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전국 여기저기서 벚꽃 만개시기에 맞추어 벚꽃 축제 소식이 들려오더니 단 며칠만에 벚꽃축제는 막을 내리고 그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벚꽃들도 눈처럼 휘날리며 거리로 내려앉아 버렸다.
이제 벚꽃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새파란 잎사귀만 매달려 있을 뿐 평범한 나무로 돌아가고 있다.
'이젠 봄꽃인 벚꽃도 지고 금방 여름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는데 벚꽃의 아름다움을 대신할만한 다른 아름다운 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직도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꽃천지 봄은 우리 곁에서 멀어지기 싫은가보다.
벚꽃을 대신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배꽃(梨花)이었다. 배꽃은 마치 나무에 소금을 뿌려놓은 양, 아니 나무에 새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활짝 핀 배꽃은 거리마저 환하게 만들었다.
눈에 들어오는 또 다른 봄꽃은 철쭉이었다. 울긋불긋하게 핀 모양이 주변 경관과 제법 잘 어울린다. 철쭉 옆에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길게 뻗어있는 이름 모를 꽃이 무리를 이루어 피어있는 것이 마치 '나도 봄꽃인데'하며 수줍은 듯 피어있다.
철길이 뻗어있는 철로변에는 노랗게 만개한 유채꽃이 자태를 드러냈고, 노란 꽃하면 빠질 수 없는 야생화의 대표적인 꽃인 민들레가 이보다 더 노란색은 없다는 듯 샛노란 빛깔을 뽐내고 있다.
특히, '무릉도원'하면 생각나는 복사꽃은 어느샌가 만개를 해서 절정을 이루고 있어 복사꽃 축제가 열리는 조치원으로 가볼까 하는 충동도 생기게 만들었다.
다양한 봄꽃을 감상하며 길을 가고 있는데, 또 하나의 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동백꽃이었다. 이미 만개시기를 지나 그 수명을 다해 바닥에 많은 꽃들이 떨어져 있었지만, 아직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꽃은 동백꽃만의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니 벚꽃도 이미 그렇게 되었지만, 길을 걸으면서 본 배꽃, 복사꽃, 철쭉 등도 얼마 안 있으면 곧 수명을 다하고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한 것을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사람들을 감상에 젖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다양한 봄꽃들이 있어 '봄'이라는 계절이 오기를 그렇게 바라는 것이고, '봄'을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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