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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바우처의 도입과 함께 사회서비스는 단기간 내에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2007년에는 3개 사업 2279억 원이던 전자바우처 사업은 2009년 6개 사업 3201억 원으로 2년 동안 992억 원이 증액되어 40%의 증가를 보였다.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3일까지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 제정안이 입법예고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7일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사업 선진화 방안 - 소비자 중심의 품질향상 및 바우처 이용관리 강화>(이하 '선진화 방안')를 발표하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선진화 방안'에서 기간의 전자바우처의 성과로 '수요자의 선택권 강화'와 '경쟁체계 구축',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투명성, 효율성 제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품질, 제공자 처우, 부정결제 관리 등에 대해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계속하여 문제를 제기'해 왔고 이를 받아들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 방안에 따르면 '그동안 서비스의 양적 확대에 중점을 두면서 서비스의 품질관리가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새로운 서비스 제공수단인 바우처에 대한 감시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바우처 사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민의 복지 체감도 향상을 위해'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선진화 방안'은 추상적인 방향은 제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예를 들면 '각 서비스별 국가최소품질기준'을 설정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기준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 상황에서 '선진화 방안'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힘들 듯 하다. 서비스의 품질 관리를 위해 '각 서비스별 국가최소품질기준'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하나, 그 기준안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느냐 아니며 전시행정으로 그치느냐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우처 방식'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에서 발생한다기보다는 주로 '바우처 방식'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바우처는 절대악인가?

 지난해 1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부조직개편 분야별 토론회에서 보육 종사자들이 보육료 바우처 제도 반대, 기본 보조금 지속 지급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벽에 붙여놓았다.
지난해 1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부조직개편 분야별 토론회에서 보육 종사자들이 보육료 바우처 제도 반대, 기본 보조금 지속 지급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벽에 붙여놓았다. ⓒ 이명옥

2007년 6월 168개 지역자활센터의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조사(77부 수거, 회수율 46%)에 의하면 '실무자들의 47.9%는 현재의 바우처 사업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긍정적 25.4%)'을 가지고 있다.(김종진, 2007) 이런 상황에서 바우처 방식은 '절대악(?)이며 시장화의 논리이고, 세계적으로 실패가 증명된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사회서서비스 바우처 관리법'이 입법 예고되자 '바우처 활용전략은 민간의 난립과 사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좌혜경, 2009,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안)' 분석 초안>) 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좌혜경은 '이윤이 생기지 않는 서비스의 경우, 사업자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할 것은 뻔하며, 결국 사회서비스 이용자가 바우처를 발급받고서도 해당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바우처 도입 → 사회서비스 시장화 → 이윤추구 → 노동조건 악화 → 서비스 질 하락"이라는 논리적 추론에 의해 '바우처 도입은 서비스 질의 하락'이라고 도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2009년 한국의 현실은 관념적인 논리적 추론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바우처 도입'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질'은 오히려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바우처 방식을 도입한 이후 국민의 정책체감도 및 만족도가 증가'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바우처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제공기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는 마찬가지다. 2008년 전자바우처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노인돌보미서비스', '산모·신생아도우미서비스', '가사·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893개 제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자바우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전수조사로 실시했으며, 229개 기관(회수율 25.6%)이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바우처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80% 가까운 제공기관이 '향상되었다'고 대답했으며,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대답한 제공기관은 5%에 불과했다. "서비스의 질이 변화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란 주관식 질문에 '전문성의 강화'와 '이용자 권리의식의 향상'이라고 답한 제공기관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서비스의 질만 향상된 것이 아니다. '이윤이 생기지 않는 서비스의 경우, 사업자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것은 뻔하다'는 예측과는 다르게 제공기관은 2007년 862개에서 2009년 2896개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에서 84%가 비영리기관이다. 그런데 바우처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기관들이 이윤이 남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전자바우처가 전면적으로 실시된 지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아직까지 일부의 예측과는 다르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거나 복지가 이윤추구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증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있으며 사회서비스가 대폭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서비스의 질 향상과 서비스의 확대가 바우처 방식의 도입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와 마찬가로 마찬가지로 바우처 방식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복지는 무조건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바우처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표준화되어야 한다

바우처 방식은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닌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공급 방식은 현금 공급 방식이 있고, 현물 공급 방식이 있다. 현금 공급 방식은 생계 수당 지급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은 높으나,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만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현물 공급 방식은 제공자의 선택에 따라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만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이용자의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바우처 방식은 현금 공급 방식과 현물 공급 방식 사이에서 설계되어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바우처 방식이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 중 하나라면, 바우처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찬성하거나 반대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다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공급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전달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한 분석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달되는 서비스에 따라 바우처방식이 적합한 서비스가 있을 수 있으며, 현물 공급 방식이나 현금 공급 방식이 적합한 서비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를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구매할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바우처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내용이 정확하게 표준화되어야 하며, 서비스 내용에 따른 가격이 정확하게 책정되어야 시장 구매가 가능하다. 서비스가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우처로 제공된다면, 판매자인 제공자와 구매자인 이용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불된 가격으로 반드시 제공해야하는 서비스와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자체가 열악한 우리 현실에서 내용이 정확하게 표준화된 서비스는 거의 없다.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책정될 수 있는 서비스도 당연히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할 일은 이용자의 욕구분석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직무분석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를 명확하게 표준화할 필요가 있으며, 표준화된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어야 한다.

