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 13일 10시 15분]신경민의 '마지막' 클로징 멘트 "희망을 품을 내일이 언젠가 올 것임을 믿는다" 2009년 4월 13일 밤 9시 40분께,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흘러나왔다.
"회사결정에 따라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그동안의 제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희망을 품을 내일이 언젠가 올 것임을 믿습니다. 할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뉴스센터에서 나온 신경민 앵커는 기다리고 있던 후배들, 그리고 제작진과 악수를 나눴다. "그동안 고마웠다", "000씨 덕분에 실수 없이 잘 했다"는 등의 말도 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웃으면서 "잘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이라는 반응만 보였다. 신 앵커는 <오마이뉴스>의 간단한 인터뷰 요청에도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한편 신 앵커와 13개월 여 호흡을 맞췄던 박혜진 앵커는 13일 <뉴스데스크> 방송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섭섭하고 씁쓸하다"면서 신 앵커를 가리켜 "소신있고 용기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앵커는 "클로징 멘트는 갑자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며 그동안 신 앵커는 이를 위해 충분히 구상하고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국민들의 반응이 있는 것도 그런 진심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3신 : 13일 저녁 7시 10분]신경민 "마지막 클로징 멘트 생각해 놨다", 기자들은 보도국장 불신임안 가결 신경민 앵커는 13일 오후 6시께 <뉴스데스크> '마지막' 분장을 위해 분장실로 들어서다 입장을 묻는 기자들과 마주쳤으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꺼렸다. "할 말은 많지만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앵커는 13일을 끝으로 <뉴스데스크>를 떠나게 되며 내일(14일)부터 6일 동안 휴가를 떠난다. 그는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13개월 동안 휴가를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는 분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도 "기자들이 제작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개인 견해를 밝힐 수는 없지 않느냐"며 "나중에 때가 되면 할 말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 앵커는 "이번 주만 휴가를 쓰려고 한다"면서 "휴가 기간 동안 멀리는 가지 않을 것이며 집 주위에 있을 것이고 그 안에 회사 측의 인사발령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교체 사유에 대해서는 얘기 들었나? "(엄기영 사장이 낸) 담화문 봤다."
- 어떤 입장인가? "뭐라고 쓰여 있었지?"
- 뉴스경쟁력, 불공정, 불균형 등등…"(웃으며) 엄 사장이 그렇게 봤다면 할 수 없지"
- 본인의 구체적인 입장은?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개인 견해를 밝힐 순 없다. 기자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있는데 지금 얘기하는 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 할 말은 많지만…. 기자들 결정사항 보고 내 입장을 발표할지, 그냥 표표히 사라질지 (지인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 마지막 클로징 멘트는 준비했나? "대강 머릿속에 그려놨다. 언제든지 떠날 때가 올 수 있으니까 그때를 생각해 할 말은 늘 생각해 뒀다. 지난해 12월 31일에 했던 클로징 멘트와 비슷할 거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이런 클로징 멘트를 했다
'올 한해 클로징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칙이 숨 쉬면서 곳곳에 합리가 흐르는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책임, 신뢰,안전이었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배려를 뜻합니다. 내용을 두고 논란과 찬반이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불편해 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꿈과 소망은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함께 가져야 하는 겁니다. 2009년 첫날인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일은 돌아올 수 없게 됐다.
한편 13일 오전 사측의 '앵커 교체' 결정 소식을 듣고 마라톤 회의를 해 온 MBC 기자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전영배 보도국장 불신임하기로 했다. 닷새째 이어오고 있는 '제작거부' 역시 그대로 유지키로 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MBC '보도본부 차장 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3일 오후 6시 20분께 투표를 통해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으며 96명의 기자 가운데 93명이 보도국장 불신임에 찬성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아예 새 지도부를 꾸리고 13일 오전부터 마라톤 회의를 열어 '강경 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전영배 보도국장 불신임안을 압도적(96명 중 93명 찬성)으로 가결시켰으며 송재종 보도본부장의 동반 퇴진도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역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더 이상 한 배를 타고 가며 침몰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13일 저녁 8시 본사 D 스튜디오에서 총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소개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새 지도부들은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우리 길은 정해졌다. 승리하기 위한 발걸음을 떼기까지 힘들었으나 이제 서로의 어깨를 걸고 부축하면서 승리의 그날까지 가자."(이성주 비대위 위원장)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자괴심이 아닌 자부심을 갖고 공정보도하고 싶다."(김연국 대변인) 최혁재 전 비대위원장은 "어려울때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줘 무겁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앵커 교체 강행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우리는 오늘 결정을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으로 규정한다"면서 "우리의 제작거부는 신경민 앵커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며 앵커가 누가 되든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전영배 보도국장은 이미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앵커 교체 문제는 노조와 기자회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던 3월 27일 발언을 열흘 만에 뒤집었다. 또한 제작거부 와중에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다. 11일 아침뉴스 톱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기고 갑자기 사라졌다.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측근 기업인 천신일씨에게 수십억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였다.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 반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들은 "제작거부는 무겁고 가슴 아픈 결정이지만 기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순수한 결단"이라면서 "이 정당한 요구를 경영진이 계속 외면으로 일관하는 한 제작거부 투쟁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역시 13일 밤 성명을 내 보도국장 교체와 경영진의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본부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경영진과 함께 갈 수도, 함께 갈 이유도 없다"면서 "MBC의 존재이유가 공영방송 수호에 있는 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더 이상 한 배를 타고 가며 침몰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총회가 끝날 무렵 신경민 앵커가 진행하는 마지막 <뉴스데스크>가 복도 TV에서 시작됐다.
