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하려는 대전시민들의 발길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28일 밤 서대전시민공원에는 전날 추모위원회가 공식으로 진행한 대전시민추모제에 모였던 6000여 시민 못지않은 수천 명의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분향과 헌화를 하면서 자발적인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촛불을 들고 헌화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은 시민공원을 빙글빙글 돌아 무려 500여 미터에 이르고 있다. 고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말을 새긴 노란 리본은 시민공원 주변을 두 겹으로 두르고도 더 이상 걸어놓을 곳이 없어서 나뭇가지에까지 내걸려 있다.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는 고인을 추모하면서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수박과 참외, 떡, 비타민 음료, 라면 과자, 그리고 수북한 담배갑이 쌓여가고 있다.
또한 한 시민은 하얀색 와이셔츠와 넥타이, 손수건을 영정 앞에 가져다 놓기도 했으며,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제작했던 홍보물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노 전 대통령의 각종 사진을 액자에 넣어 영정 앞에 놓기도 했다.
추모제에 앞서 대전지역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성직자와 성도들이 마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대전지역 종교인 합동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과 '그날이 오면'이 성가를 대신해서 불렸으며, 각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 형식에 맞게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올렸다.
사회를 맡은 남재영 빈들감리교회 목사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모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은, 단지 노무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며, 우리가 믿는 종교이념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기도회를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각 종교 대표자들은 각자의 종교의식에 맞게 기도를 올린 뒤 추도사를 통해 고인의 뜻을 참석한 성도 및 시민들과 함께 나눴다.
추도사에 나선 원불교 율타원 김혜봉 교무는 "그는 의롭고 순수했으며, 열정적으로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사랑한 사람이었다"며 "가난한 사람, 억눌린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던 인권 변호사였고,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한 정치인이었으며,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남북이 하나된 통일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위대한 대통령이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불교에서는 원우 스님이 대표로 추도사에 나서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지만, 무자비한 권력 앞에 내몰린 억울한 죽음이어서 우리는 더욱 서글프다"면서 "원망하지 말라, 미워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그 분은 진정한 승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시라"면서 "우리가 그 짐을 지고 반드시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 내겠다"고 말했다.
기독교에서는 최종선 목사가 추도사에 나서 "고인은 우리가 섬기는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는 세상, 갈등을 해소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바치신 분"이라며 "우리도 늘 그 분을 잊지 않고 가슴에 간직하면서, 그 분이 걸었던 바보 같은 삶을 실천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다 같이 노래했고, 곧 바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제가 이어졌다. 시민추모제에서는 자발적 참여에 의한 무용, 창, 연극 등이 공연됐으며, 시민 자유발언대가 마련되기도 했다.
또한 시민들은 "노무현! 사랑해요!", "잘가요! 바보 노무현!"을 함께 외치기도 하고, '사랑으로'를 함께 목놓아 부르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대전시당과 충남도당에 따르면 지난 엿새 동안 대전·충남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시민은 모두 1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의 경우 28일 오후 5시 현재 11만 8000여 명이 추모에 나섰고, 충남은 6만여 명을 넘어 선 것으로 집계됐다.
추모위원회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는 29일 오후 5시까지만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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