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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모래내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모래내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4·29 재보선을 일주일 앞둔 21일. 전주에서 맞붙은 무소속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사이에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 후보의 탈당 직전까지 서로 비판을 삼갔던 분위기는 아예 사라졌다. 지금은 상대방에게 "대안세력으로 불가능한 당"(정동영)이라거나 "어머니 가슴에 비수 꽂았다"(노영민 대변인)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이 임박해지자, 최근엔 서로 '친노'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사실 '친노' 딱지는 양측 모두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다. 재보선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동영-정세균, 둘 다 옛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신이다. '친노'를 약점 삼아 서로 비방하게 되면 득 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양측은 '친노'라는 민감한 단어를 써가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갔다'는 관전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동영-신건에게 29일은 민주당 친노386 심판의 날?

 

요즘 정동영 후보(전주 덕진)는 선거유세나 기자회견마다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21일 오전 전북도청에서도 정 후보는 "민주당은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의 것이 아니다"는 말로 신건 후보와의 합동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이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 때문에 무정체성, 무정책, 무리더십의 3무(無)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MB정부 중간평가로 치러야 할 재보선을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의 기득권 유지 선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독설도 나왔다.

 

정 후보는 한 발 더 나가 "29일은 친노386 정세균 지도부로부터 민주당을 되찾는 승리의 날"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의 어법을 원용하면, 전주 재보선은 'MB정부 심판'이 아니라 '민주당 친노386 심판'의 날인 셈이다.

 

무소속연합을 선언한 신건 후보(전주 완산갑)도 적극적으로 정 후보를 편들고 있다. 신 후보는 지난 19일 유세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친노386 세력들은 안 썩었느냐"며 "음모를 밥 먹듯이 하는 노무현 세력은 진실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신 후보는 또 "(친노 세력은) 전주가 자기들 것인 것처럼 하는데 전주는 자존심이 없느냐"며 "덕진에서 정동영을 쫓아내고, 완산갑에서는 노무현 세력 후보를 내세웠다, 이게 옳은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노386 심판론'을 들고 나온 정 후보의 셈법은 어렵지 않다. 민주당이 공천한 이광철 후보(전주 완산갑)에게 '친노' 딱지를 붙여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또 당선 뒤 복당의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무소속연대(정동영+신건)가 전주에서 승리한다면 민주당은 책임론이 들끓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때 '친노386 심판이 곧 민심'임을 내세운다면 복당은 한결 쉬워진다고 내다보는 것이다. 또 복당한 뒤 노선 투쟁이나 당권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전북도당 사무실에서 이광철 완산갑 후보를 배석시킨 가운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4.29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6일 전주 전북도당 사무실에서 이광철 완산갑 후보를 배석시킨 가운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대권 후보 정동영에게 "습관적 배신자, 참여정부 황태자"

 

이런 정 후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화가 날 대로 난 상태다.

 

비록 당을 뛰쳐나가기는 했지만, 그는 불과 며칠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다. 그러나 재보선 직전에 터진 '악재'(노무현 수사)를 고리 삼아 당을 공격하는 정 후보의 행태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당을 뿌리째 흔들 약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 후보는 "반드시 복당하겠다"는 선언을 되풀이하며 당을 흔들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정 후보를 향해 '습관적 배신자'라는 오명을 붙였다. 지난 20일 김유정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배신의 역사는 마침내 반복되고 있다, 배신도 습관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변인은 또 '친노386 심판론'을 들고 나온 정 후보의 태도를 적반하장이라고 몰아붙였다. 김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누릴 것은 다 누렸던 사람이 정동영 전 장관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엄연한 사실"이라며 "그런 그가 친노 세력을 운운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21일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정 후보를 "참여정부의 황태자"로 규정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정 후보를 향해 "친노386 지도부를 비난하지만 그것이 실체 없는 정치공세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참여정부의 황태자는 바로 정동영 전 의장이 아니냐"며 "이제라도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적대 행위를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4.29 재보선#정동영#민주당#친노386#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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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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