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의 '그들'이 정신병원에 들어간 사연은 기구하다. 먼저 화자인 '나'(이수명)는 6년에 걸쳐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해온,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는 정신병자다. 이제 막 퇴원해도 좋다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길에서 치한으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가는 소동을 벌인다.
그것이 하나의 소동으로 끝나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는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린다. 그곳에서 나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세상에서 쫓아내 버린 것이다. 퇴원한 지 1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와 같은 날에 정신병원에 들어간 승민의 사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승민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을 부잣집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계모와 핏줄 다른 형제들이 승민을 방화범으로 몰아 정신병원에 넣어버린다. 어처구니없지만, 그런 이유로 정신병원에 들어오고 만다.
승민은 억울하다.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려 하지만 소용없다. 정신병원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그렇게 말한다는 건 병원 근처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고 있는 바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그들은 승민을 정신병자로 여길 뿐이다. 승민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한다. 무모한 계획이었지만 승민은 일단 저지르고 만다.
'내'가 승민과 인연을 맺는 것도 그런 과정들 때문이다. '나'는 매번 본의 아니게 승민이 탈출하려는 현장에 있었고 마찬가지로 마음과 다르게 조력자 역할 같은 것을 하게 된다. 병원에서 승민과 '나'를 한패로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병원의 가혹한 처벌에 억울하고 황당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승민은 계속해서 탈출 시도를 하고 병원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게 된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린 <내 심장을 쏴라>는, 일단 재밌다고 말해야 한다. 참으로 무모하게 탈출 시도를 하는 승민과 그 때문에 곤혹스러운 일을 치르는 '나'의 모습은 하나의 블랙코미디처럼 웃음을 준다. 배경이 정신병원임에도 웃음을 머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병원의 가혹한 처벌이 상상 이상인 것이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유머러스함은 그런 것들마저 해소시켜준다. 덕분에 <내 심장을 쏴라>의 첫인상은 유쾌하게 술술 잘 읽히는 소설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승민이 탈출하려고 하는 이유와 '내'가 그것을 알고 진정으로 그의 탈출을 도와주려고 하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전환된다. 그들이 탈출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저자가 이 소설을 쓰게 된 질문에서 추측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승민은 거액의 유산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달랐다. 그들은 승민을 옥죄며 거래를 하려고 한다. 평소에 자유로움을 갈구하던 승민은 정신병원에 있는 것이 죽을 노릇이다. 그렇다고 거래에 응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승민은 어찌해야 하는가. 운명이라는 것이 그의 삶을 침몰시킬 때, 그는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가. '나'는 승민 때문에 당혹스러운 일을 자주 겪지만, 그의 탈출이 그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운명 또한 '나'를 침몰시키고 있었다. 사실상의 죽음을 선고하는 중이었다.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나'는 두렵다. '내'는 겁쟁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승민의 무모한 탈출시도를 보면서 조금씩 변한다. 단 한번이라도 그것에 저항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유머러스하게 시작하지만 이내 진지한 휴먼드라마로 그 모습을 달리한다. 생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가득한, 희망에 대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만의 모습을 보이며 재밌던 소설은 감동적인 소설로 탈바꿈한다. 재밌으면서도 진지한, 그러면서 감동적인 소설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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