적을 일부 달성했고, 작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신 의원은 특히 "작금의 현실은 마치 프랑스 혁명 시대의 공포정치나, 조선시대 붕당정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난 듯하다"며 "당시 실각한 반대세력에 대해 형사권력을 동원하여 잔인한 숙청이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치 보복뿐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잇달아 형사처벌하여 언론을 탄압하니, 연산군 시절의 갑자사화에 비견될 만하다. 올해가 기축년이니, 후세들로부터'기축사화'라 불릴 수도 있다."

그러자 이번엔 전직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저는 과거 신문기자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정치는 비판을 많이 했지만 도덕성이나 권위를 벗어던진 것에 대해서는 칭찬하는 기사를 많이 썼다"며 "어제 사과문을 보고 그의 도덕성마저 부서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까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진 의원은 이어 "그런데 어제 사과문은 '정치인 노무현'의 진정성보다 '변호사 노무현'의 계산이 보이는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재산을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그게 노무현의 당당함이다"고 주장했다.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여야 의원들은 좌석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노무현 사과문#국회 대정부질문#박연차 리스트#기축사화#검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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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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