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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톨릭 신문 <라 크루아>(La Croix)가 여론조사기관 Ifop를 통해 행한 연구에 따르면, 실업이 정치성향을 과격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가 되면 일반인보다 더 좌파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

1999년부터 1만5108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행한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 통계한 이 연구에 의하면, 2008년도와 2009년 초반에 스스로를 "좌파"라고 밝힌 생산직 노동자는 50%에 해당했다. 반면, 생산직 노동자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이들 중 55%가 스스로를 "좌파"라고 답했다.

사무직 노동자들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48.9%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좌파"라고 답한 데 비해 사무직 구직자 중에서는 53.4%가 "좌파"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반면, 간부급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42%에 해당하는 간부들이 "좌파에 관심 있다"고 답한 데 비해 간부 실업자들은 37.5%만이 좌파에 관심을 갖는다고 밝혔다. 또, 간부급의 30%와 간부급 실업자의 32%가 우파에 호의적이라고 답했다.

 프랑스 사회당 홈페이지.
프랑스 사회당 홈페이지. ⓒ 한경미

좌파 느는데 사회당 지지율은?

그러나 실업자들의 좌익화 경향에도 불구하고 사회당(PS) 지지율은 10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사회당원 중 실업자가 되고 난 이후 탈당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fop의 제롬 푸르케 부국장은 <라 크루아>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회당은 라파랭 국무총리 시절과 CPE(최초고용계약법) 반대운동이 일어났던 2002년~2006년 사이에 샐러리맨과 실업자들 사이에서 큰 지지를 받았었다. 그러나 이 지지율은 2007년 대선 이후 급격히 하강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 중 누구도 현재 프랑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사회당이라고 해서 더 잘 극복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지지율 하락에는 사회당 지도부의 분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골렌 루아얄이 지난 11월에 열렸던 사회당수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던 것. 대선 후보였던 루아얄은 마르틴 오브리가 53대 47로 승리하자, "선거과정에서 부패가 있었다,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며 선거의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힘겹게 사회당수에 오른 오브리는 사회당 식구들을 한 자리에 단결시키는 강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극좌파 '붉은 우편배달부', 새로운 리더로

사회당 중심인물들의 분열로 등 돌린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극좌파인 NPA당(반자본주의신당)이다.

올리비에 브장스노(Olivier Besancenot)로 대표되는 극좌파의 수가 최근 1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한 것. 브장스노는 올 2월, 기존의 LCR당(혁명적 공산주의자 연맹)을 청산하고 NPA당을 창당해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붉은 우편배달부로 알려진 브장스노는 활발한 현장 참여, 열정적인 사회투쟁, 언론에 대한 소신발언 등으로 현재 프랑스가 맞고 있는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유일한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극좌파인 NPA(반자본주의신당) 홈페이지.
극좌파인 NPA(반자본주의신당) 홈페이지. ⓒ 한경미

극우파 탈당 러시... 극우에서 극좌로

반면, 경제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정당은 장-마리 르펜의 극우파 FN(국민전선)이다. 극좌파인 NPA당의 가입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동안 FN은 당원들의 대거 탈당이 이어졌다. 특히 실업자 당원의 과반수가 당을 이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롬 푸르케의 말을 들어보자.

"(FN 탈당자들은) 기업주들이 받는 터무니없는 보너스, 스톡옵션, 낙하산 발령에 실망했다. 이젠 당원들 중 거의 아무도 실업의 원인으로 외국 노동자들을 꼽지 않게 되었다."

지금까지 국민전선당수인 장-마리 르펜은 실업의 원인을 외국노동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프랑스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당원의 상당수가 "경제위기의 주범은 더 이상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니라 신자본주의에 있다"면서 극좌파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극좌파 NPA(반자본주의신당)의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좌)과 극좌파 NPA(반자본주의신당)의 올리비에 브장스노(우) ⓒ

끝없는 추락, 사르코지... 뒤늦은 청년고용계획

바닥을 기고 있는 건 사르코지도 마찬가지다. 실업자들의 사르코지 지지율은 특히 저조하다.

2007년 대선 당시 사르코지는 '일 많이 해서 돈 벌자'라는 슬로건으로 상당수 실업자들의 표를 가져갔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일을 많이 할수록 더욱 살기 힘들어지자 등을 돌려버린 것. 프랑스인들은 사르코지의 언행에 점점 더 회의를 보이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국민전선 당원들이다.

한 당원은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 4월 9일자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졌는데 바보 같은 짓이었다."

이 주간지에 의하면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에 많은 역할을 한 국민전선 당원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초기 88%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지난 3월에는 29%로 곤두박질쳤다. 프랑스인들의 평균 지지율인 36%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실업문제 특히 청년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24일 '청년고용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13억 유로를 투자해 50만 명의 청년고용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이런 노력이 과연 어떤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 위기와 실업으로 고생하는 프랑스인들은 그 성과가 보이기 전인 6월 7일 유럽의회선거를 맞게 되는데 이들이 어느 당에게 표를 던질지는 알 수 없다.


#프랑스 좌파#실업#사르코지#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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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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