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교수 감금' 사태로 출교를 당했다가 법원의 판결을 통해 복학했던 고려대학교 학생 7명이 '무기정학'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들 7명 중 3명은 졸업을 한 상태이다.
이들 '출교생'들은 2년간의 투쟁 끝에 법원으로부터 출교 무효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출교 결정이 내려진 2006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는 '휴학'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고려대 측은 "법원이 출교 무효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학생들의 잘못이 사라진 게 아니다"라며 '출교생'들의 학적부 기록을 '무기정학'으로 바꿨다.
"총장이 일방적으로 면담 약속을 파기했다"또한 고려대 측은 이달 초 학생들의 징계를 결정하기 전 총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항의했다는 이유로 면담을 취소했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는 14일 오후 1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비민주적 무기정학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항의서한을 총장실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부재 중이어서 직접 서한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고려대학교 부총학생회장 박재균씨는 "총장이 학생들과의 면담조차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법원의 판결 위에 서려고 하고 있다"며 "법위에서 노는 이명박 정부를 축소시켜서 고대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고대녀'로 알려진 '출교생' 김지윤씨는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며 "징계를 강행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의 전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징계가 학내의 분위기를 냉각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려대학교 문과대 학생회장 이민영씨는 "일방적인 항의를 했다는 이유로 면담을 파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학생들과 소통을 하겠다는 이기수 총장은 어디 있나"라고 꼬집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본때 보여주기 위해 '출교생' 이용한 것"이날 집회에는 2008년 2월 징계가 풀려 그해 여름에 졸업한 '출교생' 서범진(27, 철학과 졸업)씨가 눈에 띄었다.
서씨는 "2006년에 했던 시위가 운동권 학생들을 공격하기에 좋은 구실이 된 것 같다"며 "올해 학생회가 등록금과 입시비리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회에게 본때를 보이기 위해 '출교생' 사건을 다시 꺼내 본보기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씨는 "완전히 잊고 지냈는데 또 다시 문제를 삼는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출교 때문에 학업도 뒤처져 있고, 생활하기도 바쁜데 다시 이 문제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게 끔찍하다"고 밝혔다.
또 서씨는 2006년 시위 당시 16시간 동안 교수들에게 폭력을 사용해 감금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학교에서 서면으로도 항의 접수(보건대학 학생들에게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항의)를 받지 않아 시위가 길어졌을 뿐이다. 시위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요구안을 받기 전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상황이 길어진 것인데, 학교에서 이것을 잘 활용했다. 우리가 하지 않은 일까지 더해서 '감금일지'라는 것을 만들었다. 결국 법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이 났다. 학교 측은 '감금'을 과장하면서 자신들의 비민주적인 태도를 가린 것이다."한편, 징계를 통보한 고려대 학생지원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은 잘 모른다. 지금은 차장님이 자리에 없으니 나중에 통화하라"며 대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지원부 차장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졸업생인데 어떻게 학교까지 와 집회에 참여하게 됐나?"타 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수업 준비 때문에 바쁜데 갑작스럽게 소식을 듣고 오게 됐다."
- '휴학'이 '무기정학'으로 바뀐 것을 어떻게 알았나?"서면을 통해 집으로 통보가 왔다. 상벌위원회를 소집을 해서 새로운 징계를 논의를 해야 하니까 학교로 출석해서 소명을 하라고 써있었다."
- 졸업생 신분으로 그런 통보를 받으니 기분이 어땠나?"엄청 황당했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악몽이 시작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또 문제를 삼는다고 하니까 당황스럽다. 대응을 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지금 매우 바쁜 시기이다. 출교 때문에 학업도 뒤처져있고 생활하기도 바쁜데 다시 이 문제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 왜 이런 결정이 났다고 생각하나?"학교가 항소를 안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일 없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2006년에 했던 시위가 운동권 학생들을 공격하기에 좋은 구실이 된 것 같다. 올해 학생회가 등록금과 입시비리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이 학생회에게 본때를 보이기 위해 '출교생' 사건을 다시 꺼내 본보기로 사용한 것이다."
- 2006년 시위 당시 16시간 동안 교수들에게 폭력을 사용하며 감금했다는 것은 사실인가?"학교에서 서면으로도 항의 접수(보건대학 학생들에게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항의)를 받지 않아 시위가 길어졌을 뿐이다. 시위 학생들은 교수들에게 요구안을 받기 전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상황이 길어진 것인데, 학교에서 이것을 잘 활용했다. 우리가 하지 않은 일까지 더해서 '감금일지'라는 것을 만들었다. 결국 법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이 났다. 학교 측은 감금 사실을 과장하면서 자신들의 비민주적인 태도를 가렸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처해 나가야할 방향은?"학교 안에서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항상 벽을 보는 듯한 심정이어서 답답했다. 이번에도 총장님이 최종 사인하기 전에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사인만 하고 해외로 가버렸다. 오늘 항의서한을 전달했지만 잘 전달될 것 같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학교 내에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민단체나 학생들과 연대해서 법적대응을 하고, 항의집회도 진행해 나가겠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