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부추 첫물은 사위자식도 안 준다고 했다. 부추는 5신채의 하나로 불가에서도 금하는 식품이다. 부추가 제철을 만났다. 파릇하니 돋은 부추의 새싹은 그저 보기만 해도 신선함과 함께 힘이 솟구친다. 부추에 청양고추를 넣어 지져낸 부추전 한 장이면 잃었던 입맛도 싹 돌아온다.
오랜 봄 가뭄으로 여기저기서 산불이 나고 있다. 건조한 산야에 비라도 한바탕 쏟아졌으면 좋을 텐데… 비 소식도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부추전 또한 비오는 날 먹어야 제격인데 말이다. 혹 비소식이라도 있을까 귀 기울인 안방의 TV에서는 따뜻한 봄 날씨에 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공원과 여행지는 상춘객으로 들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집안은 온통 부추전 냄새로 가득하다. 주방에서 부추전을 부쳐냈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소반에 삥 둘러앉아 먹는 부추전의 맛은 별미다. 싱싱한 부추를 듬뿍 넣어 노랗게 부쳐낸 부추전은 식욕을 부추긴다. 그러고 보니 부추의 이름이 심상치 않다. 식욕을 부추긴다고 해서 부추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밀가루와 계란에 물을 넣어 묽게 반죽한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튀김가루를 넣어주면 바삭하니 좋다. 살아 숨 쉬는 부추를 듬뿍 넣은 부추전도 그만이지만 취향에 따라 오징어, 홍합 등의 해물이나 김치 등을 넣어 만들어 먹어도 좋다. 재료를 충분하게 넣어주어야 전이 맛있다. 해물전을 부칠 때는 해물을 마지막에 넣어 주어야 팬에 눌러 붙지 않고 잘 익는다. 또한 자주 뒤집으면 맛이 떨어지므로 노릇하니 익은 다음 뒤집어야 한다.
부추에는 아주 다양한 효능이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감기 예방에 좋으며 부추의 아릴성분은 소화를 돕고 장을 튼튼하게 한다. 부추 즙은 피를 맑게 하며 열매는 '구자'라고 하여 비뇨기계 질환의 약재이며, 혈액정화, 강장, 강심제로 쓰인다. 이 밖에도 산후통, 치질, 치통, 변비 및 구토증의 치료와 개선에 효과가 있다.
사람의 몸은 습하고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조절을 위해 기름기 있는 음식을 원한다고 한다. 비오는 날 부침개가 당기는 이유다. 부침개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사실 간식거리로 부침개만한 것이 없다. 부침개 하나 부쳐놓고 막걸리 한잔 걸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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