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라디오 토크쇼 '쇼크 조크(Shock Jock)'의 진행자 마이클 새비지(67)가 청취자들에게 자신을 입국 금지 시킨 영국을 보이콧 하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7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새비지는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자들에게 미국인들은 영국을 여행하거나 영국산 상품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면서 재키 스미스 영국 내무장관에게는 "당신이 내 이름을 당장 명단에서 빼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나는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며 결국 내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장관은 5일 영국이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 무엇인지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극단주의나 증오를 부추기는 발언과 행동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영국 입국이 금지된 22명 중의 16명의 명단을 공개했으며, 새비지는 다른 15명과 함께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새비지는 2007년 자신이 진행하는 <새비지 네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인, 유태인 그리고 이슬람을 싫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피를 갈구"하고 있다면서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증오의 책'이자 '굴종의 문서'라고 말했다가 이에 반발한 사람들의 대대적인 광고중단 압력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실은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일부 보수신문 광고중단 운동을 누리꾼들이 고소를 당하자 광고중단 운동의 적법성에 대한 근거로 많이 등장했다. 새비지 측은 광고중단 운동을 한 사람들을 고소했지만 미국 법원은 이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새비지는 이밖에도 자폐아동들을 경멸하는 말을 해 부모들을 분노케 하고, 동성애자들을 선정적인 말로 비난하기도 했다.
새비지와 함께 입국금지 외국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니스 알아스탈 의원, 유대인 극단주의자인 마이크 구조프스키, 러시아 스킨헤드 폭력조직의 두목 두 명, 백인우월주의단체인 '케이케이케이 단'의 총 우두머리였던 스테판 돈 블랙 그리고 신나치주의자 에리치 글리에베 등이 있다.
새비지는 보수성향의 미국 인터넷 신문 웹사이트인 '월드넷데일리'에서 스미스 장관을 향해 "그렇게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이 그렇게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또 "내가 그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 흥미롭다. 폭력에 반대하고 국경, 언어, 문화 등 애국적인 전통 가치를 옹호하는 내가 지금 영국의 입국 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다"면서 "명단이 영국 정부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는 나에 대해서보다도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새비지의 강도 높은 비난에 대한 대응으로 스미스 장관의 보좌관은 지금까지 새비지가 해왔던 "무례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정리해 배포했다.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새비지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동성애 마피아들에 의해 추행당하고 있다", "우리가 사라지거나 죽을 것인가 아니면 무슬림들이 사라지거나 죽을 것인가"라는 등의 자극적인 말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런던 로펌 '파이너스 스티븐스 이노센트'의 마크 스티븐스 변호사는 새비지가 명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스티븐스 변호사는 "영국 입국금지조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극단적인 폭력주의를 대표하는 사람들인데 그를 이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분명히 명예훼손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내무부의 입국금지자 명단에 포함돼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국에 올 생각이 아예 없거나 올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새비지는 자신은 영국을 여행할 계획이 없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영국에 갔던 것은 20여 년 전이라고 말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러시아 스킨헤드 폭력조직 두목 두 명은 러시아에서 2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내무부 대변인은 명단에 대해 이는 스미스 장관이 관리들로부터 제안을 받고 이 인물들을 명단에 포함시킨 것이라면서 이들이 반드시 영국에 올 의도가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어서 이들을 선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는 영국 정부의 새비지 입국금지조치와 이에 대한 새비지의 대응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면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을 새비지 토크 쇼의 애청자라고 소개한 미국 북동부주 올버니에 사는 '앤'은 "새비지는 폭력을 옹호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미국 수정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사는 '로렌스'는 "새비지가 하는 말은 대부분 맞는 말"이라면서 "그의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를 위험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아리조나 주의 '로버트 로울리'는 "새비지가 대다수의 미국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그는 미국인들의 수치"라면서 "영국 내무부가 부디 그의 공허한 협박을 그냥 무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베스'는 "새비지를 미국에서도 '금지'시켰으면 좋겠다. 제발 누군가 그를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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