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전국 단독판사회의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열린 판사회의의 공통된 결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신 대법관이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는 '사퇴하라'는 요구보다 더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신 대법관은 침묵과 칩거로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불똥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까지 번질 태세다. 단독판사들은 "대법원의 인식과 조치 및 신 대법관의 사과가 이번 사태로 인해 침해된 재판의 독립성과 실추된 사법부에 대한 신뢰 및 훼손된 판사의 자긍심을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사실상 대법원장에게도 화살을 겨냥했다.
법원 일반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노조의 입장은 판사들보다 한층 거세다. 법원노조는 사태 발생 직후 성명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신 대법관 사퇴 등의 강경한 목소리를 내 왔다. 또한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연일 신 대법관의 사퇴와 사법관료화 철폐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법원노조는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이 대법원장을 대신해 대국민사과를 담은 3보1배를 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신 대법관의 거취 표명이 장기화 될 경우 직접 출근저지 투쟁도 고려하고 있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법원노조를 이끄는 오병욱 위원장, 그리고 신 대법관이 재판간여를 했던 서울중앙지법의 양윤석 지부장과 긴급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신 대법관 사퇴는 당연하고, 신 대법관을 임명제청한 이 대법원장의 경우 대국민 사과는 물론 처벌도 받아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인터뷰①] 오병욱 법원노조 위원장 "머문 자리 아름답게 떠나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참배 및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오병욱 법원노조위원장은 16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신 대법관에게는 빠른 사퇴를 촉구하고, 이 대법원장에게도 쓴소리를 냈다.
오 위원장은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데, 법도 잃고 양심도 잃은 사람은 법원에 남아있고, 법과 양심을 지킨 판사는 법원을 떠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신 대법관과 촛불재판 사건으로 법복을 벗은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단독판사를 비교했다.
그는 특히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후배판사들에게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판사가 되라'고 말한 것처럼, 이번에 본인 스스로가 머문 자리가 아름다울 수 있도록 빨리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오 위원장은 이 대법원장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 신 대법관 사태로 법관들이 재판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정상화를 위해 빨리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번 이 대법원장은 '경고'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신 대법관이 하루빨리 용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단독판사회의에 대해 오 위원장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단독판사회의가 전국 법원으로 확산되고 있어 신 대법관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압력을 더욱 가속화시켜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짓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퇴' 촉구와 같은 좀 더 적극적인 의견표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젊고 양심적인 판사들이 중지를 모으고 있으니까 우리는 양심적인 판사들을 믿는다"고 기대했다.
한편, 오 위원장은 "신 대법관의 사퇴 촉구를 위해 오는 18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정오부터 1시까지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있는 서울 서초동 교대전철역부터 대법원까지 중앙위원과 전국 각 지부장 등 30여 명이 참여해 3보1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신 대법관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출근저지 투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신 대법관을 압박했다.
[인터뷰②] 양윤석 서울중앙지법 지부장 "이용훈 대법원장도 처벌 받아야"
"단독판사회는 신 대법관의 행위가 법관의 재판권에 대한 명백한 간섭으로 위법·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단지 '사퇴'라는 표현을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신 대법관이 한참 선배법관이기에 스스로 법복을 벗고 나가라고 하기에는 후배판사로서 상당히 곤혹스럽기 때문에 '대법관 직무수행 부적절'이라고 에둘러 점잖게 표현한 것이다."
이날 대전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5·18 전국노동자대회 및 범국민촛불집회에 참가한 양윤석 서울중앙지법 지부장의 말이다.
그는 또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 다수 판사들이 '신 대법관이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밝혔는데도, 일부 보수언론은 '거취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소수의견을 가지고 '사퇴에 반대하는 판사들이 다수였다'고 왜곡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때문인지 서울동부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는 단독판사들의 '절대다수'가 신 대법관이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좀 더 확실히 표현했다"며 "이는 판사들이 사실상 '사퇴'를 명확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지부장은 "어쨌든 판사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행위가 명백한 재판권 침해로 위법하고,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만으로도 '사퇴'라는 표현보다 더 큰 압력이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청와대가 신 대법관을 후원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는데 그런 게 사실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그렇다면 신 대법관의 사퇴는 더욱 당연하고, 신 대법관은 청와대 관련설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양 지부장도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 대법관의 행위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한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제청권자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단독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행동이) 법관의 독립성에 대한 중대하고도 명백한 침해행위로서 위법하고, 또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신 대법관을 임명제청한 이 대법원장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신 대법관은 당연히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