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이 끝난 뒤에도 민주당에서는 '정동영'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현재 정 전 장관의 복당이 불가하다는 방침이지만, 민주연대 등은 신속히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연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이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론'을 비판하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반대편의 활발한 토론도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
4·29 재보궐 선거에서 수도권 두 곳의 승리는 매우 소중한 승리였다. 민주개혁세력을 지지하는 많은 지지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연 선거였다. 그럼에도 정동영 4·29 보궐선거 당선자의 복당문제로 다시 민주당이 복잡해지고 있다.
나는 정 전 의장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정 전 의장의 출마선언은 반MB전선의 중심이어야 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상의된 것이 아니고, 개인적인 출마선언이기 때문에 공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이로 인해 빚어지는 지도부와의 갈등은 전체 반MB 전선에 크게 혼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반대해왔고 지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연대 안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때 민주연대가 정 전 의장의 출마를 지지하는 의견을 모으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정 전 의장의 출마재고를 요청하는 원외위원장들의 서명에도 참여했다. 그것이 추호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동영 복당' 서두를 일은 아니나 이뤄져야그러나 이런 만류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더 고조돼 지도부의 공천배제 원칙과 정 전 의장의 탈당, 무소속 출마가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분당 위기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지도부와 정 전 의장 중 민주당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양보하십시오'라는 글을 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물론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정 전 의장의 복당문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 전 의장의 복당은 당장 서둘러서 할 일은 아니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주의 유권자들은 정 전 의장에 대해 72.3%라는 압도적 지지와 신건 후보까지 붙여서 그들이 민주개혁 진영의 일원임과 함께 반MB 전선의 강화에 필요한 분들임을 확인해 주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그 뜻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이었나. 정 전 의원이 복당절차를 서둘러, 마치 또 다시 지도부와 대결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면 그 갈등의 골이 더욱 파일 것이고 이는 반MB전선의 강화를 바란 전주시민들의 뜻과도 배치되는 것일 것이다. 복당 과정은 공천배제와 무소속 출마 사이에 있었던 막말과 감정의 갈등을 치유해가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번 수도권 보궐선거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민주개혁 진영의 보루로서 민주당이라는 진지를 소중하게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가면서 복당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 민생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을 공감하고 화해와 협조의 의지만 있다면 이런 일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다. 마치 복당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대의이고 전국 정당으로 가는 길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 문제는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로 드러나긴 했지만 복당 문제 처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향후 우리의 지지 세력의 중심이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근거이며 이는 곧바로 당의 노선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심각하게 보고 있는 지도부의 인식은 최근 원혜영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전국정당론'이다. 이러한 전국정당론은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기 일부 친노진영에서 보여온 호남지역차별에 기초한 전국정당론과 그 맥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논의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고자 한다.
참고로 내 아버지의 고향은 황해도고 어머니는 서울이며 나는 호남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힌다. 또한 영남하고도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 소위 영호남 지역주의에서 벗어난 사람이라는 점을 함께 밝힌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
4·29 재보궐 선거 직후 한 라디오 대담에서 원혜영 원내대표는 "전주의 평화를 위해 정 후보를 공천했다면 다른 지역의 시민들은 어찌 보았을까, 이렇게 원칙을 지킨 것이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의 근거"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런가? 우선 선거결과를 살펴볼 때 정동영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이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의 근거라는 원 대표의 주장은 무리한 주장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봐도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였다는 점이 명확하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동영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비롯한 당내갈등, 무소속 출마로 인한 분당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음에도 수도권에서 승리했다. 바로 이것은 국민이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해 심판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판단에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것은 민주당이 승리한 수도권 2곳뿐 아니라 전국의 4개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패한 것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너무도 잘못해서 만들어진 반사이득을 가지고 마치 민주당 지도부가 잘해서 이룬 승리라고 평가하게 되면 이 선거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복당 문제를 두고 원 대표는 복당을 받는 것은 '정도가 아니고 무원칙하다고 국민이 본다', '그래서 초라한 야당으로 전락하고도 반성하는 태도가 안 보인다,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매우 심각한 말이다.
이렇게 되면 72.3%가 압도적으로 정동영 후보를 선택하고 여기에 더해 신건 후보까지 당선시킨 전주시민들의 투표행위를 그저 퇴행적 지역주의로 폄하하는 것이 된다.
수도권 국민들의 선택과는 다르게 전주지역 국민들의 선택은 정도가 아니고 무원칙한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민주개혁세력을 끊임없이 지지해 온 호남유권자들의 개혁성을 모욕하는 것이 된다. 이 말은 어디서 들어본 듯 한 말이다.
