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교수가 올해 82세라는데, 고령 때문인지 이해력이 많이 떨어지시나보다. 자신이 지난 4월 15일 "노무현씨는 자살하거나 감옥에 가야한다"며 썼던 글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번에는 "테러당해도 괜찮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왠지 그 '테러'를 두려워하는 반어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 김동길씨는 스스로 "나는 세상의 눈치를 안 보고 굳은 의지로 바른 소리를 했다" 고 믿나보다.
"아직은 단 한 번도 테러를 맞은 일이 없지만 앞으로도 마땅히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다가 폭도들의 손에 매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떤 위기에 처해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가 몇인데요. 여든 둘입니다."(5월 25일 홈페이지)'마땅히 내가 해야 할 말을 했다'고 한다. 맞다. 사람은 마땅히 자신이 믿는 바 옳다고 생각하는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런 권리를 찾기 위해서 민주화니 언론의 자유니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게 아닌가.
김동길씨의 '할 말을 하는' 데 대해서 어느 누구라도 딴지를 걸 권리는 없다. 그 사람의 자유고, 표현의 자유니까. 그런데 김동길씨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이 "마땅히 할 말을 못하게 막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건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김동길씨의 '명박찬양'에 딴지를 걸거나 비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한 글의 대부분이 이명박찬양 일색이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입을 막지 않았고, 참여정부때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을 때도 막지 않았다. 그건 노무현의 가치보다 더 중요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김동길씨가 주장하는 "할 말을 못하게 막는" 주인공은 정작 자신이 찬양하는 이명박 정부다. 서울시청을 봉쇄하고 시민들이 추모할 자유마저 빼앗고 있지 않은가?
자신을 향해 쏟아질 비난이 두렵기 때문에, 전경버스로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아예 그 입을 틀어막는 것이다.
그렇게 "할 말을 못하게 막는" 정책을 쓰는 한나라당과 대통령에 대해서는 무슨 쓴소리를 하셨는지 궁금하다.
정작 누리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무시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평생 학자의 길을 걸어오고, 때로는 쓴소리를 하면서 존경을 받았던 노 교수가, 한 사람에 대해 그것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에 대해서 비하를 넘어서서 생명을 경시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뇌물을 받았으니 자살을 하라"무슨 연쇄살인이라도 저질렀나? 아니 연쇄살인마라고 해도 '법적인 처벌'이 마땅하지 그를 끌고 나와 "자살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유족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고, 그것도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이성을 잃은 상황에서나 터져나올 말이다.
그런데, 멀쩡한 정신을 가진 국내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시는 '학자'의 입에서, 그것도 술꾼들이 술판에서 멱살잡으며 할 소리를 하다니. 그래서 상식이 있는 사람은 분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말을 잘 하시는" 분이 노태우가 수 천억원을 받아 먹었을 때는 왜 가만히 계셨을까. 70억 받은 의혹으로 '자살'해야 할 죄라면, 수 천 억원을 받아먹은 건 '자폭'해야 할 일인가?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이건희씨가 물러났는데, 거기에는 뭐라고 말씀하셨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예 나라 경제를 통째로 말아먹었는데 거기에는 "자살하라"고 하셨나. 전두환은 광주 시민들을 수 백명을 학살을 했는데, 그 분께는 뭐라고 하셨나?
더 나열하기도 부끄럽다. 그 한심함이 도를 넘어서 상식의 선을 넘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테러를 당해서 죽어도 좋다"고 하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치매' 현상이 아닐까 의심된다.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려니, 한 때 이 분의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내가 부끄럽다. 아래는 김동길 교수가 홈페이지에 올린 원문.
이명박 대통령에게지금은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여·야의 모든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어떤 "은퇴" 정치인은 자신의 반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청와대도 슬픔에 잠겼다고 들었습니다. 가게를 지키고 앉았던 사람들도, 길을 가던 사람들도 모두 슬픔을 금치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라의 임금님이, 예컨대 고종황제께서 붕어하셨을 때에도, 그 시대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백성이 이렇게까지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정희 장군이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생각이 부족한 어느 한 측근에 의해 피살되었을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궁정동의 그 때 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기는 했지만 오늘과 같은 광경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모든 언론매체가 왜 이렇게도 야단법석입니까. 노무현 씨가 산에서 투신자살했기 때문입니까. 그러나 설마 국민에게 자살을 미화시키거나 권장하는 뜻은 아니겠지요. 내가 4월에 띠운 홈페이지 어느 칼럼에서 "노무현 씨는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하여 이 노인을 매도하며, 마치 내가 노 씨 자살의 방조자인 것처럼 죽이고 싶어 하는 "노사모님들"의 거센 항의의 글이 쇄도하여 나의 홈페이지는 한참 다운이 되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나는 내 글을 써서 매일 올리기만 하지 내 글에 대한 댓글이 천이건 만이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하도 험하게들 나오니까 내 주변의 가까운 이들은 "테러를 당할 우려가 있으니 혼자서는 절대 집을 나가지 말고, 밤에는 더욱이 외출 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 내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늙어서 반드시 요를 깔고 누워서 앓다가 죽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 테러 맞아 죽으면 영광이지." 아직은 단 한 번도 테러를 맞은 일이 없지만 앞으로도 마땅히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다가 폭도들의 손에 매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떤 위기에 처해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가 몇인데요. 여든 둘입니다. 사법부는 노 씨에 대한 모든 수사는 이것으로 종결한다고 하니 이건 또 어찌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된 검찰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려는 속셈입니까. 이 나라에는 법은 없고, 있는 것은 감정과 동정뿐입니까. "검찰이 노무현을 잡았다." - 이렇게 몰고 가고 싶은 자들이 있습니까. 천만의 말씀! 노무현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입니다. 이 비극의 책임은 노 씨 자신에게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