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으로 우리나라는 봄가뭄 들기가 쉽다. 하지만 양력 4월 20일, 이쯤에는 비가 내려 줘야 보리와 밀 등 곡식에 알이 잘 든다. 또 볍씨 뿌릴 못자리에 댈 물이 생기고, 그해 쌀농사를 무사히 잘 지을 수 있다.
곡우에 내리는 비는 그 만큼 중요했고, 그래서 조상들은 이날 내리는 비 양에 따라 한 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니 곡우에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생명수'(生命水)였던 셈이다.
그 어느 해보다 가뭄이 심했던 올봄, 이대로 가다간 한 해 농사를 망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농사꾼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였다.
다행히 오늘(20일) 곡우에 맞춰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 8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저녁 6시 현재 삼천포항 주변에 75mm, 그리고 사천읍지역에 이보다 적은 56mm 정도를 뿌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비는 자정을 지나면서 점점 그칠 전망이다.
한편 오늘 하루 귀한 비를 맞아 가장 마음 설레는 이가 농민들이었을 성 싶다. 메말랐던 논밭 주위를 그저 서성거리며 흐뭇해한 농민들도 많았으리라.
하지만 이번 비가 봄가뭄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오늘 들에서 만난 한 농민은 "오늘과 같은 비가 조만간 한 차례 더 뿌려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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