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억5000만 달러. 한국은행은 29일 3월 국제수지동향(잠정)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의 35억6000만 달러 흑자보다 30억달러나 높다.
일부에선 최근 각종 경기지표가 되살아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좀더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세계경기가 나아지면서 우리나라 상품 수출이 증가해 얻은 흑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출은 여전히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국내로 수입해 오는 물량이 훨씬 큰폭으로 줄었다. 이는 결국 국내 경기의 침체와 불황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같은 큰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상수지 흑자 사상최고치는 수입 급감 덕한국은행이 내놓은 (잠정적)수치를 들여다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66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사상최고치다. 예전에는 작년 10월 47억5300만 달러 흑자가 최고였다.
하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 1월에는 16억4000만 달러 적자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2월에 35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3월에 이보다 30억 달러나 많은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로써 올 3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85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이처럼 큰폭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3월 상품수지 흑자가 69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06년 11월 55억5090만 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상품수지 흑자가 우리나라 상품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국내 상품 수출은 17.8% 줄었다. 2월 -19.4%에 이어 여전히 수출은 저조했다. 반면에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은 이보다 훨씬 더 줄었다. 지난달 수입은 35.8% 감소했다. 2월 -30.6%보다 더 커졌다.
결국 국내 상품 수출보다 수입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이같은 흑자가 나타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불황형 흑자'라고 말한다. 물론 경상수지 흑자 양상이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선박수출 104억 달러는 거품?...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될지는 미지수
흑자 내용도 그리 좋지 못하다. 상품 수출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것이 선박이다. 선박은 올 3월까지 104억9000만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같은 선박수출 실적은 별 의미가 없다.
보통 조선회사들이 선박을 수주해서 인도하기까지 2~3년이 걸린다.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과 동시에 수주한 금액 대부분을 선물환으로 대부분 팔아버린다. 최종 대금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현금화한다는 것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선박에 대한 주문과 수주가 꾸준히 있을 경우엔 괜찮지만, 작년 말 이후 선박수주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현재의 선박 수출액은 허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재의 수출대금을 이미 대부분 뽑아썼기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경상수지 흑자액과 실제 국내로 들여온 외환수입액 사이엔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내 주력 수출품인 전자, 반도체 등의 수출 감소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는 3월에 -39.7%(2월 -36.7%), 가전제품도 -33.1%(2월 -27.2%)를 기록했다. 승용차도 3월에 -46.8%를 기록해, 2월 -47.4%와 비슷했다.
그나마 전체적인 수출 감소세가 지난 2월에 비해 약간 둔화된 측면(-19.4% 에서 -17.8%로)이 위안거리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추가적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기 침체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