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기공식이 열리던 날 5월 6일. 출입을 허가 받은 기자 외에는 아무도 기공식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삼엄한 통제 속에서 경인운하 기공식이 열렸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운하사업단 등은 6일 오후 2시 인천 서구 시천동 공사현장에서 현장보고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경인운하의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렸다.
국토해양부와 경인운하 사업단은 이날 보고회가 한강과 서해를 잇는 새로운 물길인 '경인아라뱃길'을 대한민국의 대표 랜드마크로 조성할 것을 다짐하는 한편 현장 공사관계자 등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보고회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토해양부장관과 환경부장관 등 정부관계자, 서울·인천·경기도 3개 광역자치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지역주민 등 약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밝혔다.
경인운하사업단(K-water) 김건호 사장은 "경인 아라뱃길을 따라 수향8경, 자전거 전용도로, 녹지공간 등 다양한 친수공간과 친환경 쉼터를 조성해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며 "800년 민족의 염원사업인 '경인 아라뱃길'사업이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경인운하사업단은 경인아라뱃길사업 추진으로 "물류체계 개선으로 수도권 교통난을 완화하고 유해물질 배출이 적은 친환경 운송수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중국과 일본을 직접 연결해 서울이 국제 항구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운하는 서울에서 서해까지의 구간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친환경 친수경관으로 조성하는 등 뱃길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 경제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도권공대위 "지금이라도 중단"... 경인운하 검증위원회 구성 요구
오후 2시에 열리는 기공식에 앞서 낮12시반 시천동과 인접한 검암역에서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 운하백지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은 "경인운하 기공식은 한반도 대재앙의 전주곡"이라며 "정부는 도둑삽질 당장 중단하고 경인운하 타당성 검증이라도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들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는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독주에 국민들이 분명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광우병사태, 용산참사, 언론탄압, 비정규직법 개악 등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리와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내린 명령"이라고 밝혔다.
수도권공대위 윤인중 대표는 "지금이라도 삽질을 멈추기를 요구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정말로 민족을 위한 백년대계의 사업이라면 최소한 경인운하가 타당한지 검증이라도 해야 한다"며 공사강행 중단과 여야정치권, 전문가, 시민단체 등 찬반 동수로 구성된 검증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날 한신대 임석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사업을 나치 편집증에 빗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운하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나치가 유대인학살에 보여준 편집증과도 같다"고 강하게 비판 했다.
아울러 문규현 신부와 함께 생명평화의 순례 '오체투지'에 참여하고 있는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은 "오늘 만큼은 오체투지를 멈추고 이곳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며 "가장 훌륭한 임금은 백성들이 임금이 있는 줄도 모르게 정치를 하고, 두 번째 훌륭한 임금은 인으로써 다스리며, 그다음은 형벌로써 다스리며, 가장 나쁜 임금은 권모술수를 써서 백성들을 우롱하고 속이는 임금"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6년전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의 대표이사로 있을 당시 연천댐 건설 허가를 얻기 위해 연천군에 제출한 각서가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공개된 각서에는 '대표이사 이명박'이라는 직인이 선명했으며, 주된 내용은 댐건설로 홍수피해가 났을 때 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각서를 공개한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 대표는 <부평신문>과 통화에서 "한 번도 아니도 96년과 99년에 저수용량 3300만 톤의 댐이 두 번이나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내린 이유가 부실공사임이 지난해 법원 판결로 밝혀졌다. 26년 전에 조작을 통해 허가를 얻어낸 뒤 부실공사로 천문학적인 수해 피해와 수만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장본인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며 "그 때는 현대건설 대표이사로 경기북부 주민을 우롱하더니 이제는 대통령이 돼서 온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재앙을 막으러 인천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년 지나서야 당시 홍수피해가 인재로 판명 났다. 그 때 인재로 판명 났으면 현대건설이 이 땅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10년 동안 홍수피해 원인 규명하러 다녔는데 지난해 재판에서 현대건설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그들의 잘못으로 규명됐다"며 "문제는 그 이후 결국 천혜의 관광지인 한탄강 상류에 한탄강댐이 들어서고 임진강댐이 들어서게 됐는데 이 책임이 누구냐?"고 비난했다.
