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대해 세입자들이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용산 참사가 발생한 용산 4구역을 비롯한 재개발지역 내 명도소송과 건물 철거가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22일 도시정비법 49조 6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법률 조항은 도시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면 건물 소유자와 세입자의 사용·수익권이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건물 명도 소송에서 집행 결정이 나면 재개발 사업 시행자가 이 법 조항에 근거해 세입자들의 영업행위를 제한하고 쫓아내 철거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 법 조항이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된 것.
따라서 적어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진행 중이던 명도 소송이 중단되고 재개발 사업 시행자가 세입자들을 쫓아낼 수 없게 돼 건물 철거도 어렵게 된다.
법원의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은 용산 2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명도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용산역 전면 제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11월 7일 세입자 22명을 상대로 명도 소송을 냈고, 이에 세입자들이 도시정비법 49조 6항이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과 보상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던 것.
재판부는 "(소송 관련 세입자들은) 신축될 건물의 임차권을 유지할 수 없는 자들로, 해당 조항이 적용될 경우 실질적이고 형식적인 재산권 박탈의 효과가 생기지만 도시정비법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보상 규정이 없다"며 "공용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수용할 경우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도록 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위반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도시정비법이 세입자의 재산권과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과도하게 제한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개발지역 철거 중단 효과... 민주노동당 "헌재의 정의를 기대한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용산 4구역을 포함해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다른 여러 곳에서도 같은 신청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각 재판부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게 되지만, 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이 제기된 만큼 이를 이유로 재판부가 소송 일정을 미룰 수 있기 때문에 연쇄적인 명도소송 중지 사태가 예상되는 것.
용산 4구역 세입자들도 서울 서부지법에 이와 같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세입자들의 소송 대리인인 조동환 변호사(법무법인 정평)는 "용산 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명도 소송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결과도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용산 4구역 세입자 대책위원회'도 즉각 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재개발지역의 세입자들이 적정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조건에서 명도소송을 통해 강제로 쫓겨났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그동안 무시돼 왔던 재개발 지역 세입자 재산권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하는 측면에서 더욱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 위헌 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며 "국회는 이 판결을 계기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세입자의 기본권 입장에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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