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순우리말의 여러 낱말 중에서 '우리'라는 말이 주는 따뜻한 느낌을 사랑합니다. '우리집', '우리동네', '우리나라' 등 '우리'라는 말이 주는 그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은 시련으로부터의 위안이고 새로운 시도의 용기입니다.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마을 공동체에 안심을 주는 소박한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솟대'입니다.

솟대는 동네사람들이 함께 만든 새의 조각을 긴 장대 끝에 올려서 동구 밖에 세운 소박한 조형물입니다. 이 솟대를 세우는 오랜 전통도 도시화에 따른 전통마을의 붕괴로 이제는 '우리도 잘 모르는 우리 것'이 되었습니다.

 모티프원의 솟대, 이안수 작 | 백시멘트와 일반시멘트에 녹색 시멘트안료를 섞은 콘크리트에 건축공사현장에서 버려진 철과 철사를 박아 만든 '새'. 전통적인 솟대의 정신을 담은 솟대는 현대미술로 다양하게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모티프원의 솟대, 이안수 작 | 백시멘트와 일반시멘트에 녹색 시멘트안료를 섞은 콘크리트에 건축공사현장에서 버려진 철과 철사를 박아 만든 '새'. 전통적인 솟대의 정신을 담은 솟대는 현대미술로 다양하게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 이안수

솟대는 그 실박한 모양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우리의 정신적 지킴이였습니다. 질서의 '우리동네'와 혼돈의 바깥세상의 경계에서 화평을 보장하는 든든한 믿음이었고, 풍농의 바람이었으며 우리의 간절한 희원을 하늘에 전하는 신앙대상물이기도 했습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전통적인 솟대 조형의 실루엣을 철판으로 표현했습니다. 솟대의 미술적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소박함에 있습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전통적인 솟대 조형의 실루엣을 철판으로 표현했습니다. 솟대의 미술적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소박함에 있습니다. ⓒ 이안수

임직각 평화누리에 그 솟대가 세워졌습니다. 오랫동안 대우전자와 삼성전자의 기업에서 세계로 나가는 상품들의 디자인 혁신에 기여하고  이제는 후학들을 가르치는 유한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이기도 한 이경림 작가는 그 전통의 솟대를 대단히 창의적인 방법으로 시각적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모티프원의 솟대, 이안수 작 | 백시멘트와 일반시멘트에 녹색 시멘트안료를 섞은 콘크리트에 건축공사현장에서 버려진 철과 철사를 박아 만든 '새'. 전통적인 솟대의 정신을 담은 솟대는 현대미술로 다양하게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모티프원의 솟대, 이안수 작 | 백시멘트와 일반시멘트에 녹색 시멘트안료를 섞은 콘크리트에 건축공사현장에서 버려진 철과 철사를 박아 만든 '새'. 전통적인 솟대의 정신을 담은 솟대는 현대미술로 다양하게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 이안수

먼저 매체의 변화입니다. 주로는 나무이고 간혹 돌이 사용되기도 했던 재료를 쇠로 바꾸었습니다. 이 재료의 변화는 작가로 하여금 형태와 표현 방법에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토록 허락했습니다. 넓은 철판은 육면체의 박스가 되고 그 박스의 벽은 천공(穿孔) 형태에 따른 자유로운 상상이 발휘될 수 있었습니다.

천공된 모양의 솟대는 바닥과 맞은편 벽에 또 다른 '빛의 솟대'를 만들어 주었고, 이 빛의 솟대는 시간과 맞물려 매시간 다른 조형을 만들어 냅니다. 이 '빛으로 빚은 솟대'는 그 솟대의 집에 드나드는 사람에게도 투영되고, 그 순간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로 편입됩니다. 관람객은 좀더 강하게 인지된 방식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솟대가 주었던 정신적 작용에 몰입되는 체험을 갖게 됩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음각과 양각의 차이처럼 천공된 철판의 형태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좀 더 강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음각과 양각의 차이처럼 천공된 철판의 형태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좀 더 강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 이안수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소박한 솟대는 사람을 밀쳐내지않고 품어안는 정서를 제공합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소박한 솟대는 사람을 밀쳐내지않고 품어안는 정서를 제공합니다. ⓒ 이안수

작가는 또한 그 빛의 체험을 소리로 전환합니다. 솟대가 드로잉된 큰 광목은 평화누리의 광활한 능선을 따라 하늘에 눕고, 성기게 갈래진 그 광목은 바람을 짝으로 하여 끝없이 몸을 나부낍니다. 이 광목의 솟대가 몸을 흔들면서 내는 소리는 눈을 감아도 보이는 솟대가 됩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상시 바람이 멎지않는 평화누리의 구릉을 잘 활용한 천의 나부낌을 이용한 설치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상시 바람이 멎지않는 평화누리의 구릉을 잘 활용한 천의 나부낌을 이용한 설치 ⓒ 이안수

분단의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세월과 함께 오히려 염장(鹽藏)되고 있는 임진각 '자유의 다리'옆 '평화누리'에서 빛과 소리로 평화를 우는 이경림 작가의 특별전시 '평화세우미' 솟대전에서 공생의 아름다운 전통인 '두레'의 회복과 점점 소외되어가고 있는 개인의 존엄에 대해 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허락할 일입니다.

이 전시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음악의 언덕에서 5월 17일부터 2년간 상설 전시됩니다.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5월 17일 전시의 정식 개막을 앞두고 최종 배치를 상의중인 이경림작가와 안상규화백
상설기획 특별전시 솟대전 '평화세우미' 이경림 작 | 5월 17일 전시의 정식 개막을 앞두고 최종 배치를 상의중인 이경림작가와 안상규화백 ⓒ 이안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솟대#이경림#평화누리#임진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