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피로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길게 늘어선 출국 수속에 지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한껏 늘어져 있다. 나 역시 가족들이 힘들 것 같아서 나 혼자 기다렸다. 수화물 대기 선에서 한 시간, 여권심사에서 1시간해서 두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두 아이가 잠들어서 아이까지 업고 있자니 다소 힘들기까지 했다.
누군가 '000다'고 외치는데 누군지 자세히 듣질 못했다. 피로했던 탓에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그'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세 명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 쓴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수 세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 '김성수다'라고 외쳤다. 누구였더라. '쿨의 김성수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다. 허름한 평복이었지만 아주 잘 생긴 미남배우 김성수였다.
김성수씨가 태국의 한 공항에 나타나자 여성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한 여성이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가만히 보니 아내도 뒷편에 보인다. 여기저기서 사인 받으려고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섰다. 대다수가 여자들이었다. 남자들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의자에 앉아 있던 여성들도, 체면 불구하고 바닥에 늘어져 있던 여성들도 모두 일어섰다. 아내도 일어섰다. 아이를 업고 사인까지 받아왔다. 김성수씨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지쳐서 피로해 보이던 거의 모든 여자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심지어 행복한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때로 유명 연예인이 사람들에게 활력도 주고, 큰 힘이 되기도 하는가보다. 사실 연예인 본인은 이런 관심이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수씨는 밝은 미소로 화답하며 자신을 찾아주는 팬들에게 성실하게 사인을 해주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자인 나 역시 활기찬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여독을 잠시 풀 수 있었다.
팬들에 둘러싸인 그의 모습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줘서. 연예인이 힘이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모든 연예인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나 역시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미디어다음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