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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빗줄기가 뚝뚝 듣는 토요일 낮입니다. 낮밥을 챙겨 먹기 앞서 잠깐 골목마실을 나옵니다. 새로 지낼 살림집을 아직 얻지 못해 두 달째 부동산마실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땅한 집이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골목집 사이에 깃든 부동산으로 가는 길에 골목꽃을 구경합니다.

어젯밤에 밤마실을 나오면서 가로등 불빛을 곱게 받고 있는 꽃을 보았습니다. 밤에 보아도 퍽 고운데 낮에 보면 얼마나 더 고울까 생각하면서 우산을 받고 천천히 걷습니다.

어젯밤에 이 꽃들을 사진으로 담을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무래도 밤보나 낮이 낫지 않겠느냐 생각하면서. 그러나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밤에는 밤대로 곱고 낮에는 낮대로 고울 텐데 왜 밤 모습을 나 스스로 놓쳤나 하고 뉘우쳤습니다. 낮에도 흑백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니 밤이라면 흑백으로 담아내어도 곱지 않았겠느냐 생각하며 뒤통수를 긁었습니다.

가는 빗줄기를 머금으며 한결 빛이 고운 골목꽃을 올려다봅니다. 이처럼 고운 꽃들을 키우는 골목집 이웃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게 됩니다. 골목집 할매는 "우리 동네에 산수국을 키우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지. 여기도 수국은 있는데 얘는 그냥 수국이고, 저 나무가 진짜 예쁜 산수국이지." 하면서 혼자 살면서도 마당에서 꽃나무 키우는 즐거움을 들려줍니다. 이 마음 고스란히 받아안으면서 사진 몇 장으로 남겨 보았습니다.

 옛 기와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는 마당 앞에 있는 별채에서 지냅니다. 별채 바로 앞에는 몇 평짜리 작은 마당이 있고, 이 마당에는 감나무도 자라고 산수국도 자랍니다. 노란꽃이 활짝 피어 있는데, 그만 노란꽃 이름이 무엇인가 여쭙는다 하다가 깜빡했습니다.
옛 기와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는 마당 앞에 있는 별채에서 지냅니다. 별채 바로 앞에는 몇 평짜리 작은 마당이 있고, 이 마당에는 감나무도 자라고 산수국도 자랍니다. 노란꽃이 활짝 피어 있는데, 그만 노란꽃 이름이 무엇인가 여쭙는다 하다가 깜빡했습니다. ⓒ 최종규

 할매는 당신 딸아들이 다달이 얼마쯤 부쳐 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살면서 벌이가 없으니 당신 지내던 방에 삯을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삐뚤빼뚤한 글씨로 쪽지를 담벼락에 붙여놓았습니다.
할매는 당신 딸아들이 다달이 얼마쯤 부쳐 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살면서 벌이가 없으니 당신 지내던 방에 삯을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삐뚤빼뚤한 글씨로 쪽지를 담벼락에 붙여놓았습니다. ⓒ 최종규

 이백에 이십짜리 방은 어떠한가 궁금하여 들어가서 구경해 봅니다. 연탄으로 때는 방이라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번거로워서 살기 힘들다 하지만, 옛날에는 다 이렇게 하고 살았다면서, 이 동네와 이 집이 조용하며 지내기에 좋다고 웃음으로 말씀합니다. 퍽 넓은 집에 혼자 지내자니 외롭기도 하여 삯을 놓으려 한다고 덧붙입니다.
이백에 이십짜리 방은 어떠한가 궁금하여 들어가서 구경해 봅니다. 연탄으로 때는 방이라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번거로워서 살기 힘들다 하지만, 옛날에는 다 이렇게 하고 살았다면서, 이 동네와 이 집이 조용하며 지내기에 좋다고 웃음으로 말씀합니다. 퍽 넓은 집에 혼자 지내자니 외롭기도 하여 삯을 놓으려 한다고 덧붙입니다. ⓒ 최종규

 마당에 심은 나무는 골목길로 가지를 뻗기 때문에, 버팀나무를 담벼락 바깥에도 대놓습니다. 마당가 노란꽃은 담벼락 밖으로도 고개를 내밉니다.
마당에 심은 나무는 골목길로 가지를 뻗기 때문에, 버팀나무를 담벼락 바깥에도 대놓습니다. 마당가 노란꽃은 담벼락 밖으로도 고개를 내밉니다. ⓒ 최종규

 비를 맞아 한결 싱그럽게 노란빛을 뽐내는 꽃 옆으로, 똑같이 싱그러운 빛을 뽐내는 푸른 잎사귀가 있습니다. 무슨 꽃일까 궁금하여 할머님한테 여쭙니다. 산수국이라 합니다.
비를 맞아 한결 싱그럽게 노란빛을 뽐내는 꽃 옆으로, 똑같이 싱그러운 빛을 뽐내는 푸른 잎사귀가 있습니다. 무슨 꽃일까 궁금하여 할머님한테 여쭙니다. 산수국이라 합니다. ⓒ 최종규

