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봄이다!
진달래, 개나리, 복사꽃, 배꽃이 연초록 옷을 입은 산천을 돌며 춤을 추는 봄이다.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미리부터 봄을 기다리곤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카메라를 메고 꽃들의 유혹에 풍덩 빠지기 위해서다. 그 어떤 유혹에 넘어가서도 안 되겠지만 화사한 꽃들에게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저 바라만 봐도 눈이 부신 봄 풍경은 소녀처럼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연두 빛 산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한 마리 새가 되어 날고픈 생각이 굴뚝같다. 보고 또 보고 쉴 새 없이 봐도 전혀 질리거나 고루하지 않다. 봄이 전해주는 강한 생명력과 산뜻함,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봄에 피는 꽃이 여러 가지로 많이 있지만, 그중 가장 화사한 꽃은 복사꽃이라 생각한다. 연분홍 꽃물결을 이루며 피어있는 복숭아밭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기 때문에 더 화사하고 아름답다.
충남 연기군 일대에 핀 복사꽃을 찾아다니느라 이른 새벽은 물론 주말 등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동네, 저동네, 이산, 저산, 먼발치에서도 복사꽃이 보일라 치면 정신없이 달려가곤 했다. 복사꽃이 다 피기도 전에 나섰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온 날도 있을 정도로 올해는 복사꽃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혼자라면 그렇게 열심히 복사꽃을 찾아 돌아다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 하는 취미생활이기에 힘든 줄 모르고 여행 삼아 다닐 수 있었고, 그 화려한 유혹에 깊이 빠져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복사꽃을 배경으로 열차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한적한 장소에 차를 세워두고 동네 뒷산은 물론 온 동네를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산밭에 심어진 복사꽃이 유난히 색도 진하고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어느 동네는 엄마가 아기를 안은 듯 복사꽃이 마을 전체를 감싸 안은 곳도 있다. 엄청 큰 복숭아 밭을 보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일도 있다. 이 큰 복숭아 밭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했는지 생각하며 농부의 구릿빛 얼굴을 그려보기도 했다.
야산에 지어진 어느 전원주택은 사방이 다 복사꽃이다. 산에다 전원주택을 짓고 주변에 온통 복숭아나무를 심어 봄이 되면 장관을 연출한다. 저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야, 정말 멋있다. 적어도 전원주택을 지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우리도 저렇게 높은 언덕에 집을 짓고 닭도 키우고 토끼도 키우고 과일 나무 몇 그루 심어 가꾸며 살고 싶다. 그치!"
"그러면 얼마나 좋아......" 우리 부부의 희망사항이다.
목표가 있으니 발품을 파는 일이 그리 힘든 시간이 아니다. 복사꽃과 봄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서로 잘 찍었네, 못 찍었네, 평도 해주고,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기다림이 결코 지루하지 만은 않다. 목표가 같으니 다니면서 서로 싸울 일 도 없다. 복사꽃 유혹에 빠진 우리 부부만의 아주 특별한 여행, 사진으로 감상하며 복사꽃의 유혹에 흠뻑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