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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분여마다 머리위로 커다란 비행기가 떠다니는 것도 영종도의 매력중 하나랍니다.
일분여마다 머리위로 커다란 비행기가 떠다니는 것도 영종도의 매력중 하나랍니다. ⓒ 김종성


 영종도가는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려 북쪽 공항해안도로를 따라 인천국제공항까지 자전거 여행을 해보았습니다.
영종도가는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려 북쪽 공항해안도로를 따라 인천국제공항까지 자전거 여행을 해보았습니다. ⓒ NHN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영종도는 서울에서 상당히 먼 곳이었습니다. 인천 월미도까지 가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했고 주위에 누가 영종도에 섬 여행을 간다고 혹은 가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지요.

이제 영종도는 우리나라의 대표 관문이자 관리를 잘해서 안팎으로 칭찬받고 있는 인천공항을 품으면서 배가 아닌 전철을 타고도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섬이 되었습니다. 그런 커다란 공항을 품은 덕에 머리위 하늘에 큰 덩치의 비행기가 별일 아니라는듯 일상다반사로 떠다니니 여행자의 눈엔 무척 이채로운 섬이기도 합니다.

영종도는 배타고 십여분이면 가는 새끼섬인 신도, 장봉도와 무의도를 거느리고 있어서 여행의 다채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엔 새끼섬까지는 미쳐 못가봤지만 애마를 타고 영종도 해안길을 돌아 바다위 비행기들의 응원을 받으며 인천공항까지 달려가 보았습니다. 영종도내 신도시와 을왕리 해변 부근외에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으나 갓길이 비교적 넓고 험한 언덕길이 없어서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좋은 섬입니다.  

5호선 전철역 김포공항역에 내려서 영종도행 공항철도로 갈아 탑니다. 영종도 가는 민자 고속도로처럼 이 공항철도도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이용승객들이 적어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 적자를 메우다가 곧 코레일이 인수한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작년에 왔을때는 자전거는 박스에 포장하거나 가방에 넣어서 공항철도를 타야 한다느니 하며 까다로웠는데 이번에는 그냥 접이식 자전거라고 하니 무사통과합니다.

전철은 지상을 30여분을 달리다 어느새  갯벌이 들어찬 인천 앞바다를 건너면서 나오는 공항철도역중의 하나인 운서역에서 내립니다. 운서역 앞에는 넓고 깔끔한 공원과 자전거길이 깔린 신도시라 불리는 아파트촌도 있고 영종도안에 있는 주요 관광지(을왕리 해변, 새끼섬 가는 선착장, 인천공항등)를 일주하는 버스들도 십여분마다 자주 오가고 있습니다.

 영종도의 북쪽과 남쪽에 있는 길고 긴 해안도로로 번뇌를 잊게 하는 무념무상의 라이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영종도의 북쪽과 남쪽에 있는 길고 긴 해안도로로 번뇌를 잊게 하는 무념무상의 라이딩을 즐길 수 있습니다. ⓒ 김종성


 영종도의 쭉빠진 공항북로 해안도로옆 아름다운 해안가는 인공석과 철책으로 을씨년스럽습니다.
영종도의 쭉빠진 공항북로 해안도로옆 아름다운 해안가는 인공석과 철책으로 을씨년스럽습니다. ⓒ 김종성

신도시라고는 하나 별로 새로울것도 없는 아파트촌을 벗어나니 삼목 선착장을 향하는 공항 북로 해안도로가 금방 나타납니다. 이 해안도로는 영종도의 남쪽에도 있는데 대평원처럼 끝이 안보이게 멀게 느껴져서 넓은 갓길을 따라 마음속 번뇌를 잠시 잊고 실컷 달릴 수 있는 일직선의 찻길입니다.

바로 옆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으나 북한과 인접하고 있어서인지 바닷가에 돌을 쌓아놓아 해변을 없애고 긴 해안선을 따라 높다란 철책이 삼팔선처럼 쳐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섬과 바닷가를 움츠리게 하는 저 철책선이 어서 사라지기를 바래봅니다.

어쩌다 통일을 기원하며 달리게 된 공항북로해변도로가에서 삼목 선착장을 만납니다. 영종도의 다른 선착장처럼 소박한 매표소와 매점이 있는 삼목 선착장은 새끼섬인 신도(시도,모도와 다리로 연결된 세쌍둥이 섬)와 장봉도에 가는 배를 타는 곳입니다. 매표소안의 의자에 앉아 갈매기 유혹용 과자를 파는 매점에서 간식도 사먹고 쉬면서 새끼섬에 오가는 사람들과 바닷가의 작은 어선들을 구경합니다.

 신도와 장봉도 가는 영종도 북쪽 삼목 선착장에 배와 사람들이 여유로이 오가고 있습니다.
신도와 장봉도 가는 영종도 북쪽 삼목 선착장에 배와 사람들이 여유로이 오가고 있습니다. ⓒ 김종성

공항북로해변도로를 다 달리면 왕산, 을왕리 해변길과 예전에는 섬이었다는 용유도가 나타납니다. 인도옆에 다른색으로 칠한 자전거길도 있어서 편안하게 해변을 찾아 갔습니다. 아직 오월이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바닷가는 주차한 차들과 사람들로 가득한 여름날의 풍경입니다.

