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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 이모씨(25세 부산시)는 요즘 취업준비보다 경찰서의 출석요구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작권 위반으로 ㅅ법무법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P2P(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것) 사이트에 무심코 올린 영화 파일이 문제였다. 이모씨는 지인들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해결방법을 문의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고소한 법무법인과 합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란 말 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구하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모씨는 수사기록이나 전과기록이 남게 되면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 법무법인과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생 김모씨(23세 강원도 동해시)는 군 제대 후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ㅅ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 위반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김모씨 역시 앞으로 사회활동에 생길 불이익을 염려해 합의를 했고 100만원을 요구했던 ㅅ법무법인에 현재 어려운 집안 사정을 이야기해 학생기준 합의금인 80만원으로 합의를 봤다.

법무법인의 도를 넘은 저작권 관련 소송 남발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 위반을 빌미로 일반인 100만원 학생 80만원의 구체적인 기준까지 만들어 놓은 후 '합의금장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누리꾼들이 성토하고 있다. 실제 2007년 저작권 위반 관련 고소를 당한 한 고등학생이 자살한 사건 등 저작권관련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고소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2004년 1만 140건이었던 저작권관련 고소가 2008년 7만 8천여 건으로 무려 7배나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저작권 위반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실시했다.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란 저작권 위반으로 검찰에 처음 기소된 사람들이 일정시간 교육을 받으면 처벌을 면한 수 있는 제도이다. 작년 7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되었으며 이 제도를 1년간 성인에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일부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고소로 범법자가 되는 사람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줌으로써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용문화를 정립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저작권 위반 게시물 적발 전용 아르바이트생, 합의금 상담 전문 아르바이트생까지 두며 이른바 '합의금 장사' 를 하고 있는 일부 법무법인은 '시간차공격'으로 기소 유예된 저작권 위반자에게 또 한 번의 고소를 해 합의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시간차 공격이란 저작권 관련 위반 자료가 한건이 아닌 여러 건일 경우에 한 번에 묶어 고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두고 한건씩 고소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성인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가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무분별한 고소를 막는다는 취지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법무법인의 더 많은 고소를 이끌어낼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음반, 영상, 출판물 등의 불법 복제 시장이 한해 4조 5천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불법 복제물들을 다량으로 업로드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는 헤비업로더들의 단속과 규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헤비업로더들 중에선 한 달에 약 천8백만 원의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고소보다 헤비업로더들의 처벌과 공유사이트의 단속등 근본적인 저작권위반의 단속과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웹하드 업체 대표와 운영자 7명에게 저작권 위반 방조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저작권 위반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의 인터넷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합법적 문화 컨텐츠 시장이 7조원 규모인데 반해 4조 5천억의 거대한 불법 복제 시장 역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복제 시장과 함께 저작권 위반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법무법인의 합의금장사 역시 점점 확대 되어가고 있다. 일부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고소로 인해 저작권법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누리꾼들은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합의금 벼락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부 변호사들이 법을 무기로 무분별한 고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달 전인 4월1일 강승규 의원의 발의로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화했다. 일부 법무법인의 합의금장사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된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위반에 대한 형사 처분을 '영리목적의 업으로 한 자'로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불법 복제시장의 규모가 지금처럼 확대되기 전에 미리 국민들에게 충분한 저작권 교육을 한 후에 저작권법을 시행해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줬어야 했다. 이러한 준비과정 없이 바로 시행했던 저작권법은 저작권법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반 시민들을 범법자의 공포로 몰아넣고있다.

지금의 저작권법은,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문화와 상황을 만들어 놓고, 처벌 받아 마땅한 헤비업로더들이나 불법 공유 사이트의 단속은 뒤로 한 채 법을 잘 아는 법무법인의 배만 채워준 격이다.

보호되어야 마땅한 저작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해 불법 다운로드 자체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나 '저작권법 개정안'보다 제대로 된 저작권 교육이 먼저 시행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소중한 지적재산권인 저작권으로 돈을 벌려는 인식과 또 그것이 가능한 지금의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법 앞에 무지하고 힘이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 저작권법은 재수 없어 맞은 합의금폭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법#저작권교육조건부기소유예제#저작권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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