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뚝뚝 듣는 토요일 낮입니다. 낮밥을 챙겨 먹기 앞서 잠깐 골목마실을 나옵니다. 새로 지낼 살림집을 아직 얻지 못해 두 달째 부동산마실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땅한 집이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골목집 사이에 깃든 부동산으로 가는 길에 골목꽃을 구경합니다.
어젯밤에 밤마실을 나오면서 가로등 불빛을 곱게 받고 있는 꽃을 보았습니다. 밤에 보아도 퍽 고운데 낮에 보면 얼마나 더 고울까 생각하면서 우산을 받고 천천히 걷습니다.
어젯밤에 이 꽃들을 사진으로 담을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무래도 밤보나 낮이 낫지 않겠느냐 생각하면서. 그러나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밤에는 밤대로 곱고 낮에는 낮대로 고울 텐데 왜 밤 모습을 나 스스로 놓쳤나 하고 뉘우쳤습니다. 낮에도 흑백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니 밤이라면 흑백으로 담아내어도 곱지 않았겠느냐 생각하며 뒤통수를 긁었습니다.
가는 빗줄기를 머금으며 한결 빛이 고운 골목꽃을 올려다봅니다. 이처럼 고운 꽃들을 키우는 골목집 이웃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게 됩니다. 골목집 할매는 "우리 동네에 산수국을 키우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지. 여기도 수국은 있는데 얘는 그냥 수국이고, 저 나무가 진짜 예쁜 산수국이지." 하면서 혼자 살면서도 마당에서 꽃나무 키우는 즐거움을 들려줍니다. 이 마음 고스란히 받아안으면서 사진 몇 장으로 남겨 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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