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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득 의원(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
이상득 의원(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 ⓒ 오마이뉴스

'승자는 박근혜, 패자는 이상득'

 

29일 재·보선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에서 나도는 촌평이다. 이번 재·보선이 곧 두 사람의 권력 함수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경북 경주 선거가 그랬다. 두 사람 다 경주에는 발길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곳 선거는 둘의 '대리전'이었다.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는 이 의원의 최측근이고 정수성 후보(무소속)는 박 전 대표의 안보특보 출신이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의 속내는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보다 경주의 패배에 더 충격이 큰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주류인 '친이' 입장에선 지난 총선에 이어 또다시 '당밖 친박' 후보에 의석을 내줬고, 박 전 대표로서는 선거에 손 하나 대지 않고서도 당락을 좌우했다.

 

경주 선거는 이상득 의원이 연루된 '정수성 사퇴 종용' 파문에 박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일갈한 순간 판가름났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를 두고 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에 밉보이면 절대 당선될 수 없다는 전례 없는 '선거의 법칙'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표정 관리하는 친박... "민심 이반한 공천의 대가"

 

친박쪽은 겉으론 선거 결과에 평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속으론 '민심을 이반한 공천을 유권자들이 심판했다'며 친이쪽에 자성하라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상득 의원에 대해선 "이젠 물러서 자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자신의 측근인 정종복 후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 이어 선거 과정에선 정수성 후보에게 사퇴 압력까지 넣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안경률 사무총장을 두고 책임론도 불거질 태세다. 안 총장은 공천심사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소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정종복 후보가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신빙성이 없다"며 외부 여론조사 기관 두 곳에 추가로 조사를 의뢰해 이를 근거로 정 후보를 공천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안 총장이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정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말이 나돌았다.

 

한 친박 의원은 "민심이 이미 아니라고 심판한 인물을 무리하게 다시 공천한 결과"라며 "오만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재심판"이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친박 중진도 "민심을 거역한 공천을 해 참패한 것이다. 순리에 의한 공천이 아니었다"며 공천의 책임을 물었다.

 

반면, 친이쪽은 그야말로 침통한 분위기다. 아예 전화기를 꺼놓은 의원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애써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축소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라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 책임론'과 관련해선 "원래 선거란 지고 나면 이런저런 소리가 다 들리는 법"이라며 "모든 지역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침통한 '친이'...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로 의미 축소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다시한번 입증됐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공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친이·친박' 간 대결 구도로 보기보다는 후보 개인의 역량이 경주 민심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상득 의원은 이날 언론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오늘은 선거 관련해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에둘러 이 의원의 심경을 전했다.

 

입을 닫긴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당의 참패에 두 '대주주'는 약속이나 한 듯 언론에 함구했지만, 속으로 한 사람은 울고 다른 한 사람은 웃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재보선#경주#박근혜#이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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