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일) 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에 '부실수사'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3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 총장은 이날 사퇴의 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들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수사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한 단계 높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총장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고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되돌아왔으나 이번 사태로 인한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제가 검찰을 계속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임 총장은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아울러 이미 밝힌 이번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존중하여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실 임 총장의 퇴진은 진작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 23일 김경한 법무부장관에세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틀 뒤 반려됐다. 김 장관이 "사태 수습과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직서를 돌려보낸 것.
이에 따라 임 총장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되는 6월 중순께 퇴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찰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구속영장 청구마저 기각되자 거센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임 총장 주재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신 점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나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식의견으로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임 총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 "할 일이 있는데 물러나라고 한다고 해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할 일이 끝났는데 더 있으라고 해서 계속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정당하다"는 검찰의 공식의견이 '검찰책임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정치권은 "후안무치하다"는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검찰개혁론'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검찰은 사면초가에 빠져들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 총장의 퇴진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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