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1)은 비가 하루종일 내립니다. 어제 모내기를 마쳐 참 다행입니다. 이앙기로 모를 내 날이 저물기 전에 일을 끝마칠 수 있었는데, 논에 나가 손을 거들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전날 온가족이 아랫밭에 나가 모판을 논에 부리는 일을 잠시 도와드리는 정도였습니다.
모판을 나르기 위해 아랫밭을 찾았을 때, 비닐하우스에서 아버지는 모판을 떼어 지게에 싣고 있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본 지게였는데, 그 지게로 아버지는 50년 넘게 물도 지고 똥거름도 지고 연탄도 지고 땔감도 지고 쌀가마니도 지고 무-배추 등 채소와 꽃도 지어 날랐습니다. 제가 어린조카 만했을 때에는 지게를 태워주시기도 했습니다.
촌부의 자식으로 7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정 형편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 집안일과 농사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도 학교 진학도 포기한 채 아버지는 자신의 삶의 무게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까지 저 낡은 지게로 짊어왔습니다.
이젠 손자까지 있는 육십의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가 지게질을 얼마나 더 하실까 싶어, 똑닥이 카메라로 살며시 그 모습을 담으려는데 아버지는 눈치를 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민이 보여주게 지게 한 번 찍어라! 나중에 보여주게..."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전히 어린 손자 생각으로 사진 하나 찍어달라는 말에 코끝이 찡해집니다. 자신은 모판을 지게에 수없이 짊어지면서, 자식들에게는 "욕심부리지 말고 쉬엄쉬엄 나르라"는 농사꾼 아버지의 지게질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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