한편 14일부터 기자들의 투쟁 수위는 더욱 높아져 제작거부는 계속 유지되며 '직접행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MBC 본부 조합원들은 14일 오전 8시 사장실 복도를 점거하고 보도국장 퇴진, 사장 사과를 요구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MBC 19개 계열사 지부 조합원들 역시 '일방적인 앵커 교체'에 항의하며 14일 오전 9시부터 기사를 본사로 송출하지 않기로 했다.
[2신: 13일 오후 2시 40분]신경민 앵커 "오늘까지만 진행... 개인견해 밝히는 것 적절치 않아"
13일 오전 MBC 경영진으로부터 교체 방침을 통보받은 신경민 앵커는 "MBC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하고 있는 만큼, 지금 교체 결정에 대한 개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협회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이 말하면서 "사측에 "오늘(13일)까지만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2시께부터는 <뉴스데스크> 편집회의가 열린다. 편집회의에서 신 앵커의 요청이 수용된다면 그는 오늘 밤 방송을 끝으로 13개월여 만에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현재 MBC 기자들은 이후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한 기수별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 보강: 13일 낮 12시 20분]엄기영 사장 "경쟁력 강화 위해 교체, 정치적 압력 아냐"결국 엄기영 MBC 사장의 결정은 '신경민 OUT, 김미화 STAY'였다. 그동안 줄곧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의 교체를 반대해왔던 기자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엄기영 MBC 사장은 13일 오전 임원회의를 마친 뒤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뉴스데스크> 앵커는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는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엄 사장은 이어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방송"이라면서 "후임 앵커는 이 기준에 비춰 최선의 선택이 이뤄지도록 투명하게 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엄 사장은 "내부 인력 기용 차원에서 교체여부 검토했지만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제작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봄 개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면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씨는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엄 사장은 "회사는 다각도로 판단하여 고심어린 결정을 내렸다"면서 "제작 거부에 들어갔던 사원들은 방송 현장으로 복귀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 사장의 바람대로 기자들이 방송에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경영진의 방침이 전달된 직후 기자들은 각 기수별로 총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도부문 차장 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를 수렴해 이후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차투쟁'을 벌였던 라디오 PD들은 오전 11시부로 전원 업무에 복귀한 상태며 오후 2시 PD들의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후 신경민 앵커의 거취 문제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신 앵커 역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MBC 사원 여러분!
최근 방송 구조 개편 논의와 유례없는 경영 위기로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해 시시각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순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봄 개편과 함께 프로그램 경쟁력과 공익성을 높여야 하는 일은 무엇보다 무거운 과제입니다.
이 같은 시기에 뉴스데스크 앵커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문제로 제작 거부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진행자 교체를 둘러싼 일부 사원들의 주장은 나름대로 공영성을 지키겠다는 충정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서 회사 측에 일방적 수용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들어간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MBC 사원 여러분!
최근 일련의 회사 정책 결정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의견 분출은 정당한 내부 소통을 넘어 조직의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는 MBC의 경영을 책임진 사장으로서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진행자 문제에 관해서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먼저 뉴스데스크 앵커는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경영진과 사원 간에, 구성원 내부에서 일부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가 염원하는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입니다. 후임 앵커는 이 기준에 비춰 최선의 선택이 이뤄지도록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투명하게 선발토록 하겠습니다. 구성원들의 객관적인 평가와 의사를 존중하고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진행자는 교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부인력 기용 차원에서 교체여부를 검토했지만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제작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이번 봄 개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MBC 사원 여러분!
봄 개편을 앞두고 검토해온 진행자 교체 문제에 대해 회사는 다각도로 판단하여 고심 어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내부 혼란에서 벗어나 방송 정상화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제작 거부에 들어갔던 사원들은 방송 현장으로 복귀해주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MBC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좋은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도록 합시다.
2009. 4. 13.
문 화 방 송 사 장 엄 기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