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수사중인 가운데, 이재찬 전 세중나모여행 대표가 지난 3월 말 갑자기 대표직을 사임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한 때는 천 회장을 둘러싸고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
'에 참석했다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소개했다 등의 의혹이 불거졌을 때다. 특히 검찰이 천 회장을 출국금지한 때와 시기가 겹쳐, 검찰수사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중나모여행은 지난 3월 말 이 전 대표가 갑자기 사임하자 천 회장의 장남인 세전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세전씨는 현재 세중나모여행의 지분 11.84%(209만 주, 4월 현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전 대표, 박연차-천신일의 주식거래 알고 있었을까?천 회장은 윤천주 공화당 의원(7대)의 비서관을 마치고 1974년 제철화학을 설립했다. 당시 삼성물산에 근무하던 이 전 대표가 제철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철화학'은 포항제철 용광로에서 나오는 콜타르를 재활용하는 업체였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조카였던 박재홍 전 동양철관 사장이 제철화학의 설립을 적극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철화학의 주인이 바뀌자 대우로 자리를 옮긴 이 전 대표는 지난 2004년 세중여행의 대표이사로 다시 천 회장 곁에 돌아왔다. 이후 세중나모와 세중여행의 합병, 세중나모여행의 투어몰여행·세중모비스 인수 등을 지휘했다. 그는 2007년 <여행신문>에 의해 '한국여행산업을 이끄는 영향력있는 34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세중여행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직전까지 박연차 전 회장이 운영하던 태광실업의 중국법인에서 근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대우와 드류코리아를 거쳐 지난 97년부터 태광실업의 중국법인인 '청도태광유한공사'의 사장으로 6년여간 근무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박 회장과 천 회장의 주식거래 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그는 세중나모여행의 코스닥시장 상장을 주도했다.
세중나모여행은 지난 2006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됐다. 검찰은 당시 박 전 회장이 지인들의 명의를 빌어 천 회장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던 세중나모여행의 주식을 사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회장이 차명 주식거래를 통해 세중나모여행의 주식을 비싼 값에 사들인 뒤 싼 값에 되파는 수법으로 천 회장에게 거액의 차익을 안겨줬고, 이 과정에서 천 회장이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의 증여세 포탈 의혹 등을 캐기 위해 이 전 대표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