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다. 하도 걱정이 돼서 나왔다. 종교인 입장에서 '4대강 정비사업'에 찬성하기 어렵다. 걱정하며 앉아 있는 것보다 차라리 나와서 보고 싶었다. 대답이 나오지 않지만, 질문은 할 수 있기에 나왔다. 왜?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비구니 스님들이 낙동강을 걸으면서 던진 말이다. 청도 운문사 승가대학 소속 학인(學人) 스님 26명이 13일부터 2박3일 동안 낙동강 답사에 나섰다. 봄방학을 맞은 학인 스님들은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과 함께 낙동강을 걷고 있다. 지율 스님은 지난 3월 6일부터 한 달간 낙동강을 혼자서 걸었다.
학인 스님들은 강제로 참여한 게 아니다. 방학을 맞아 참여하고 싶어 하는 스님들을 모았다. 은사 스님의 허락도 받았다.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나선 스님들이다.
이들은 이번에는 주로 낙동강 상류지역을 답사한다. 스님들은 낙동강의 생태와 환경, 문화를 보고 느끼고, 관찬한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주요 현장에 들린다.
첫날에는 안동의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안동댐, 임하댐도 둘러보았다. 낙동강 둑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첫날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어느 식품회사에서 가져온 도시락이 아니다. 밥을 담아 도시락에 담아 와 반찬이라 해봤자 김치뿐이다.
낙동강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되어 공사가 한창인 '안동 2지구 생태하천 조성 사업' 현장도 둘러보았다. 비구니 스님들은 '4대강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된 안동시 용상동 법흥교 일대를 걷기도 했다.
비구니 스님들은 13일 저녁에는 모여서 낙동강 보전을 주제로 토론도 벌였다. 첫날 저녁은 안동 회룡포 마을에서 주민들의 도움 속에 민박하면서 숙식했다.
둘째 날에는 경북 예천과 문경, 상주 일대를 답사하고, 세쨋 날에는 왜관과 구미, 대구 일대를 걸을 예정이다.
지율 스님은 "그동안 운문사 스님들과 여러 번 만나면서 친분을 쌓아왔고, 천성산뿐만 아니라 낙동강 보전에 있어 뜻을 같이 해오고 있다"면서 "이번에 봄방학을 맞아 스님들이 기꺼이 낙동강 답사에 동참해 주셨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스님들은 산 속에 있어 바깥 일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국토가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말로 해주어도 한 번 눈으로 보고 스스로 느끼는 것만 못하기에 함께 길을 나섰다"고 말했다.
운문사 진광 스님은 "마음이 아프다"는 말부터 했다. 진광 스님은 "낙동강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곳곳이 개발되고 있으며, 개발을 위해 둔치의 갈대가 불태워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얼마전 낙동강을 순례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없던 포클레인이 들어서 있는 상황을 보니 막막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광 스님은 "이번에 낙동강 걷기에 나선 스님들은 사실 이곳에서 무슨 개발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면서 "하지만 모두 트럭이 들락거리고 포클레인이 강을 파는 상황을 보면서 모두 갑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