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되어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진보정당의 내부 경선에서 특정 후보의 지지 글을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십여 차례 게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 게시물은 해당 후보측의 홍보글이었고 나는 그 글을 단순하게 사이트에 '퍼올렸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사법당국에 고발했고 경찰과 검찰에서 도합 5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나는 당시 선거가 본선이 아닌 당 내부 경선이었고, 진보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노총의 조합원으로서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나의 '법률적 무지'에 대해 아량을 베풀지 않았다. 또한 당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주목받을 만한' 선거법 위반 행위가 없었는지, 나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누구 외 몇 명'의 기사에서 주어를 차지하기도 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공무담임권을 박탈당해 교사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나를 기소했던 담당검사는, 정식재판에 회부된 나에게 이례적으로 80만원의 죄값을 치르라고 구형했고, 법원은 이에 대해 '조회수가 낮아 선거에 끼친 영향이 거의 없다'고 판시하면서도 5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펌글' 하나에 5만원의 벌금을 문 셈이었다.
검찰의 활약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요즘 검찰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에서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도록 '빳빳하게 대들었던' 검사들의 기개(?)가 절로 느껴진다. 작금 검찰의 활약에는 말 그대로 성역이 없는 듯하다. 이대로라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30년'은 거뜬히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법질서 확립'에 '검찰이 고생이 많~다'.
그런데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이러한 검찰의 활약에 약간의 딴죽을 걸어보려 한다. '무지몽매'한 서민의 비판적 시각을 통크게 수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믿기에 혹 '필화'로 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전교조 울산지부의 두 간부가 연이틀 경찰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하나는 일제고사와 관련하여 진행한 교육청 앞 길거리 노숙농성에 대한 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학교 학부모의 일부가 전교조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 때문이다.
전교조 간부가 교육청 앞 인도를 무단 점거했다고 하는데, 지부장 한 사람이 천막도 없이 노숙을 했고 대낮에는 집회신고가 되어 있었으며 그 행위로 인해 교육청이나 통행하는 사람들이 어떤 업무방해나 불편을 느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한 일제고사 파행 사례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교조가 일부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자료로 제공한 바 있으나 이후 사실을 확인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며 아울러 해당 학교 당사자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한 바 있다. 경찰 또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에 대해 별다른 혐의가 없다고 검찰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교조만 끼면 모두 공안 사건?
그러나 울산검찰은 이 두 사건에 대해 모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자세다. 위법 행위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통상 정책적 반대나 비판을 위한 노동 시민 단체의 활동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와 같은 일에 검찰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사법적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있다. 지난 3월 31일 치러진 진단평가에 대해 지역의 교사 1600여 명이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표집실시 하라'는 주장을 담은 서명지를 울산교육청에 민원 접수한 바 있다. 획일적인 일제고사 실시에 문제를 느낀 교사들이 '정중하게도' 교육부의 지침에 어긋나지 않도록 진단평가를 시행하라는 '국가 정책 협조성' 의견을 낸 것을 두고, 울산 검찰은 집단행위 운운하며 조사에 나섰고, 울산교육청은 민원 교사들의 명단을 검찰에 제출하기 위해 각 학교에 장학사들을 직접 파견하는 '전대미문'의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의사표현인 서명을 문제 삼아 교육청과 검찰이 조사에 나서자 지역 여론이 뜨거워졌고, 자존감을 훼손당한 교사들이 반박서명에 재차 나서 더 많은 교사가 서명에 참가하자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렸다.
그러나 '법질서 확립'에 '신명'을 다하고 있는 울산 검찰은 최근 다시 서명 주동 교사를 소환할 예정임을 밝혀 여전히 이 문제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더 있다. 얼마 전 보도된 것처럼 학교장의 관리수당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전교조와 해당 학교간 맞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학부모들은 무혐의 처리하고 전교조 소속 교사들만 사법처리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전교조만 개입되면 공안 사건인가"라고 하소연할 만하다.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일도 있다.
아래 글은 2006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역의 모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글의 일부이다.
"전교조는 1989년 5월 창립을 선언한 이후 마치 혁명집단처럼 행동하며 전교조 교사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스승이라기보다는 마치 노동혁명의 투사인양 편향된 정치이념과 반미투쟁을 학생들에게 주입시켜왔습니다. APEC 때는 동영상 수업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세뇌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와 그런 교육을 받고 성장한 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한 사람들까지도 혐오하고 시기하는 편협한 인간이 어떻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으며 소박한 삶의 행복인들 어찌 맛볼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 조상 탓으로 돌리는 이들에게 어떻게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일 수 있겠습니까."
당시 전교조는 이 글을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하여 법률 자문을 받아 명예훼손으로 필자를 고소한 바 있다. 당시 법률 자문을 한 변호사는 충분히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사실적시 부분이 명예훼손적인 표현이라 할 것이지만 두 자녀의 학부형이자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피고가 기고문에서 원고들의 정치적 이념에 관해 원고들과 다른 입장에 서서 문제제기를 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이므로 그 위법성이 조각돼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있지만 언론자유에 속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와 같은 논리를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교사 서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당시 교사들의 제일 큰 요구가 '교육부의 지침대로 표집평가만 실시하라'는 것이었는데 상급 정부기관의 지침을 준수하라는 것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말인가?
사법판단의 기준에 대해 비전문가인 내가 옳으니 그르니 말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겠으나,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한다면 한마디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전교조가 고소하면 무혐의, 전교조가 고소당하면 유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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