부실원인에 대해 이 대표는 "연천댐은 사력댐인데 7~8월이 장마철과 태풍 등으로 집중호우가 뻔한데도 발전을 위해 댐에 물을 채워 놓고 있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댐의 수위를 조절했어야 했고, 또 부실공사를 했기 때문에 무너진 것 아니겠냐?"며 "그때도 전문가라고 학회에서 연천댐이 파주, 문산 등에 미칠 영향을 무슨 수치화해서 주민들을 설득했는데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경인운하는 이미 정부내부에서 사업성 의혹을 사고 있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원수 떴기 때문에 촬영 안 된다" 한편, 이날 기공식이 열리는 시천동 주변은 철저하게 봉쇄 됐다. 인근 야산 등산로 입구 주변도 경찰이 빈틈없이 지키는 등 철저한 경비 속에 기공식이 치러졌다. 기공식이 열리는 곳으로 가려했으나 곳곳이 경찰병력으로 통제 돼 초청받은 자 외에는 전혀 들어갈 수 없었다.
기공식이 열리는 시천동 행사장과 1㎞남 짓 떨어진 곳에서 경인운하 사업을 알리는 현수막과 굴포천방수로의 전경을 촬영하려 하자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 <부평신문> 기자임을 밝혔으나 그 마저도 소용없었다.
인천 서부경찰서 소속임을 밝힌 L모 경찰은 "사진 촬영을 하려면 진작 신청(기공식 참가)을 하지 그랬냐?"며 "국가 원수가 떴기 때문에 기공식 현장이 아니라도 2시반까지는 여기서도 촬영이 안 된다"고 강력히 제지했다.
아울러 검암역 기자회견장 보호(?)를 맡은 경찰5개 중대병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에워싸고 길을 열어주지 않아 중간 중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날 인천부평경찰서장이 거듭 "여러분들은 지금 불법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해산 하십시오"라고 하자 시민단체회원들 또한 "인도로 가겠다는데 무엇이 불법인지 설명해 달라"고 맞섰으며, 이에 경찰서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경찰서장이 "귀가하시려면 귀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병력을 풀겠다"고 한 뒤 시민단체회원들이 "차를 가져왔으니 주차장까지 가는 길도 마련해 달라"고 하자, 경찰서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으며 이후 검암역 광장에는 기자회견장에서 검암역 승강장까지 가는 길이 경찰병력으로 만들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각서 |
폐사가 귀군에 제출한 전곡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하천공작물(댐)설치허가 신청과 관련하여, 폐사가 본 설치허가를 받을 경우 여하한 경우에도 아래 사항을 반드시 준수 할 것임을 이에 각서를 제출합니다.
-아래-
1. 수몰지구내 피해보상목록 및 수량을 작성, 83년 5월 31일까지 군에 제출하고 이에 대한 보상액을 산정하여 책임 보상하겠으며, 해당 이해 관계인의 동의를 받겠음.
2. 댐 시설 후 만수위 이상으로 홍수피해가 발생 하였을 경우 동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하겠음.
3. 전곡 수력발전소용 댐 설치로 인한 환경영향 평가서를 작성하여 환경청으로부터 동의를 득 하겠음.
4. 댐 설치 후 일일 필요 수량을 책임 방류하겠으며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득 하겠음.
5. 가배수로를 홍수 시 비상 여수로를 활용 계획 하겠음.
6. 기타 본건과 관련하여 추후 연천군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으며 댐 시설 후 동 시설로 인하여 야기되는 민원사항은 즉각 해결하고 동 해결사항을 군에 통보한다.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78 현대건설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명박
연천군수 귀하
83.4.22. 인 수 필 (청산면 장탄리 초소에서) 인수자 정 기 흥
지참자 : 현대건설주식회사 업무1부 차장 金 柱 完 업무부과장 陣 永 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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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