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서 꼬독꼬독해 가는 찻잎을 다시 불 위에 올려 놓고 목장갑 낀 손으로 뒤적여 말리면서, 문질러 상처를 내고 그렇게 반복을 한다. 가끔은 맨 손으로 만져 보며 습기를 가늠하기도 한다. 아직은 촉촉한 기운이 남아 있어 손에 감촉이 온다.
이제는 웬만큼 덖어졌나 보다. 만지면 바스락 소리가 날 정도다. 이게 차구나 싶다. 그것도 내가 길러서 내가 따서 내가 덖은 야생차. 곧 작설차가 아닌가! 다 덖어서 완성품을 만들어 놓고 보니 대견하고 흐뭇하다.
이제는 이 차를 음미할 차례인 것을!
가슴이 두근거린다. 과연 차 맛이 나기는 날까? 아니면 풋냄새만 풍기고 말까?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으로 물을 정성들여, 끓이고 식히고 끓이고 식히고 끓이기를 반복한다. 그래야 차맛이 난다고 했으니… 제대로 하려면 새벽의 샘물을 길어다 해야한다는데… 그럴 수는 도저히 없고 보니(지하수와 수도물밖에 없으니 말이다) 끓이기라도 정성을 들여 보기로 했다.
끓여 놓고 보니 차 색깔은 그럴 듯하다.
킁 킁 킁 향기를 맡아 보니 향기느 그럴 듯한 정도가 아니고 그야말로 최상이다. 여기까지는 성공한 셈이다. 이제 맛을 봐야 할 텐데, 조금은 두렵다. 물 온도 80도, 우려내는 시간 정확히 3분을 재었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아마도 맛도 그만이리라.
찻잔을 들어 가만히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아 본다. 차향이 코 속으로 살살 스며 들어온다. 이 상쾌한 기분을 깨뜨릴까 봐 마시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어서 맛을 보라고 재촉을 한다. 가만히 찻잔에 입술을 가져간다. 마시지는 못하고 혀로 가만히 맛을 본다.
아! 그 맛이라니!
한 모금 입 속에 머금고는 음미한다. 감히 목으로 넘기기가 저어하다. 천상의 맛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드디어 차나무 재배에 입문과 동시에 대성공. 이제부터는 일년 내내 이 차맛에 젖어 사는 복을 누리게 되었으니 누구에게 감사를 해얄까?
감사합니다. 하늘도, 땅도, 내 벗도, 내 아내도.
나만 이 감미를 독점할 것인가! 이 집에 오시는 모든 이에게 드려야겠다. 이 천상의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