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21)은 비가 하루종일 내립니다. 어제 모내기를 마쳐 참 다행입니다. 이앙기로 모를 내 날이 저물기 전에 일을 끝마칠 수 있었는데, 논에 나가 손을 거들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전날 온가족이 아랫밭에 나가 모판을 논에 부리는 일을 잠시 도와드리는 정도였습니다.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아놓고 논물을 채워뒀다.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아놓고 논물을 채워뒀다. ⓒ 이장연

 

 논둑길을 따라 아랫밭으로...
논둑길을 따라 아랫밭으로... ⓒ 이장연

 

 이 논을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을까??
이 논을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을까?? ⓒ 이장연

 

모판을 나르기 위해 아랫밭을 찾았을 때, 비닐하우스에서 아버지는 모판을 떼어 지게에 싣고 있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본 지게였는데, 그 지게로 아버지는 50년 넘게 물도 지고 똥거름도 지고 연탄도 지고 땔감도 지고 쌀가마니도 지고 무-배추 등 채소와 꽃도 지어 날랐습니다. 제가 어린조카 만했을 때에는 지게를 태워주시기도 했습니다.

 

촌부의 자식으로 7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정 형편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도 학교 진학도 포기한 채 아버지는 자신의 삶의 무게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까지 저 낡은 지게로 짊어왔습니다.

 

 비닐하우스에 모판을 만들어 놓았다.
비닐하우스에 모판을 만들어 놓았다. ⓒ 이장연

 

 아버지가 모판을 지게에 싣고 짊어지려 한다.
아버지가 모판을 지게에 싣고 짊어지려 한다. ⓒ 이장연

 

 모가 꺽이지 않게 지게에 쌓는게 요령이다.
모가 꺽이지 않게 지게에 쌓는게 요령이다. ⓒ 이장연

 

이젠 손자까지 있는 육십의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가 지게질을 얼마나 더 하실까 싶어, 똑닥이 카메라로 살며시 그 모습을 담으려는데 아버지는 눈치를 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민이 보여주게 지게 한 번 찍어라! 나중에 보여주게..."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전히 어린 손자 생각으로 사진 하나 찍어달라는 말에 코끝이 찡해집니다. 자신은 모판을 지게에 수없이 짊어지면서, 자식들에게는 "욕심부리지 말고 쉬엄쉬엄 나르라"는 농사꾼 아버지의 지게질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무거운 모판을 짊어지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아버지
무거운 모판을 짊어지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아버지 ⓒ 이장연

 

 낡은 지게로 그는 평생을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짊어져왔다.
낡은 지게로 그는 평생을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짊어져왔다. ⓒ 이장연

 

 다들 농사를 포기하고 외면할 때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는 올해도 벼농사를 짓는다.
다들 농사를 포기하고 외면할 때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는 올해도 벼농사를 짓는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지게#논#모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