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성이 2009년 마운드에 돌아왔다. 20년 만에 마운드에 선 오혜성의 감회는 어떠했을까.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이 첫 방송을 마쳤다. 80~90년대에 만화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공포의 외인구단>. 사실 요즘 학생들은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를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만화가 이현세의 불혹의 명작이라고 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공포의 외인구단>.
80년대 영화로 만들어져 까치역의 최재성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공포의 외인구단>은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까치 머리에 반쯤 눈이 감긴 오혜성은 자신을 믿어준 엄지를 위해 "난 네가(엄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로 시작해 최고의 오른손 투수가 된다. 여기에 오헤성과 엄지, 마동탁의 러브스토리가 살짝 끼어들면서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가 국민가요가 되는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그만큼 최고의 만화와 최고의 영화로 군림하던 <공포의 외인구단>이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20년 만에 돌아왔다. 3, 40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선다. 우리들이 고이고이 간직한 최고의 만화를 2009년도에 잘못 만들어 누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러한 염려를 제작진도 아는지, 방송에 앞서 "얼마나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잘 했느냐가 드라마 성공의 관건'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엄지를 위해 모든 것을 하는 순정파의 사랑이, 야구라는 스포츠의 모습을 얼마나 잘 살리는지 등등 <2009 외인구단>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러한 걱정을 뒤로한 채 첫 방송을 마쳤다. 그럼, 만화와 드라마에서 어떠한 점이 달라졌는지, 또한 어떤 재미를 담고 있는지 알아보자. 부디, 좋은 평가를 받고 <공포의 외인구단>의 한 팬으로서 드라마도 성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2009년 식 외인구단의 결성!
우선 드라마는 마운드에 선 오혜성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오혜성과 마동탁의 운명적인 악연을 스케치하며서 그들의 악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이 점이 원작과 다른 첫 번째이다. 만화에서는 이들의 어린시절에 비교적 중점을 두지 않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얽힌 운명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등장한다.
고래잡이가 금지된 뒤 폐인이 된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오혜성(윤태영)은 돌을 던지며 또래 불량 청소년들의 소매치기를 돕는 등 어려운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현지(송아영)를 구하게 되면서 엄지(김민정)와 마주치게 된다. 엄지는 혜성에게 "너하고 야구공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런 재능 야구하는데 써보는 게 어때?"라며 야구를 권하고 혜성은 야구에 대한 꿈을 품게 된다.
혜성은 노름빚 때문에 배를 타야 하는 아버지를 위해 동네 나쁜 무리의 돈을 훔치고, 엄지와 함께 궁지에 몰리면서 동탁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동탁은 엄지에게 어렸을 적부터 지켜온 마음을 표시하고, 혜성을 향하는 엄지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한다.
그 사이 엄지의 동생 현지(송아영)가 오혜성을 향한 짝사랑을 표시해 사각 러브스토리 라인이 형성된다. 이점이 원작과 다른 두 번째이다. 원작에서도 이들 등장인물의 사랑구도가 얽혀있었지만 엄지의 동생 현지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현지가 어린 시절 만난 오혜성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캐릭터로 변신해 삼각이 아닌 사각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그래서 드라마는 로맨스에 중점을 두어 좀 더 다양한 재미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또한 엄지의 캐릭터도 2009년 식의 현대적인 여성으로 변신했다. 사실, 엄지의 캐릭터는 지고지순과 청순의 표상이었다. 80년대에 인기있을 법한 인물을 그래도 투영하는 것은 다소 부담감이 작용했을지 모른다.
일례로 만화를 보지 못한 어린 친구들을 위해 좀 더 설명하자면 스포츠 최초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마지막 승부>의 다슬이 캐릭터와 비슷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여성이 되어 오혜성과의 사랑에 적극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이 점이 원작과 다른 세 번째이다.
일단 이러한 스토리 전개에 아역들의 연기가 빛났다. 오혜성과 엄지, 마동탁, 현지를 연기한 네 명의 아역배우들은 제 몫을 다하며 드라마가 다소 세련되지 못했지만 복고적인 그만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데 일조했다.
원작을 넘어선 각색은 오버!
또한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를 위해서 드라마 초반에 주인공들의 관계와 캐릭터를 비교적 정확하게 이야기해 준 점도 칭찬할 만하다. 물론 그러한 점들이 원작과 다르긴 하지만 그것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야 할 부분이라면 <2009 외인구단>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드라마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캐스팅을 해 만화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의 향수를 적극적으로 자극한다. 특히 오혜성을 연기하는 윤태영은 브라운관에 오랜만에 복귀해 까치머리를 정교하게 재현하고, 엄지를 연기하는 김민정은 안정적인 연기와 더불어 만화에 똑 떨어지는 외모로서 엄지를 향해 마음 설레던 어느덧 중년이 된 그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요소들은 많다. 일단 첫 방송에서 비교적 원작을 무난하게 각색했지만 생뚱맞은 전개도 있었다. 만화가 드라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각색을 잘 하느냐가 관건인데 동탁, 엄지와 함께 야구장에 간 혜성은 동탁에게 "한번 붙자. 정말 야구가 하고 싶어졌거든"이라며 도전장을 내밀고, 야구와 엄지에 대한 마음만은 동탁에게 빼앗기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모습은 다소 억지전개가 아닐까 싶다.
즉 오혜성과 마동탁이 처음 만나 너무 갑작스럽게 라이벌 구도를 그리게 된 점은 다소 악연을 만들기 위한 구도로 비쳐지기도 했다. 또한 오혜성을 발견해 갑자기 찾아온 외인구단 감독의 등장도 다소 뜬금없었다.
생생한 야구의 리얼리티 관건!
그리고 드라마의 성공 포인트는 야구의 장면을 얼마나 박진감 넘치게 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스포츠 드라마이기 때문에 야구의 리얼리티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마지막 승부>가 농구시합의 박진감을 비교적 잘 살려내 인기를 얻은 점을 생각해 볼 때 <2009 외인구단>에서도 야구의 생생한 현장 모습을 재현해야 한다.
특히 첫 방송에서는 그다지 야구의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이 어떻게 구현될지 미지수다. 물론 이를 위해서 CG를 도입해 만화 속에서의 강속구 등을 재현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CG 도입에 무조건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불안한 부분이다.
일단 CG자체가 정교하지 못하면 실사보다 못한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야구단에 투입된 연기자들이 야구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한 뒤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CG로 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것이다. 1회에서는 오혜성의 강속구를 CG로 처리해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CG효과가 줄기차게 등장할 경우 그러한 효과가 다소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제작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단 시청률은 7.8%로 무난한 출발을 선보였다. 샌드위치 휴일로 시청자들이 잠시 안방극장을 떠났음을 고려해 볼 때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만화 원작의 드라마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2009 외인구단>의 20년 부활은 남다른 의미지를 지니고 있으니 한 번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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