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업무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피해자들이 미수금(일명 공탁금) 지원금의 산정기준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현재 일본이 공탁금으로 현재까지 일본 법무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미수금을 직접 환수하는 방법 대신,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당시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올해 초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명확한 기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화폐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제에 강제 동원돼 부친이 사망한 이윤재(66.서울)씨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 유족 2명은 '태평양전쟁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제기한 위로금 재심의 신청을 기각한 데 반발해, 지난 2월 2일 서울행정법원에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정식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부친은 해군에 징병된 후, 1944년 11월경 사망했다. 봉급 약 4000엔과 부양료 약 1000엔 등 동경법무국에 공탁된 미수금은 현재 5828엔 정도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에 반발해 행정소송이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 값 취급하나... 희생자 또 한 번 모독"
이씨는 소장에서 "현재 일본 정부는 공탁금 명부와 더불어 강제 징용 희생자들의 임금을 공탁금 형태로 관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공탁금 등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미수금 지원금이란 형태로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고 있다"며 "위원회의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2월 위원회에 '일본에 보관중인 미수금(일명 공탁금)에 대해 정부가 찾아올 노력을 한다면 부족하나마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만약 일본에서 보관중인 미수금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정당한 보상이 아닌 한 수령할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씨는 "한국은행으로부터 해방 당시 1945년과 2005년 현재를 비교할 때 금값 기준으로 약 14만배의 가치 차이가 있다는 회신을 받은 바 있다"며 "개 값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객관적 기준도 없이 이제 와서 1엔당 무조건 2000원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을 또 한 번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의제기 않겠다" 피해자에 서약서 요구
한편, 정부가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관계규정에 의하면 신청인은 위로금 등을 받았을 때는 같은 내용으로 법원에 제소하지 않는 등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시 청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피해자 여운택씨(86)씨 등은 "현행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법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 재판을 받을 권리, 인간존엄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한 피해자 유족은 "정부가 보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권리로 피해자들 입까지 봉하겠다는 것이냐"며 "정부가 정정당당하게 일본에 있는 돈을 찾아 올 생각은 않고, 피해자들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으려 한다"며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를 강력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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