 조그마한 마당이지만 조촐하게 가꾸어 놓으십니다. 인천 중ㆍ동구 옛 도심지 골목마실을 하며 때때로 집 안쪽을 구경하게 되는 고마움을 누리기도 하는데, 이때마다 알뜰살뜰 손길 많이 탄 예쁘장한 마당을 구경하게 되어 흐뭇하곤 합니다.
조그마한 마당이지만 조촐하게 가꾸어 놓으십니다. 인천 중ㆍ동구 옛 도심지 골목마실을 하며 때때로 집 안쪽을 구경하게 되는 고마움을 누리기도 하는데, 이때마다 알뜰살뜰 손길 많이 탄 예쁘장한 마당을 구경하게 되어 흐뭇하곤 합니다. ⓒ 최종규

 꽃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골목꽃을 구경한다고, 또 사진으로 담는다며 법석을 떠는 저입니다. 그렇지만 꽃이름을 몰라도, 그예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즐겁기에 노라면 노란꽃, 분홍이면 분홍꽃이라고 일컫습니다.
꽃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골목꽃을 구경한다고, 또 사진으로 담는다며 법석을 떠는 저입니다. 그렇지만 꽃이름을 몰라도, 그예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즐겁기에 노라면 노란꽃, 분홍이면 분홍꽃이라고 일컫습니다. ⓒ 최종규

 노란꽃과 산수국이 핀 자리 옆으로 또다른 노란꽃이 한가득입니다. 이 또한 할머님이 돌보는 꽃들인데, 저는 이 꽃들 이름을 또 모릅니다.
노란꽃과 산수국이 핀 자리 옆으로 또다른 노란꽃이 한가득입니다. 이 또한 할머님이 돌보는 꽃들인데, 저는 이 꽃들 이름을 또 모릅니다. ⓒ 최종규

 가까이 다가섭니다. 한참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나는 네 이름을 모르지만, 사람이 붙인 이름이 아니어도 너는 너대로 이날 이때까지 고운 목숨을 이으면서 우리들한테 맑은 내음과 바람을 베풀어 주고 있었겠지.
가까이 다가섭니다. 한참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나는 네 이름을 모르지만, 사람이 붙인 이름이 아니어도 너는 너대로 이날 이때까지 고운 목숨을 이으면서 우리들한테 맑은 내음과 바람을 베풀어 주고 있었겠지. ⓒ 최종규

 이제 부동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부동산집은 골목길 안쪽에 있습니다. 퍽 값이 눅은 골목집을 알아보아 주는 부동산은 큰길이 아닌 골목길 안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길로 가는 동안 골목집 이웃이 가꾸는 꽃그릇을 한 아름 만납니다.
이제 부동산으로 가는 길입니다. 부동산집은 골목길 안쪽에 있습니다. 퍽 값이 눅은 골목집을 알아보아 주는 부동산은 큰길이 아닌 골목길 안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길로 가는 동안 골목집 이웃이 가꾸는 꽃그릇을 한 아름 만납니다. ⓒ 최종규

 골목꽃 한 송이 키우는 마음은, 당신 스스로 맑고 밝아지려는 매무새임을 넘어, 당신 이웃하고도 오순도순 언제까지나 조촐하게 살아가고프다는 매무새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골목꽃 한 송이 키우는 마음은, 당신 스스로 맑고 밝아지려는 매무새임을 넘어, 당신 이웃하고도 오순도순 언제까지나 조촐하게 살아가고프다는 매무새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 최종규

 낡은 스티로폼통은 흙을 담고 거름을 내어 풀씨를 심으면 훌륭한 꽃그릇으로 탈바꿈하여 도심지 아스팔트길에 흙내음과 풀내음과 꽃내음을 선사합니다.
낡은 스티로폼통은 흙을 담고 거름을 내어 풀씨를 심으면 훌륭한 꽃그릇으로 탈바꿈하여 도심지 아스팔트길에 흙내음과 풀내음과 꽃내음을 선사합니다. ⓒ 최종규

 아름다움은 저 멀디먼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 스스로 우리 곁에 있는 이 아름다움을 몰라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인라인을 타고 우산 받고 싱 달리는 골목아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시간을 잊습니다.
아름다움은 저 멀디먼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 스스로 우리 곁에 있는 이 아름다움을 몰라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인라인을 타고 우산 받고 싱 달리는 골목아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시간을 잊습니다. ⓒ 최종규

 머리만 깎는 미용실에 머물지 않는 인천 골목길입니다. 머리도 깎고 꽃내음도 선사하는 인천 골목길입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져 우산을 끄고 걷습니다.
머리만 깎는 미용실에 머물지 않는 인천 골목길입니다. 머리도 깎고 꽃내음도 선사하는 인천 골목길입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져 우산을 끄고 걷습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골목꽃#골목길#인천골목길#경동#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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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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