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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니2 시동을 걸어봤다. '마후라' 문제로 굉장히 우렁찼다
포니2 시동을 걸어봤다. '마후라' 문제로 굉장히 우렁찼다 ⓒ 이정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IMF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그래서 1998년에 화제가 된 사람을 다시 떠올려봤다. 그 때 주제는 근검이었다. "IMF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승용차를 17년째 타고 있다"는 식이었다. 다시 10여 년이 지났다. 다시 경제 위기가 찾아왔다.

그의 '포니2 사랑'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지금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뭔가 있지 싶었다. 허나 곽효무(64)씨의 전화 목소리는 다소 퉁명스러웠다. 예전에 다 나간 이야기고, '보따리'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무엇 하러 오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래도 전주에 가고 싶다고 우겼다. 간신히 인터뷰 허락이 떨어졌다. 20일 전주 고속버스 터미널, 택시를 타고나서야 곽씨의 반응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확실히 유명인이었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그가 운영하는 한약방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포니2 시승기는 물거품... "내가 영화배우도 아니고"

 '포니2 27년' 곽효무씨
'포니2 27년' 곽효무씨 ⓒ 이정환
문제는 날씨였다. 하필 비바람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었다. '포니2 시승기'란 속보이는 '가제'는 날아갈 공산이 컸다. 자식처럼(나중에 이 말을 썼다 혼났다), 애지중지하는 차다. 비를 맞히고 싶을 리 만무했다. 다소 귀찮아하는 전화 목소리도 신경이 쓰였다.

택시는 사진에서 봤던 그 '차고' 앞에 정확히 섰다. 그런데. 포니2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 다른 곳에 두셨나? 그동안 신형 승용차와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했다. '똥차'로 뭇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다가 '금차'로 변한 셈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손을 탈 만도 했다. 곽씨는 "어디 다른 곳에 숨겨놨다"며 웃었다.

- 취재 귀찮아하시는 것 같더라. 맞나?
"엄청 왔었으니까. TV에서 온다는 것도 귀찮다고 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항상 그 말이 그 말이고, 옛날 기사 보면 '보따리' 거기에 다 있구만, 뭐. 앞으로는 안 하려고(취재에 응하지 않으려고). 무슨 내가 영화배우도 아니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고. 그동안 솔찬히 했으니까."

- 영화도 두 편 찍었다고 했다. 무슨 영화인가?
"우리 엄마 예뻐요인가? (손사래를 치며) 모르겄다. 나 보지도 않았어. 돈 20만 원 받으면서, 늙은이가 무슨 지랄인가. 그게 시간을 솔찬히 빼 간다니까. 굉장히 귀찮더랑께."

사람들이 비웃던 '똥차', 이제는 '황금차'

- 그래도 유명세 때문에 좋은 적도 있지 않나.
"IMF 터지기 전만 해도 사람들이 '똥차'라고 비웃었다. 사거리에서 신호 기다리고 있으면, 옆 차 유리창 내리고 막 웃어 쌌고. 학교에서 집에 무슨 차 있냐고 조사하면, 우리 집 아이들이 포니2란 소리를 못했다네? 그러더만 IMF 터지고 막 알려지다 보니까, 검소하고 근면·성실한 사람으로 봐주더라 이 말이지. 여기 오는 손님들도 '이 집은 틀림없는 집, 거짓말할 줄 모르는 집'이라 믿어주고.

덕분에 독일 월드컵 때는 프랑크푸르트에도 갈 수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대기업한테 그렇게 호강 받기는 또 처음이구만. 토고전 응원도 하고, 일류 호텔에, 일류 음식점에, 로렐라이 언덕인가? 그늘 밑에서 포도주도 마시고. 그것만으로도 (포니2) 본전 뽑았지(웃음)." (그는 2006년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한 '한 차량 가장 오래 탄 고객'으로 뽑혀 독일월드컵 원정응원을 갈 수 있었다)

- 죄송한 이야기지만, 많이 유명해졌으니 돈도 따랐을 것 같은데.
"돈? 끼니 걱정 안 하고, 내 집 있으면 부자 아닌가."

- 한약상은 얼마나 한 건가.
"이 자리에서만 40년 정도 했다."

 포니2
포니2 ⓒ 현대자동차
'포니'를 타보거나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그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니1의 속편 '포니2'는 국내 최초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F/L, 기존 모델에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술을 적용한 모델)이다.

둥근 맛을 살린 디자인과 새로운 형태의 5도어 해치백 스타일로 출고가 되자마자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84년부터 캐나다 판매를 시작하여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훗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은 차로 기록되기도 한다. 1982년 1월부터 1990년 1월까지 생산대수는 모두 35만9007대(내수 20만7221대)였다.

길이 4029mm, 너비 1566mm, 높이 1327mm로 배기량 1.2리터형과 1.4리터형 2종류의 엔진을 얹었으며, 모두 4개모델이 생산됐다. 엔진은 수냉식 직렬 4기통 OHC였으며, 1.2리터형의 경우는 기존 포니와 같았으나, 1.4리터형은 최대마력이 12마력(6300rpm) 증대됐다. 배기량 역시 1238cc에서 1439cc로 200cc '업그레이드'됐다. 이에 따라 최고속도 역시 155km/h에서 160km/h로 빨라졌다.

또한 헤치백 스타일(차체 뒤쪽에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있는 형태)의 포니2는 주행 때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절연보디를 적용했으며, 뒷 유리 와이퍼 및 충격흡수식 스티어링 컬럼(핸들과 핸들기어를 연결시켜주는 축), 브레이브 부스터(유압식 브레이크와 함께 사용하는 진공식 배력(培力)장치를 말한다)를 설치했다.


