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반토막 펀드, 집값 폭락…. 미국에서 불붙은 세계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거쳐 가정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경제 위기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된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최근 들어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이자비용이 낮아지고 몇몇 경기지표가 호전되면서 사람들의 위기의식이 느슨해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란 전망으로 많은 가정이 소비 구조조정을 했다.

경기불안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가계 소득이 감소하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에 문화비, 의류비 등 급하지 않은 지출들을 줄이고 심지어 식비까지 줄이는 가정이 생겨나면서 전반적으로 가계소비가 줄어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계속적인 금리인하로 대출 이자비용이 줄어들고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경기바닥론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의 위기의식이 느슨해지고 있다. 실제로 줄었던 소비가 증가하고 주춤하던 가계대출도 급등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4월 소비심리지수가 4년만에 최대치로 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소비지출전망 중 의류비, 외식비, 문화비의 증가폭이 컸다고 한다. 그동안 경제위기로 인해 줄였던 소비를 다시 늘리고 있는 것이다.

빚에 둔감해진 사람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006년 11월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하면서 가계 빚은 802조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빚을 안고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가계 빚 문제가 심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빚내서라도 내 집 장만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많은 가정이 빚을 끼고 주택을 마련했다.

때마침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신용이 팽창되면서 빚을 얻기가 쉬웠기에 너도 나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빚을 끼고 내 집 장만에 나섰다. 저금리로 인해 1억 원을 빌려도 한 달에 내는 돈은 40~50만 원 정도이기에 큰 돈을 빌려도 내는 돈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여겨졌고 주변에 빚 없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사회 전체적으로 빚에 대해 관대해지고 둔감해졌다.

게다가 대출 받아 산 집은 수십%씩 올랐기에 적은 돈으로 큰 돈 벌었다는 생각에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집 값이 수천만 원씩 오르다 보니 돈 쓰는 일에 후해지면서 생활비는 따져보지 않고 썼고 마이너스통장과 신용카드 할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가계 빚 800조 시대와 개인 순저축률 1%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저축은 안 하고 일상적으로 빚을 끌어쓰다보니 빚에 둔감해지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빚마저도 공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함부로 쓰지 못 하지만 빚은 힘들 게 번 돈이 아니라 쉽게 끌어온 돈이다 보니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지출할 때의 느낌이 다른 것이다.

은행 대출은 주머니 쌈짓돈?

 각 은행 대출 창구
각 은행 대출 창구 ⓒ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에 달하면서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가 없으면 당장 다음 달 생활이 불가능한 집이 상당히 많아졌다. 그럼에도 많은 가정이 지금 있는 대출을 어떻게든 빨리 상환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상담 고객 중에는 부채가 2억인데 최근에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이자비용이 18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줄었다고 50만원의 공돈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자비용이 줄어들면 줄어든 이자비용만큼 부채상환을 하거나 저축을 해서 앞으로 돈 나갈 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집은 오히려 공돈이 생겼다고 소비를 늘렸다.

당장 나가는 돈이 줄었는데 그 돈이 내 노력으로 줄어든 돈이 아니다 보니 공돈처럼 느껴져 그 돈으로 다른 무언가를 해도 된다고 여긴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금리가 이만큼 낮아졌으니 이 기회에 추가대출을 받아야겠다고 한다. 특별히 돈 쓸 곳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투자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금리가 싸니까 쌀 때 받아두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이만하면 빚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내가 앞으로 벌어서 갚아야 하는 돈이라는 의식 자체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돈을 마치 내 주머니 속의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 원리를 설명할 때 "공짜 점심은 없다"란 말을 즐겨 사용한다. 원래 이 말은 미국 서부의 술집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술 집에서는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는 단골 손님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제공했는데 사실은 손님들이 지불하는 술 값에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로 자주 인용이 된다.

많은 가정이 지금 공짜 점심의 덫에 걸려 있다. 지난날 우리는 공돈처럼 손쉽게 긁어댄 신용카드로 인해 카드대란을 겪은 바가 있다. 값싼 이자로 쉽고 편리하게 가져다 쓰는 빚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나 자신의 미래 노동력, 즉 앞으로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벌어야 하는 돈이다. 미래에 벌어야 할 돈까지 오늘날 다 써버렸으니 미래는 갈수록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은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끌면서 살았지만 미래에는 편히 누울 곳도 없이 하루 세끼 먹는 것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저금리로 인해 이자비용이 줄어든 것은 팍팍한 가계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줄어든 이자비용만큼의 돈은 공돈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내는 이자비용이 줄었다고 해서 내가 갚아야 하는 원금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경기가 호전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경기가 다시 급반전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빚은 그대로 가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굳이 경기 예측을 하지 않더라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정의 상당수가 대출 원금을 다 갚기도 전에 퇴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상환기간은 15~30년으로 정해져 있는 데 반해 직장생활은 그만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퇴직으로 빚을 절반도 채 갚기도 전에 소득이 중단될 수도 있다. 집을 팔지 않고서는 대출 상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담보대출을 받은 5가구 중 1가구는 지금의 소득만으로는 집을 안 팔면 대출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런 가정들은 사소한 충격에도 무너질 수 있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조금만 줄어들거나 갑자기 누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한순간에 멀쩡한 가정이 길거리로 나앉게 될 수도 있다.

공돈에 대한 환상 버리고 구체적인 상환 계획 세워야

이자비용 줄었으니 공돈 생겼다고 마냥 좋아하다가는 평생 빚 갚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빚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공돈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상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앞으로 우리 가정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고 빚을 갚을 수 있는 시기는 언제까지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그 기간이 모두 빚을 갚을 수 있는 시기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그만큼 교육비 지출이 늘어나기에 빚을 갚을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지금처럼 저축 한 푼 없이 생활해서는 빚을 갚기는커녕 향후 지출 증가로 오히려 빚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예부터 빚은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다. 저금리로 줄어든 이자 비용에 현혹되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빚을 멀리하고 저축에 힘써야 한다. 빚은 빚일 뿐이다. 빚은 공짜가 없다.

      


#빚#공돈의 함정#공짜점심#가계부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