모래사장위에서 썬탠하는 사람들,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들, 쾌속 보트를 타고 바다위를 달리는 사람들등등 모두들 모처럼 편안하고 즐거워 보입니다. 차량들과 사람들과 조개구이 식당들에 점령당한 해변가를 좀 더 달리다가 선녀바위 해안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궁금해져 자전거 핸들을 돌려 한 번 가보았습니다.

그런 궁금함이 행운이었는지 선녀바위 해안은 무척 한가롭고 조용해서 바닷가에 이어진 갯바위들중 선녀바위가 어떤 것인지 찾아보기도 하며 바닷가에 다리를 담그고 쉬어 가기에 좋더군요. 해질녘의 낙조까지 절경이라니 다음번에 다시 또 여행올 구실이 생겼네요.

 아직 오월인데도 영종도의 해변은 마치 여름날의 바닷가 같네요.
아직 오월인데도 영종도의 해변은 마치 여름날의 바닷가 같네요. ⓒ 김종성


 갯바위들이 바닷가에 늘어선 아담한 선녀바위 해변은 제가 추천하는 영종도의 바닷가입니다.
갯바위들이 바닷가에 늘어선 아담한 선녀바위 해변은 제가 추천하는 영종도의 바닷가입니다. ⓒ 김종성

계속 이어지는 해변길에 조금 지치면 건너편에 간판을 손으로 써서 주민들이 운영하는 것이 티나는 수수한 민박집들뒤 모내기가 한창인 동네로 들어가 봅니다. 섬 여행을 와서 해안도로와 바닷가와 유명 관광지만 구경하고 섬 주민들이 사는 동네를 안가보면 뭔가 허전하고 빠진듯해서 꼭 섬 마을을 들러 보려고 노력합니다.

바닷가는 사람들로 정신없고 시끄럽지만 섬 안의 동네는 여느 농촌 마을처럼 고요하고 논과 밭에 허수아비가 정겹게 서있고 주민들이 허리숙여 수고하시는 모내기도 한창입니다.
역시나 마을로 들어선 자전거 탄 외지인을 경계하라는 동네 개들이 연대하는 고함소리도 여전하고요.

물을 얻어 마시러 들어간 어느 집 앞에서 놀던 어린 꼬마들이 놀이를 멈추고 헬맷과 장갑과 까만 썬글래스를 낀 저를 외계인 보듯 신기한 눈망울로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해안가를 달리다가 건너편 민박집들 뒤로 조그만 가면 섬 주민들의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해안가를 달리다가 건너편 민박집들 뒤로 조그만 가면 섬 주민들의 삶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종성

 유명한 해수욕장도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런 한가롭고 조용한 해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명한 해수욕장도 좋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런 한가롭고 조용한 해변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종성

옛날에 말을 많이 키운 동네여서 마시란 해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바닷가를 지나면 영종도의 또다른 새끼섬인 무의도 가는 선착장이 나옵니다.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가 동생인 무의도는 주변 섬들과 바다를 아우르는 풍광이 아주 멋진 산(국사봉 230m, 호룡곡산 244m)이 있어 산행지로도 유명하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산을 일컬어 서해의 알프스라고 한다니 영종도에 또 와야할 이유가 생겼네요.

 영종도 남쪽길에는 실미도가 동생인 무의도에 갈 수 있습니다.
영종도 남쪽길에는 실미도가 동생인 무의도에 갈 수 있습니다. ⓒ 김종성

 인천국제공항을 잔차와 함께 이방인처럼 돌아 다니다가 4층 전망좋은 카페에서 쉬면서 저녁노을을 잘 감상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잔차와 함께 이방인처럼 돌아 다니다가 4층 전망좋은 카페에서 쉬면서 저녁노을을 잘 감상했습니다. ⓒ 김종성

영종도 하늘과 바다 위를 쉼없이 오가는 덩치 큰 비행기들이 모여 있다는 인천국제공항에도 가보았습니다. 뜻밖에도 인천국제공항 가는 길은 갓길도 없는 찻길이라 씽씽 달리는 차들과 같이 찾아 갔는데 공항에 자전거를 타고 오리라고는 미쳐 예상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 생각은 잔차와 함께 나란히 걸어 공항안에 들어서면서 들어 맞았네요. 승객들은 물론 직원들과 보안요원들까지 저와 자전거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어떤 사람은 호감을, 어떤 이는 경계를... 각자 다른 표정들을 짓습니다.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공항의 이방인으로 나오는 재미있는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처럼 저도 무척 넓기도 넓은 공항을 애마와 함께 이곳저곳 구경하며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공항밖의 경치가 보고 싶어서 물어물어 제일 꼭대기인 4층까지 올라가 전망이 좋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무료로 쓸수 있는 여러대의 인터넷 키오스크도 있고 자전거를 제지하지 않는 열린 카페의 편안한 쇼파에 앉아 커다란 창 밖으로 보이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오늘 수고한 다리를 주무릅니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섬 아닌 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영종도는 험난하지 않은 길과 각기 다른 여러가지 매력들이 있어 아마 여러번 여행을 가게 될 것 같네요.

덧붙이는 글 | 영종도에 가는 버스도 있습니다. 5호선 전철역 송정역, 2호선 전철역 당산역, 1호선 전철역인 동인천역앞에 서며 버스 앞 유리에 크게 영종도,을왕리,무의도,인천공항이라고 써있답니다. (버스요금은 4100원)



#영종도#공항철도#인천공항#신도#무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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