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에 문자를 받았다.
'이주원 요셉님이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기억하고 기도해 주세요.'
그의 나이 예순 하나. 한참 열정적으로 활동할 나이에 심장마비로 인한 부고라니 갑자기 마음 한 쪽이 싸해져 온다. 샹송 가수인 친구 전마리의 남편으로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에서 가수로 활동한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로 또 같이' 활동을 끝으로 그는 텃밭을 가꾸며 별다른 음악활동을 벌이지 않았던 것 같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경영하던 카페에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느 날 마리가 신문지에 곱게 싼 호박을 건네주며 남편이 귀농을 해서 헬렌과 스콧 니어링처럼 살자고 한다며 귀농하면 더 풍성하게 나누려고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급격하게 변한 물질화된 세상에서 자신의 소박한 꿈을 펼치기에조차 옹색한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니 말이다. 어쨌거나 세상이 한 음악가의 꿈을 너무 빨리 좌초시킨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활동이 왕성하던 80년대와 90년대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프랑스 음악 축제의 날인 페뜨 드라 뮤지크( Fete de la musique)날에 프랑스 문화원에서 협연 공연을 해주던 일, 그 때 상으로 주던 테이프와 티셔츠에 눈이 멀어 함께 노래 부르는 팀에 끼어 노래하던 일, 샹송 가수인 전마리가 프랑스 문화원에서 샹송을 가르칠 때 따라와 기타 반주를 해 주던 일, '따로 또 같이' 시절엔 라이브 콘서트 무대에서 싱어송 라이터가 아닌 가수로 직접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던 일, 자신이 경영하던 카페 '혼비여비(혼자서 내리는 비, 여럿이 내리는 비)'에서 펼치던 라이브 무대...
들길 따라서
-이주원 곡-
들길 따라서 나 홀로 걷고 싶어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새기며
나는 한 마리 파랑새 되어
저 푸른 하늘로 날아가고파
사랑한 것은 너의 그림자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
물결 따라서 나 홀로 가고 싶어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안으며
나는 한 조각 작은 배되어
저 넓은 바다로 노 저어 가고파
사랑한 것은 너의 그림자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그림자
양희은이 부른 '내님의 사랑은' '네 꿈을 펼쳐라' '한 사람' '들길 따라서' 등 주옥같은 가사의 서정성 짙은 포크 음악을 남겨놓고 훌쩍 떠나간 이주원씨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샹송 가수인 친구 전마리가 남편이 남긴 노래를 또 다시 샹송으로 번안해 그를 기억하는 올드 팬들에게 들려 줄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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