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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우한 조재현? 고등학교 때 집에 외제차 있었다"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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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을 처음 만나는 날 '안녕하세요, 제가 김기덕입니다'라고 들어오는데 말투가 너무 순진해서 감독이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니까 굉장히 맑은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영화가 <악어>였는데 굉장히 잘해보고 싶다, 또 김기덕 감독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란주점에 데리고 갔죠. 그런데…."

 

순간 생방송 중인 <오마이TV> 스튜디오에 싸늘한 긴장감이 돌았다. 단란주점? 방송사고의 암울한 기운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울 무렵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런 거 나가도 되나요?"

 

그제서야 긴장감이 감돌았던 스튜디오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역시 그는 여타의 예능프로에서 입증된 대로 반전과 수습의 달인이었다.

 

'탁현민의 이매진' 8번째 손님은 하고 싶은 것을 좇아 자유롭게 부유하는 배우 조재현이었다. 13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된 '토크쇼'에서 조재현은 영화배우보다는 연극인으로서 연극에 대한 진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실제로 조재현은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를 맡아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2007년 12월부터 13개월간 총 10편의 작품을 선보인 '연극열전2'는 총 24만7814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4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려 연극계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들을 캐스팅해 관객을 끌어들인 '스타 마케팅' 덕분일 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스타 마케팅 덕을 보긴 봤어요. TV나 영화에서 본 스타를 무대에서 직접 보면 어떨까, 스타는 이런 설렘을 관객들에게 던져 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스타를 캐스팅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죠. 스타를 무대에 세우고도 실패한 연극들이 정말 많아요. 관건은 스타의 연기력이라고 생각해요. 저조차도 연극을 보러 갔는데 연기 못하는 배우가 나오면 뛰쳐나오고 싶거든요."

 

'연극인' 조재현 "연극계도 자체 스타를 키워야죠"

 

그렇다면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로서 '스타 마케팅' 외에 조재현이 꼽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작품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연극이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대중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우선 작품이 좋아야죠. 그리고 재미도 있어야 합니다. 웃기는 내용도 슬픈 내용도 그 나름의 연극적 재미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제작환경 자체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소극장하면 지하에 답답하고 냄새나고,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극장도 좋아야죠."

 

하지만 '연극열전'의 흥행 성공이 연극계 전체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지적에 조재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열전 때문에 연극을 처음 접하고 연극에 흥미를 느낀 새로운 관객층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정말 미약한 수준이라서 이것으로 가난한 연극계 전체가 살지는 못하겠죠. 그리고 잘되는 공연과 안되는 공연의 양극화도 생깁니다.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연극열전10'이 됐을 때는 상황이 훨씬 나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화정과 이승비라는 배우가 더블캐스팅된 '리타 길들이기'라는 연극이 있어요. 처음에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최화정씨가 나오는 공연 표가 더 잘 팔렸어요. 하지만 공연이 길어지면서 이승비라는 배우에 대해서도 입소문이 나더라고요. 나중에는 두 배우 모두 표가 잘 팔렸죠. 지금으로서는 이런 식으로 저변을 넓히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앞으로 연극계도 자체 스타를 만들어 내야죠."

 

연출자 조재현 "'연극열전3'에서는 연출자로 데뷔합니다"

 

오는 12월부터 시작되는 '연극열전3'을 앞두고 조재현은 연출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연극열전3에서 선보일 작품들이 확정단계에 있어요. 연극열전2보다 업그레이드된 라인업이 될 것 같아요. 첫 작품 <에쿠우스>는 제가 연출하기로 했습니다. 19년 전에 처음 <에쿠우스>에서 17세 소년 알런 역을 맡았고 2004년에 제 나이 만으로 39살에 또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잘했죠.(웃음) 너무 훌륭한 작품이고 대사가 너무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이날 조재현은 5개월간의 공직생활(?)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지난 1월 조재현은 경기도영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바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했죠. 제가 위원장 이런 거 안 좋아해서…. 그런데 도에서 나온 분과 식사를 하다가 연극열전 등 다른 공연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영상위원회를 공연영상위원회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그쪽에서 바꾸면 하시겠느냐고 해서 출발하게 된 거죠. 제가 일을 더 크게 만들어서 요즘 일에 치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절대로 행사장에 나가서 사진 찍고 테이프 커팅하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조재현이 말하는 공직생활 5개월

 

"영상위원회가 하는 일이 참 많아요.(웃음) 경기도 지역에서 촬영하는 작품들 지원하는 일부터 산간지역 주민들 공연 관람 지원 사업까지 하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 영화제작을 지원하기 위해서 펀드 조성 작업을 하고 있죠. 지금 제가 <집행자>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요즘 촬영 스태프가 30~40명밖에 안되더라고요. 예전에는 60~70명 정도 됐는데. 사정이 어려우니까 급여도 반밖에 못 받고 있어요.

 

그래서 미래의 김기덕이나 박찬욱 감독이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다 영화판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어린 조카 같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기회를 더 열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올 10월에는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한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조재현은 현실에 안주하는 법 없이 영화와 연극이라는 무대를 넘나들며 또 배우와 연출자로서 새로운 영역을 향해 주저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렸을 때 40대 아저씨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기지바지 입고 세무 잠바에 신발은 운동화를 신고 환한 얼굴에 배가 좀 나온 그런 이미지였죠. 현실에 안주하는 이미지랄까. 저는 내가 40이 됐을 때 절대 저런 이미지를 갖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항상 새로운 일들을 찾고 하고 싶으면 해요. '실패하면 어때 그냥 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사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도 배우로서 사는 것이 가장 즐거워요. 배우라는 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 도태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배우로 살다가 죽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태그:#조재현, #탁현민의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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