"아반떼 타고 다닐 때보다 더 즐거워"

- 그 중 포니2와 한 시간이 벌써 27년으로 알고 있다. 아직도 운행하나?
"그렁가? 허허, 그러네. 한약재를 구하려면 산간지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 때만 해도 교통이 지금 같지 않았으니까 차를 사게 됐지. 지금은 그 차 타고 시외는 못 다니지. 27살이나 먹었는데, 멀리 갈 때는 못 가지. 또 이제 그 차가 아니라도 차가 서너 대 있응께."

- 어떤 차들이 있나?
"아반떼 2대 있다."

- 그럼 아무래도 포니2를 운전할 때와 비교가 될 것 같다. 불편한 점은?
"아반떼는 파워핸들이고, 저건(포니2) 파워가 아니니까 뻑뻑하고, 쿠션도 이제는 스프링이 가라앉아놔서."

 곽효무씨는 전주에서 '활인당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등 뒤에 보이는 약장 역시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곽효무씨는 전주에서 '활인당한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등 뒤에 보이는 약장 역시 30년이 넘었다고 한다 ⓒ 이정환

"비 오는 날에는 안 몰고 나가, 안 되지, 안 되야"

- 그래도 굳이 운전하고 다니는 이유는?
"기분이 좋으니까. 어디 관광지 주차장 같은데 있으면,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내 차 보러 '우' 달려 든다. 벤츠, 아우디, BMW, 이제는 뭐 그런 차들은 오히려 예사로 보지 않나. (포니2는) 안 보는 사람 없지. 다 쳐다보지. 우월감 같은 것이 생긴다.

그리고 27년 동안이나 함께 하지 않았나. 그동안 나를 편안하게 해준 차다. 거기에 정이 서려 있는겨. 왜 도시 가서 출세한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라 할까? 마음은 더 흐뭇하지. 아반떼 타고 다닐 때보다 즐겁고 더 좋지."

- 그럼 자식만큼이나 애지중지 하겠다.
"자식 만큼이라고 허덜 말어. 기자들 말끝마다 자식만큼이나, 자식만큼이나, 그러니 강아지한테도 자식을 갖다 붙이는 것 아냐. 그러는 거 아녀."

- 죄송하다. 애지중지 하겠다.
"(웃음) 그럼. 차는 굴려야 혀. 주차장에만 있으면 안 좋거든. 주말에 몰고 나가지. 근교로 나가 바람도 쏘이게 하고. 그걸 나는 목욕시킨다고 해. 마누라한테 그러지. 차 목욕시키고 왔네. 그럼 다 알아듣는다."

- 그럼 자식보다는 친구란 말이 낫겠다.
"그러네. 친구처럼 어디 같이 놀러 다니는 거지."

"외제차 1억 줘도 안 바꿔... 나는 지금 부자여"

 아직도 선명한 '포니2'
아직도 선명한 '포니2' ⓒ 이정환
- 사실 오늘 태워달라고 하려고 왔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듯 하다.
"(단호한 목소리로) 비 오는 날에는 안 몰고 나가. 나갔다가도 비 오면 다시 들어오는디? 안 되지, 안 되야."

- 27살이나 먹은 친구다.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부속이 문제다. 지금 자동차 머플러가 터졌어. 무지 시끄러워요. 서울 시내 다 연락해도 못 구해. 그래서 아는 공업사 갔더니 프라이드 머플러를 휘어서 하면 된다 하더라고. 불을 먹여서 좀 휘면 된다고 하네. 고장날까봐 걱정이지. 고장 잘 나진 않지만, 차 잘 만들었어. 몰고 다닐 때 보면, 지금도 밟을수록 잘 나가요. 핸들도 운행 중에는 빡빡하지 않어. 주행 중에는 아무렇지도 않아."

- 신형 중형차와 바꾸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하던데.
"사업가라고 하대? 일부러 온 사람이 있었어. 좋은 차 하나 뽑아 줄게 그렇게 하자고. 내가 미쳤어? 다른 차는 돈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단 말야. 하지만 이 차는 내가 안 팔면 못 사잖아. 지금은 뭐라고 할까? 똥차가 아니라 황금차지. 외제차 1억짜리 줘도 안 바꿔."

- 포니2가 그동안 살아오신 삶을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 젊었을 때, 가난해서 밥도 못 먹을 정도였어. 나는 놀아본 일이 없어. 왜 그 선비들이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잖어? 마찬가지여. 하루라도 놀면 좀이 쑤셔, 몸에 가시가 돋혀. 놀기만 하고 그럼 못 써. 그럼 어떻게 부자가 되야? 헌디 포니2를 보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평가한단 말여. 열심히 산 양반이라고. 그러니 일기장이여, 일기장 같은 친구지."

- 요즘 경제가 어렵다. 그 때문인지 '돈, 돈, 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심하지. 첫 술에 배부르랴란 말 있지? 밥 한 그릇 다 먹어야 배부르지, 밥 한 두 술에 배부를 수 없잖어? 그런디 그렇게 하려고, 빨리 돈 벌려고 한단 말야. 그러니 사기 치고, 도둑질하고, 거짓말하고. 이 돈이란 건 멀리 있는 게 아녀. 항상 내 가까운 데 있는 겨.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부자가 되는 거야. 뒤돌아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싶지. 나는 지금 부자여(웃음)."

ⓒ 현대자동차


#포니#포니2#자동차#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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