17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호남에서 몰표를 받고 오히려 "호남 몰표가 부끄럽다"라든가 "호남이 내가 예뻐서 찍었나, 이회창 미워서 찍었지"라며 호남 유권자들의 의지를 모욕하고 폄훼한 말과 어찌 이리 닮았는지 모르겠다. 호남에서의 투표행위를 퇴행적 지역주의로 모는 태도는 옳지 않다.
민주개혁진영 중심은 호남의 개혁성 + 양심적 지식인 + 변화를 바라는 계층나는 87년 대선 이후에 재야입당파의 일원으로 평민당을 선택해서 입당을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87년 대선과정에서 DJ의 개혁성을 확인하고 현실 정치인 DJ를 위기로부터 구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평민당의 기반인 호남의 개혁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세력을 확장하고 개혁정권을 만들려면 평민당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었다. 지금도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의 민주개혁진영의 중심은 역사적, 계급적으로 개혁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한 갖고 있는 호남과 양심적 지식인, 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사회적 약자, 노동자, 농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전국정당은 이러한 민주개혁진영의 중심을 분명히 하고 개혁정책을 확고히 함으로써 외면을 확장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시절의 일부 세력의 전국정당론은 개혁적 진지로서의 호남을 지역주의로 폄훼함으로써 훼손하고 모욕하는 것이었고 그렇게 해야 다른 지역의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지역차별에 근거하고 있었다. 그 결과 민주개혁 진영의 지역적 근거와 확고한 정책적 민주개혁성만 훼손하고 말았다.
결국 지역차별에 근거한 전국정당론은 민주개혁진영을 사분오열시키고 강력한 지지기반을 상실함으로써 정책에서조차 개혁성을 상실해 정체성도 모호해짐으로써 대선, 총선에서 우리 지지층의 투표기권을 유발시켜 결국 어렵게 이룩한 민주개혁정권마저 문을 닫게 만들었다.
또 원혜영 대표는 복당요구를 두고 "스스로 거듭나려고 하지 않는데서 국민의 실망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다시 초래될 수도 있는 분당의 위기를 막고 민주당의 민주개혁성을 강화하라는 호남 유권자들의 의지를 "스스로 거듭나려고 하지 않는" 기득권 세력의 의지 또는 분별없는 지역주의 정도로 폄훼하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지 원 대표에게 묻고 싶다. 왜 이토록 우리의 진지를 모욕하는가.
호남에서 민주노동당이 승리한 이유, 잘 살펴야지도부의 이런 지역차별에 근거한 전국 정당론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정책과 노선을 택하는데도 그대로 드러나왔다. 지난 연말 예산 때나 MB악법 저지 과정에서 보여준 지도부의 태도는 패배적 절충을 하면서도 원내 의석수를 이유로 들어 합리적 결정인 것처럼 하지 않았는가.
민주당이 이러한 애매모호함, 흐릿한 정체성 때문에 호남의 개혁세력이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이번 전남 장흥과 광주, 그리고 지난 10월 여수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승리에 대해 호남의 개혁진영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살펴야한다.
지난 분당과정에 전국정당론을 말하는 일부 친노 주변의 지역차별론자들 사이에 '호남을 쳐야 다른 지역에서 표가 나온다'는 말들이 횡횡했다는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 대북송금특검이 이루어지고 민주당이 분당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 아닌가.
나 역시 분당으로 인해 공천을 얻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그때 분당을 끝까지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반성하며 그 잘못을 곱씹고 있다. 당시 개혁세력은 개혁적 지향을 표방하던 열린우리당을 선택해 17대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 분열의 본질인 호남지역차별에 근거한 전국정당론이 가시화되면서 호남의 개혁세력이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이탈하게 된 것이 과거의 아픈 역사이자 교훈이다. 이것을 다시 쫓아가면 안 된다.
부평과 시흥에서의 승리는 매우 소중한 결과다. 선거를 앞에서 이끌고 간 지도부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지방선거까지를 포함한 호남의 선거결과가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으로서의 민주당에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차별에 근거한 전국정당론, 그것이 필연적으로 야기할 흐릿한 정체성, 경인운하에 대해 당론도 정하지 못하는 사당성으로는 10월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우리를 또 다시 구렁텅이로 몰아 갈 것이 분명한 현 지도부의 지역차별에 근거한 전국정당론과 단호히 맞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