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눈물을 떨궜다. 16일 오후 대전정부종합청사 남문광장에서 열린 고 박종태 화물연대 간부의 추도식을 겸한 전국노동자대회 현장에서다.
줄곧 숙연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던 그는 고 박종태씨의 부인인 하수진씨의 인사말을 듣던 중 안경을 벗었다. 이후 그는 약 10분 가까이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인 하씨는 유족을 대표한 인사말을 통해 "남편은 벚꽃이 지기 전에 이 싸움을 끝내고 아이들과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남편은 지금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봄마다 벚꽃이 필 때면 꽃들을 보러 다닐 여유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그 꽃, 그 나무들이 원망스럽기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말끝에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이 박종태씨 사망으로 불거진 특수고용노동자(비용절감을 이유로 개별 노동자가 사업자등록을 해, 형식적으로는 회사와 계약을 한 자영업자로 돼 있는 노동자) 문제에 보인 관심은 남달랐다. 그는 박씨가 목숨을 끊기 약 보름 전에도 광주로 달려가 연대의 정을 표했다. 박씨 사망 직후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추모 팝업창을 만들어 띄웠고 대전에서 열린 관련 집회 때마다 참석해 추모해왔다.
이 의원은 고 박종태씨의 죽음이 알려지자 지난 5일 자신의 홈페이지 '이정희 편지'란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지부장님>이라는 글을 올렸다.
"세상은 눈물로 만들어졌나 봅니다"그의 글은 '눈물'로 시작한다.
세상은 눈물로 만들어졌나 봅니다. 고작 보름 전, 광주 대한통운 물류창고 앞에서 당신을 만났는데, 당신은 참 단단해보였는데, 당신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지요.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당신이 남긴 말을 죄다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특별했다고, 당신은 목숨을 바쳐서는 안 되었다고….그는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 대한통운 택배노동자 78명을 하루아침에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게 한 것은 고작 30원"이라며 "집회에 가면서 그 싸움이 벌어진 이유를 읽다가,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생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경제신문 귀퉁이에서 대한통운 기사를 보고 어, 이거 뭐야, 했다"며 "4월 15일, 대한통운은 올해 매출액 2조5000억 원, 영업이익 125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코스닥에 공시했고 매출은 지난해 1조8283억 원보다 36.7%, 영업이익은 지난해 705억 원보다 77% 각각 늘 것이라고 스스로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대목이 또 있다.
"4월 16일, 차진철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이 대한통운 전 사업장의 무분규를 선언했답니다. 49년 무분규 역사를 자랑하는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은 물론 최봉홍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과 장의성 서울지방노동청장까지 이 선언 자리에 참석했다고 합니다."대한통운과 계약 해지된 택배기사들이 30원 때문에 길바닥에 내몰린 때에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이 무분규 선언을 할 수 있느냐고 꼬집은 것.
이 의원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정부와 회사는) 원래 노동자였고 여전히 노동자인데 억지로 사업자등록 내게 해서 사장님 만들어놓고 비용 부담 떠넘기고 계약해지하면 그만이라고 한다"며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에 근로자 정의규정만 바꿔 특수고용도 노동자로 인정하면 대화의 공간이 생기고 협상의 여지가 생기는데, 정부는 그저 숨죽이든지 벼랑 끝에서 싸우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눈물 없이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16일 화물연대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 협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대화의지에 따라 파업을 유보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화요구'에 대한 답변은 생략한 채 총파업을 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집단행동에 참여한 화물 차주에게는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화물운송자격을 취소하는 등 중징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노총 및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박씨가 목을 매고 숨진 대전 읍내동 대한통운 앞길로 행진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해 450여 명이 연행됐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대화는 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총파업으로, 길바닥으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정희 의원의 고 박종태씨 관련 글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났다.
"박종태 지부장님, 우리가 당신을 그 벼랑 끝에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더할 수 없는 믿음을 우리에게 주었는데, 우리는 발걸음조차 느려 당신을 떠나보냈습니다. 눈물 없이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오월은, 다시 눈물로 시작됩니다. 왜 아직도 이래야만 하나요. 언제까지 이래야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