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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붓꽃
솔붓꽃 ⓒ 안병기

 

산기슭

후미진 비탈에

솔붓꽃 두 송이 오순도순 피어 있다

 

생각난다

초등학교 시절

삼삼은 날 올 가락 길게 마당에 늘여 놓고

베매기 할 때면 

할머니 바쁜 일손 거드느라

솔에 풀 묻혀 날 올에 바르던 일

바를수록 더욱 질겨진다고 해서

수십 번도 더 찍어 발라야 했지

세상에 힘든 일 쌔고 쌨다지만

삼베짜기만큼 고단한 일 드물 거라

그 노동 힘겨울 때면 부르시던  

할머니 베틀노래 듣고 있노라면

영문도 모르는 어린 마음이 덩달아 심란해졌지

 

그때

베매기 연장으로 썼던 솔을

저 솔붓꽃의 뿌리로 만들었다는 걸

먼 후제야 알았지

꽃이고 사람이고 간에

거칠고 질긴 뿌리가 밑받치고 있어야만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는 걸

오랜 나날이 흐른 다음에야 깨달았지

 

케케묵은 그 옛날

주먹구구식 실용주의에는 그렇게

거칠고 튼튼한 뿌리라도 있었다는 걸

뉘우침 없이 내달리는 문명을 추종하는

오늘의 세련된 실용주의는 모를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까마득하게


#솔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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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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