이처럼 서비스를 명확하게 하고 제공되어지는 서비스 내용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 다음에야 대량 생산을 통한 시장 공급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서비스를 표준화하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이용자와 제공기관 사이에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바우처 서비스는 개인에 대한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이용자 당사자에게 마사지를 제공하고 있으면 가족들이 자신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며, 유리창 물청소 및 건물 계단 물청소를 비롯한 대청소, 이불 손빨래, 김장, 제사음식 준비 및 제사 뒷정리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 대한 돌봄뿐만이 아니라 외지에 사는 가족에게 보낼 반찬 만들기나 김장도 요구되고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가족에 대한 돌봄뿐만이 아니라 경로당 청소와 같은 마을 전체에 대한 돌봄이 요구되는 사례도 있다.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가사도우미(파출부)를 이용하기 위해 서비스를 신청하는 이용자도 있다.

농어촌의 경우 농사일도 많이 요구된다. 농사일 일꾼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 전자바우처 서비스를 신청한 경우도 있다.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시간 내내 밭에서 일을 하면 종사자는 그냥 구경만 할 수 없어서 같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 심리치료나 재활치료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가벼운 농사일의 보조가 아니라 생계형 농사일의 저렴한 일꾼으로 전자바우처 사업이 활용되는 것은 사회서비스의 제공 취지에도 어긋난다. 직업보조의 역할과 노동자의 역할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서비스가 명확하게 표준화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다. 책정된 가격에 따른 서비스가 명확하게 규정되고, 추가서비스에 대해서는 추가 비용이 지불된다면 이런 문제는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공되어야할 서비스가 표준화되어야 하며, 표준화되지 않은 서비스는 바우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공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 제5조에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은 국민의 선택권 보장과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사회서비스바우처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표준화되지 않은 사회서비스조차 바우처방식으로 제공하게 강제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에는 제공기관과 이용자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바우처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직무분석과 욕구분석을 통해 서비스가 표준화되고 그에 따른 가격이 책정된 서비스만이 바우처 방식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비스가 표준화되지 않았다면 제공기관 지원방식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

바우처 방식은 시장화이며, 민영화이기에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 이는 복지가 이윤추구로 전락하는 것이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바우처 방식이 시장 구매 방식을 활용하기에 나타나는 우려일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생산품을 만나는 방식은 자급자족 방식을 제외하면 두 가지이다. 생산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배급하는 방법과 필요한 사람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방법이다. 사실 시장은 자본주의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역사를 통해 고대부터 존재해왔다. 시장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시장은 말 그대로 생산된 상품(가치)이 교환되는 곳일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장구매냐 아니면 정부의 배급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시장을 조절하고 통제하느냐의 문제이다. 시장에 권력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통제되고 조절된다면 시장은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 제공 방식은 보건소를 제외하고는 시장 구매 방식이다. 그러나 의료 시장은 의료비와 약값, 그리고 증상에 대해 허용되는 의료 행위까지 국가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 전기도 국가가 생산하여 시장 구매 방식으로 공급하는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시장 구매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국가에 의해 조절되는 시장이며, 이를 통해 공공성은 확보되고 있다. 수돗물이나 도시가스도 그러하다. 그러나 전기나 수돗물, 혹은 도시가스가 시장을 활용하여 제공된다는 이유로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을 활용하고 있지만 정부가 가격과 품질을 통제하고 있다면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우처 방식도 시장을 활용하더라도 가격과 품질을 통제할 수 있다면 공공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조절과 통제를 하지 못하고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다면 지금의 경제위기가 보여주듯이 파국적 상황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지금 한국에 도입된 전자바우처는 아직까지는 조절되고 있다. 아직까지 전자바우처는 이윤을 추구하기에는 단가가 너무 낮으며, 본인부담금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시장을 정부가 조절하고 통제할지는 미지수다.

'사회서비스바우처 관리법' 제11조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은 사용자에게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사회서비스 제공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본인 부담금 상한선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제공기관이 본인부담금을 결정하여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물론 지금까지는 단지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의 경우 가격통제를 하지 않는 것을 특정으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언제든지 이윤추구를 위해 본인부담금이 상승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바우처가 복지의 선택권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비용만 높이고, 저소득층을 소외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바로 본인부담금 상한제이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통해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펼쳤을 때만이 시장은 조절될 수 있으며, 바우처가 이윤추구가 아닌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곽정숙의원실에서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 [현행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의 일부를 기사화한 것입니다.
** 이 기사는 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회서비스#바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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