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출신으로 '민본21' 소속인 김성태 의원(초선·강서 을)이 "분당까지 갈 암적 요소"라며 당내 '친이'·'친박' 모두를 재·보선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공개 지목해 눈길을 끈다.
김 의원은 4일 오후 밝힌 글에서 한나라당을 러시아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소설 <전설의 밤>에 나오는 여섯 개의 태양이 떠 있는 행성 '라가시'에 빗댔다. 사실상 '친이당'·'친박당'으로 나뉘어 동력이 분산된 당의 상황을 노골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친이·친박은 분열과 분당의 암적 요소"글에서 김 의원은 지난 재·보선 참패를 두고 "(국민들이) 친이·친박으로 갈라진 우리들에게 분열과 분당의 암적 요소를 조기에 제거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안겨줬다"며 "재·보선 결과는 느슨해진 당의 결속력과 엄연히 존재하는 '두개의 태양'에 대한 조직적 사리분별과 대동단결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지난 해에 이은 '부자감세',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논란 등 당·정의 잇따른 정책 헛발질도 민심이 등 돌린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그는 "국회에서는 국민적 합의 없는 정책, 청와대 코드에 맞춘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번번이 저항에 직면했다. 지도부는 선거판세가 막판까지 심상치 않아 보이자 민심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까지 보였다"며 "참으로 구차하고 비루하다"고 일갈했다.
"국민적 합의 없는 정책 밀어붙이다 저항 일자 민심 의미 축소... 구차해"김 의원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의 이동관 대변인은 '지역선거에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과연 그러냐"며 "수도권과 전라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전국선거였다.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일갈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청와대 참모진·내각 개편' 등 '민본21'의 당·정·청 인적쇄신 요구로 당내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철없는 초선들이 튄다거나 재·보선 패배 후 당내 분란을 가속화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쩌면 민생정치를 주창하고 국회에 입성했던 민본21 초선들의 마음도 민생본위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음은 김 의원이 낸 입장문 전문이다.
-전설의 밤과 필론의 돼지 그리고 박하사탕- '민본21' 국정쇄신, 당쇄신, 당화합 요구에 부쳐 오늘, '민본21'의 국정과 당 쇄신, 당 화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차마 못 다 한 말을 해보기로 작정을 했다. 14명의 의원들이 밤을 새워 토론하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서 도출된 소중한 성명서에 채 담지 못한 개인적 생각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자칫 '민본21'의 입장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경계하며 '민본21' 소속의 의원으로서 당의 단합과 일대혁신을 위한 개인적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해본다. 러시아 출신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전설의 밤' 이라는 소설에서 태양이 여러 개 떠있는 한 행성의 이야기를 묘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선 밤이 천년에 한 번 찾아온다. 그래서 천년 만에 찾아온 밤. 그 어둠과, 그 하늘에 뜬 별들을 보고 사람들이 미쳐서 지금까지 이뤄놓은 문명을 다 불태워버리고 만다고 묘사한다. 170석의 비만여당 한나라당이 그랬다. 너무 억측인가. 경제살리기 등반길에 과체중으로 숨이 가뿐 모습, 올라야 할 정상은 멀기만 한데 이끌어 주는 손이 절실하다. 등짐을 나눠줄 동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은 절실한데 친이 친박의 경계선으로 힘을 보태는 손길을 가려서 받는 꼴이지 않은가. 친이 친박으로 갈라진 우리들에게 분열과 분당의 암적 요소를 조기에 제거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안겨준 정세에 우린 지금 놓여져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 요란하고 힘있는 실천을 못하는 까닭은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무능과 오만에 있음을 고해해야한다. 10년의 패배를 딛고 명실공히 집권여당이 됐으면 과거 정권에서 좌우로 나누어진 민심을 통합하고 보듬어주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우린 과연 그러했는가. 국회에서는 국민적 합의없는 정책, 청와대 코드에 맞춘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번번이 저항에 직면했다. 지도부는 선거판세가 막판까지 심상치 않아 보이자 민심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까지 보였다. 참으로 구차하고 비루하다. 민심이 등을 돌린 것도 이런 비겁함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5대0 참패의 악몽이 현실화되면서 선거책임론과 함께 당내 분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호들갑이다. 지도부 동반 퇴진론까지 거론되면서 본격적인 내홍의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모든 영향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은 청와대다.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해석을 정부의 통치행위에 대한 심판이 아닌 집권여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애써 축소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이동관 대변인이 그랬다. '지역선거에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수도권과 전라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전국선거였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정부각료들은 입법부에게 연일 몹쓸 언어들을 남발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이다. 청와대는 있으나 국회는 없다. 행정부는 있으나 입법부는 없다. 재보선의 참패로 인한 정치적 부담의 가중과 상관없이, 선거패배의 책임은 고스란히 당에 있다고 한다.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벌어질 향후 당내 논란이 현 지도부의 리더십으로는 결코 제어되지 않는다는 점도 우리 한나라당의 앞날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임을 나는 명확하게 자각한다. 금번 재보선 결과는 느슨해진 당의 결속력과 엄연히 존재하는 두개의 태양에 대한 조직적 사리분별과 대동단결을 요구한다. 조직적 긴장감이 필요하다. 오늘 '민본21' 기자회견을 한 후 철없는 초선들이 튄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재보선 패배 후 당내 분란을 가속화한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다. 소설가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가 떠오른다. 부당한 요구에 직면한 사람들의 인간적 내면을 묘사한 소설에서는 대항했던 사람은 비극을 맞이하고, 부당한 요구를 수용했던 이들은 지난날을 잊고 새로운 세상에 금방 적응한다.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던 다수의 사람들만이 지난날을 과장되게 떠벌릴 따름이다. 모두가 '화려한 과거'를 떠벌리고 있음에도 '인류역사'가 화려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더불어 세상이 진작에 결딴나지 않은 것 역시 어정쩡한 태도로 판결을 '유예'받은 사람들 덕분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백번을 양보해도 민생본위, 말이 아닌 실천이다. '국민들 편에서'라는 미사어구는 입이 아닌 정치철학으로 입법으로 구체화될 때 가능한 정치인의 화법이 되어야 한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처절하게 외쳤던 "나 돌아갈래". 어쩌면 민생정치를 주창하고 국회에 입성했던 '민본21' 우리 초선들의 마음도 민생본위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