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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질방이'란 별칭이 있는  민들레. 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안질방이'란 별칭이 있는 민들레. 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 안병기

 

해거름녘

꽃 핀 벚나무 늘어선 길가에서

민들레정거장에서 보았다

한 안질방이 노파가 풀석 주저앉아 있는 것을

그렇게 여기 쭈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느냐 물었더니

곤궁한 살림살이 견디지 못해

어느 바람 부는 날

뿔뿔이 흩어져

대처로 훌쩍 떠나버린

자식들을 기다리노라 했다 

집으로 돌아가셔서

편안히 앉아 기다리시면

어련히 알아서 돌아올 텐데

무엇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하시느냐 물었더니

세상엔 기다림이 삶의 기쁨이 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민들레정거장에 

서서히 등이 켜지자

속절없는 기다림에 지친 한 생애가 졸리운 듯이 

두 눈을 자꾸만 깜박 거렸다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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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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