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로부터 '불량 상임위원장'으로 지목된 추미애(민주당 3선, 서울 광진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전임 환노위원장이었던 홍 원내대표에게 공개 도전장을 내밀었다.
추 위원장은 2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려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1000만 비정규직 시대를 초래하는 MB악법"이라며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추 위원장을 겨냥해 "자기 혼자 갈등을 일으키는 1인 위원회"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 "내가 환노위원장 할 때 국회에서 환노위가 가장 모범적이었는데 위원장이 바뀌니까 가장 불량한 상임위가 됐다"고 비난했다. 오는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추미애 "비정규직법 개악, 1000만 비정규직 시대 도래할 것"
추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빨리 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의 조급함에서 나온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사회적 합의없이 절대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홍 원내대표를 향해 "환노위원장 시절에는 올 7월 시행될 비정규직법에 그렇게 애정을 보이더니, 이젠 시행도 해보기 전에 바꾸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법을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는 비판인 셈이다.
추 위원장은 또 정부 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재 국회에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정부 개정안과 올해 7월부터 실시될 비정규직법 시행을 4년 뒤로 늦추자는 한나라당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추 위원장은 "정부 여당 개정안은 비정규직을 확대시켜 국민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내수시장을 위축시켜 한국 경제를 만성 빈혈 체질로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중은 정부가 파악한 550만 명으로도 이미 OECD 최악 수준이고, 여기에 300만 명의 임시직 근로자를 더하면 850만 명 수준"이라며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을 4년으로 완화한다면 이명박 정부 임기말에는 1000만 비정규직 시대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7월 100만 실업대란설'에 대해서도 추 위원장은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재계약 대상이 될 비정규직 100만 명 중 37만 명 정도는 '반복된 근로계약 갱신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해고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전문가들이 파악한 7월 이후 실업 규모는 60만~70만 명 수준"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100만 실업 운운하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추 위원장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사회적 합의 없이 두 배로 연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보호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악을 막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안 상정권을 갖고 있는 추 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4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한나라당의 질주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추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환노위원장으로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발표가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입장"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추 위원장과 민주당은 물론, 노동계 출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마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부겸 교과기술위원장 "훼손된 것은 홍준표의 품위" 반박
한편 홍 원내대표가 추 위원장과 싸잡아 '불량 상임위원장'이라고 모욕한 김부겸(민주당 3선, 경기 군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홍 원내대표는 오만한 태도와 품위 없는 발언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특정 상임위를 두고 불량위원회니 우수위원회니 하면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자세"라며 "여당 입장에서는 정부 여당의 법안과 예산안을 수정 없이 많이 통과시키는 위원회가 우수하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법안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우수 상임위"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여당 원내대표가 여과 되지 않은 표현을 동원해 특정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처신"이라며 "인용하기도 낯뜨거운 표현으로 실추하는 것은 한국 정치의 품위고, 훼손되는 것은 발언 당사자의 인격적 품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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